우주청이 소행성 '아포피스'·라그랑주점을 탐사하려는 이유
한국 우주산업 역량의 구심점 역할을 할 우주항공청이 30일 개청식을 하며 공개한 향후 수행할 우주 탐사 비전에 관심이 모인다. 달, 화성 탐사뿐만 아니라 소행성 '아포피스'와 라그랑주점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30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에서 열린 제1차 국가우주위원회는 탐사 분야의 새 목표로 '라그랑주점 L4' 탐색과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곧 수립될 우주탐사 로드맵에는 라그랑주점에 태양 관측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 새로운 목표로 담길 예정이다. 지난 정부 말 추진됐다가 예비타당성 조사(예타) 대상에서 탈락했던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 재검토를 통해 추진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뤄 우주에 머문 상태로 탐사를 진행할 수 있다.다. 연료를 아낄 수 있어 탐사에 유리한 장소로 꼽힌다. 제1 라그랑주점(L1)부터 제5 라그랑주점(L5)까지 총 5개의 지점이 있다.
한국이 L4를 지목한 것은 이미 다른 지점에는 우주 선도국이 진출했거나 진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L1은 지구나 달의 그늘에 놓이지 않아 태양을 관측하기 가장 적합한 지점으로 여겨진다. 이미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의 위성 소호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인도의 태양탐사선 '아디티야-L1'가 무사히 도달했으며 내년에는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발사하는 우주전파환경 관측 위성도 자리를 잡을 예정이다. 2020년 후반에도 NASA의 위성 네오 서베이어(NEO Serveyor)와 아이맵(IMAP)이 L1으로 향할 계획이다.
L2는 이곳에서 설치되는 장비가 태양과 지구에 대해 동일한 방위를 유지하기 때문에 우주망원경을 운영하는 데 적합하다. 영상을 얻는 과정에서 보정 작업이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2021년 발사된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가 현재 L2에서 운용되고 있다.
태양의 반대편에 위치한 L3는 관측활동이 어려우며 L5는 현재 NASA가 탐사선을 보낼 계획을 준비 중이다.
마지막 남은 L4는 L5와 함께 이론적으로 다른 지점보다 물체가 안정된 평형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것으로 여겨진다. 라그랑주 점에 원심력을 형성하는 두 천체가 일정한 질량비를 만족했을 때 안정적인 평형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L4에선 태양-지구와 달-지구가 이러한 질량비를 만족한다.
L4 탐사는 앞서 한국천문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탐사 기획연구가 추진됐지만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삭감되면서 좌초됐다. 천문연 관계자는 "당시 기획에는 L4에 탐사선을 보내 지구와 같은 동기로 태양을 공전하면서 태양을 관측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 격전지'라고 불리는 라그랑주 점은 우주 자원 획득의 단서를 찾을 수 있는 공간 자원"이라며 "우주청 출범을 계기로 탐사가 재개된 것은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라그랑주 점과 함께 탐사 목표로 낙점된 소행성 아포피스는 2029년 지구에 초근접하는 소행성이다. 370m 크기로 2029년 4월 지구 정지궤도 안쪽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소행성의 움직임은 2만 년에 한 번 일어나는 드문 현상으로 학계에선 이때 예측되는 다양한 물리 작용에 주목하고 있다.
소행성 탐사 자체도 태양계를 연구하는 과학 임무 중에서도 가장 도전적인 과제로 여겨진다. 우주 공간을 수억 km 비행해 지름이 1km도 되지 않는 소행성에 정확히 안착하는 데 첨단 과학과 수학, 기술이 필요하다. 아포피스 탐사를 위한 기술 개발 과정 자체가 한국의 우주 기술 역량 제고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아포피스 탐사는 앞서 한국의 첫 소행성 탐사 프로젝트로 추진됐지만 결국 좌초됐다. 2024년부터 2030년까지 7년에 걸쳐 약 3894억원을 투입하는 예타 기획안은 2021년 예타 대상사업 선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한국우주과학회와 한국천문학회, 한국항공우주학회 등 우주개발 유관 학회는 예타 대상 선정을 하루 앞두고 “아포피스 사업을 통해 한국이 새로운 과학 지평을 열고, 미래 우주탐사에 필요한 발사체와 탐사선 기술, 유도·항법·관제 등 미래산업에 쓰이게 될 귀중한 기술적 자산을 확보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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