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전 감독, 농아인 친구와 어린 시절 추억... '벌써 15회째' 전국대회로 승화시켰다

수원=김동윤 기자 2024. 6. 2. 07: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타뉴스 | 수원=김동윤 기자]
선동열 전 감독이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제15회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 개회식에서 기념 시구를 하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사진=OK 금융그룹 제공
선동열 전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제15회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 시상식에서 우승팀 대구 호크아이 감독 및 선수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OK 금융그룹 제공
선동열 전 감독과 참가 선수들이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제15회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OK 금융그룹 제공
어린 시절 친구와 소중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시작한 또 다른 인연이 어느덧 14년째 이어졌다. 선동열(61) 전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회장을 맡은 제15회 선동열 배 OK 전국 농아인 야구대회가 대구 호크아이 야구단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대구 호크아이는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제15회 선동열 배 OK 전국 농아인 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청주 드래곤이어즈를 12-7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대구 호크아이에는 2016년 이후 두 번째 우승이다.

지난달 25일 총 7팀이 예선전에 참가해 시작된 이번 대회는 충주성심학교와 청주 드래곤이어즈, 전북 데프다이노스와 대구 호크아이가 준결승에 올라 이날 본선을 치렀다. 네 팀은 이날 오전 8시와 오전 10시 30분에 준결승을 치렀고 개회식 이후 오후 3시에 시작된 결승전에서 최종 승자를 가렸다.

'소리 없이 하나 되는 우리들의 야구 축제'라는 대회 슬로건에 걸맞게 경기장은 조용했지만, 선수들의 투지와 열정은 여느 선수 못지않았다. 일반적인 야구 경기와 달리 농아인 야구대회는 시간제(토너먼트 2시간)로 펼쳐진다. 선수들은 짧은 타구에도 다음 베이스까지 전력 질주를 하는가 하면 한 점도 내주지 않기 위해 플레이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 보였다. 듣고 말하지 못하는 특수한 상황 탓에 주자가 나갈 때면 내야수끼리 모여 작전을 논의했다.

이를 끝까지 지켜본 선동열 대회장은 "확실히 (농아인 선수들은) 일반 선수들과 플레이가 다르다. 아무래도 언어가 안 되다 보니 모든 행동이 느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회 초창기보다 많이 실력이 향상됐다. 그들의 경기에는 배려와 질서가 있다. 또 아웃될 걸 알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야구팬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다가갈 거라 생각한다. 열심히 뛰는 거 보면 나도 참 좋다"고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회는 2010년 OK금융그룹의 후원으로 시작됐다. 2019년 전국 농아인 야구대회 개최 10주년을 기념해 선동열 전 감독 이름을 내걸어 '선동열 배 OK 전국 농아인 야구대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재개된 2022년 대회부터는 한국 프로야구팀 KT 위즈의 협조를 받아 본선 무대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게 되면서 더 좋은 환경에서 농아인 선수들이 뜻깊은 기억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또 다른 후원사 대상웰라이프는 농아인 선수들을 위해 건강식품을 3년째 후원 중이다. 이번 대회는 선동열 전 감독이 대회장을 맡고 신동진 경기도 농아인협회장, 이종학 한국 농아인 스포츠연맹 회장, 미 제2보병사단 부대장 토마스 대령 등이 자리를 빛냈다.

선동열 전 감독이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제15회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 개회식에서 기념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OK 금융그룹 제공
제15회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 개막을 알리는 전광판. /사진=OK 금융그룹 제공
대구호크아이의 김건오 선수(가운데)가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전북데프다이노스와 '제15회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 준결승전에서 주루플레이를 하고 있다. /사진=OK 금융그룹 제공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이 대회가 15회까지 치러질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선동열 대회장의 꾸준한 관심을 꼽았다. 인연의 시작은 초대 대회 시구자 선정 때였다. 선동열 대회장은 "초등학교 시절 친했던 농아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와 추억이 있어 최윤 OK금융그룹 회장님이 처음 대회를 시작할 때 도울 일이 있으면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며 "그렇게 시작한 대회가 15회까지 이어온 것에 자부심도 생긴다. 현재 야구가 많은 분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농아인들에게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 그렇다 보니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해서 대회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렇게 어린 시절 추억을 벌써 15회째를 맞이한 장수 대회로 승화시킨 선동열 대회장은 전국농아인야구대회를 통해 다시 농아인 야구도 활성화되길 바랐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19 탓에 농아인 야구팀 몇몇은 운영을 중단했다. 그런 진심을 대회를 찾아온 소수의 팬을 외면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이날 대회는 관중석이 무료로 개방된 가운데 선수 가족들뿐 아니라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과 야구공을 든 야구팬들이 찾아 선동열 대회장의 이름을 외쳤다. 선동열 대회장은 시구, 대회사, 대회를 찾은 손님들을 맞이하는 바쁜 와중에도 팬들의 사인과 사진 요청을 모두 받아줬다. 수원KT위즈파크가 KT의 홈구장으로 잘 알려진 탓에 팬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어렵지 않게 방문할 수 있었다.

선동열 대회장은 "항상 전문 프로 선수들만 보다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까 야구를 좋아하는 팬분들이 참 많다고 새삼 느낀다. 아까 미군과 대결한 농아인 국가대표 선수는 구속이 시속 120㎞까지도 나오던데 일반인도 그 정도 던지는 건 쉽지 않다. 열의가 참 대단하다"고 미소 지으면서 "그런 분들이 프로팀이 쓰는 구장에서 대회를 한다는 것도 참 좋은 일이다. (이 자리를 빌려) 전적으로 후원해주는 OK금융그룹 측과 경기장을 쓰게 해준 KT 위즈 측에도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청주 드래곤이어즈의 응원단이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전북데프다이노스와 '제15회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 준결승전에서 수화로 응원하고 있다. /사진=OK 금융그룹 제공
대구 호크아이 선수단이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제15회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 시상식에서 우승 기념 헹가레를 하고 있다. /사진=OK 금융그룹 제공
선동열 전 감독과 참가 선수들이 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펼쳐진 '제15회 선동열배 OK 전국농아인야구대회'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OK 금융그룹 제공

▼제15회 선동열 배 OK 전국 농아인 야구대회 최종 결과
우승 - 대구 호크아이
준우승 - 청주드래곤이어즈
공동 3위 - 충주성심학교 / 전북데프다이노스
챌린지그룹 우승 - 고양 엔젤스

개인 수상
선동열 최우수선수상(MVP) - 김태현(대구 호크아이)
선동열 최우수 투수상 - 김정훈(대구 호크아이)
우수투수상 - 스기타(청주드래곤이어즈)
최우수 감독상 - 서길원(대구 호크아이)
우수지도자상 - 장영태(청주드래곤이어즈)
타격상 - 이헌규(청주드래곤이어즈)
미기상 - 조성욱(전북데프다이노스)
홈런상 - 송영태(고양 엔젤스)
베스트챌린지 상 - 임대호(고양 엔젤스)
페어플레이상 - 김성훈(충주성심학교)

수원=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Copyright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