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 봐도 전율케 할 안중근의 사자후…15주년 뮤지컬 '영웅'

오보람 2024. 6. 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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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다 아는 위인의 이야기로 감동을 주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도 조국의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죽음을 무릅쓰겠다는 가사에서 안중근의 결기가 오롯이 전해진다.

매 시즌 공연에서 디테일의 차이만 있을 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데도 관객이 '영웅'을 관람하는 건 안중근의 노래를 아무리 많이 들어도 감동의 크기는 작아지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는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 중 유일하게 '더뮤지컬어워즈'(현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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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미 넘치는 음악의 감동 여전…세종문화회관서 8월까지 공연
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모두가 다 아는 위인의 이야기로 감동을 주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웅담은 좋은 소재가 되기도 하지만, 어설프게 담았다간 맹탕이 되기 십상이다. 신파가 지나칠 경우 이른바 '국뽕'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올해로 15년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창작 뮤지컬 '영웅'의 성과는 큰 의미가 있다.

독립투사 도마 안중근의 마지막 1년을 그린 이 작품은 2009년 초연 이후 9번째 시즌을 맞은 지난해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창작 뮤지컬이 100만 관객을 돌파한 건 '명성황후'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는 초연 15주년을 기념해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작품은 안중근이 독립운동 결의를 다지며 동지들과 단지동맹을 한 1909년 2월부터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1910년 3월까지의 일을 보여준다. 러시아 연해주와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린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익히 아는 이 스토리가 새삼 감격적으로 다가오는 건 음악의 힘 덕분이다.

막이 오르기 전 흘러나오는 대표 넘버 '영웅'의 오케스트라 연주만으로도 관객은 온몸이 찌릿찌릿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막 마지막 장면에서 가사가 더해진 '영웅'은 비장미가 넘친다.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면서도 조국의 독립이라는 대의를 위해 죽음을 무릅쓰겠다는 가사에서 안중근의 결기가 오롯이 전해진다.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넘버 '누가 죄인인가'는 다른 의미로 희열을 느끼게 한다. 이토를 저격하고 법정에 선 안중근이 일본의 죄상을 낱낱이 고발하는 노랫말과 웅장한 앙상블이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만들어낸다.

최고의 뮤지컬 엔딩 중 하나로 꼽히는 처형 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교수대에 오른 안중근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느냐는 사형 집행자의 물음에 잠시 망설이다 부르는 '장부가'는 머리카락이 쭈뼛 설 정도로 경탄을 자아낸다. "하늘이시여 지켜주소서 / 우리 뜻 이루도록 / 장부의 뜻 이루도록"이라는 가사로 맺는 안중근의 마지막 사자후는 숭고하기까지 하다.

매 시즌 공연에서 디테일의 차이만 있을 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데도 관객이 '영웅'을 관람하는 건 안중근의 노래를 아무리 많이 들어도 감동의 크기는 작아지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음악이 '영웅'의 한 축을 담당한다면 또 다른 한 축은 배우들의 연기가 떠받친다.

명성황후를 위한 복수를 꿈꾸며 이토에게 접근하는 궁녀 출신 설희, 단장의 고통에도 아들에게 수의를 지어 보내는 안중근의 어머니 조 마리아, 야욕을 품고 조선을 넘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토, 콤비 연기로 웃음을 책임지는 우덕순과 조도선 등 모든 캐릭터가 연기를 통해 다소 아쉬운 스토리 전개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뮤지컬 '영웅' 공연 장면 [에이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안중근 역은 독립투사로서 기개 넘치는 모습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까지 보여줘야 해 연기하기 까다로운 캐릭터지만, 배우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초연 때부터 거의 모든 시즌의 무대에서 안중근 역을 소화한 정성화는 올해 더욱 농익은 연기력을 뽐낸다. 그는 '영웅'에서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 중 유일하게 '더뮤지컬어워즈'(현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선 정성화 외에도 양준모와 민우혁이 안중근을 연기한다. 유리아, 정재은, 솔지는 설희 역을, 김도형, 서영주, 이정열, 최민철은 이토 역을 맡았다. 이 밖에도 박정자, 임선애, 김진수, 육현욱, 조휘, 임정모, 오윤서, 최유정 등 총 62명의 배우와 22명의 오케스트라가 참여해 역대 '영웅' 공연 중 최대 규모로 공연된다.

공연은 8월 11일까지 열린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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