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매니저에서 섬 딸기 전문가 변신… "4년 만에 내 농장 독립"
청년농업인 경영실습 '스마트 임대농장' 4년차
[편집자주] 당찬 매력을 지닌 여성. 우리는 '걸크러시'라 부른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농촌에 부는 걸크러시 바람도 강력하다. 뉴스1과 전남도농업기술원이 공동으로 이들 여성농업인들의 성공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농촌 걸크러시'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신안=뉴스1) 김태성 기자 = 20세 때 대학에서 패션 코디네이션을 전공하고 의류업체에서 의류 매니저를 10년간 하면서 나름 '멋쟁이' 패셔니스트로 자부심이 있었다.
2018년 결혼하고 남편 사업이 힘들어져 녹녹지 않던 시절 친정아버지가 신안에서 새우 양식 한번 해보라고 권해 이 부부는 무작정 신안으로 오게 됐다. 그 당시 친정아버지가 신안에서 오랫동안 공기업에 근무했었기에 나름 친근감도 있었던 터라 귀농 생활에 새롭게 나선 것이다.
신안 팔금도에서 딸기 농사를 짓고 있는 김미진 씨(45·여)의 '인생 2막'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러나 현실은 어려웠다. 막상 새우양식을 꿈꾸며 귀농했지만, 자금도 많이 들고 양식장을 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신안 특산물인 노지 시금치도 해 봤건만 겨울에 농사짓는다는 게 눈물 날 정도로 힘들었다.
마침 신안 농업기술센터 안좌면 지소의 청년 농업 임대 사업 안내가 보였다. 청년 나이 조건이 만 39세로 딱 '커트라인'에 걸려 운이 좋았다.
먹어만 봤지 딸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에서 '신안 슬로시티 대학' 딸기 과목 과정을 2년 동안 개근상을 받아 가며 열심히 다녔다.
딸기 농장 창업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3년. 천사대교를 지나야 닿을 수 있는 '섬 속의 섬' 신안 팔금면의 '딸기 학교'에 2021년 청년 4명과 함께 입학했다.
신안군은 청년 농업인 경영 실습 스마트 임대 농장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이곳에 딸기 학교를 짓고 딸기 스마트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딸기농장을 통해 신안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농산물 육성과 함께 "청년이 떠난 농촌에 청년이 돌아오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간절함이 묻어 있다.
딸기 학교는 2020년 청년 농업인 경영 실습 임대 농장으로 지어졌다. 총 6443㎡의 면적에 고온 극복형 스마트 온실 1동과 내재해형 하우스 3동으로 조성돼 있다. 영농 경험이 부족한 청년에게 실습농장을 임대하고, 영농 기술을 익혀 창업까지의 노하우를 전수하고자 만든 곳이다.
첫해 9월 비닐하우스에 첫 딸기 모종을 심었다. 0.16㏊(500여평) 비닐하우스에 심은 1만주의 딸기로 다음 해 6월까지 수확한 총매출은 3000여만 원이었다.
초창기엔 너무 힘들었다. 날씨 등의 영향이 큰 노지 재배와 달리 시설 하우스는 지속적인 온·습도 관리와 영양 관리로 균형생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4층 높이 스마트팜 하우스라 워낙 크다 보니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초보치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모종값, 인건비, 기름값 등을 제외하면 거의 남는 게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첫해라 모종 등 시설 지원비가 있어 실망스러운 상황은 아니었다.
김 씨는 "농업기술센터로부터 무상으로 재배 관련 기술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우선 시설 임대료가 저렴해 농사 부담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딸기는 '가본 길'보다 '가보지 못한 길'이 더 많았다. 딸기 판매도, 가격을 결정하는 것도 여전히 서툴렀다. 처음엔 공판했더니 너무 가격이 낮게 책정돼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로컬푸드나 공판장에 납품을 안 하는 대신 주문을 받으면 수확해서 바로 다음 날 납품하는 직판으로 영업전략을 바꿨다.
신선하고 맛있는 딸기를 바로 먹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났다. 지금은 팔금 주변 4개 면(자은·암태·팔금·안좌)의 모든 딸기를 여기서 소화해 내고 있다.
섬에 딸기농장이 흔치 않다 보니 농장 한편에 어린이들 체험학습장으로 꾸몄다.
반응은 의외였다. 섬마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부터 다리 건너 목포, 무안 지역 너머에서까지 학생들에게 인기 만점이었다.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체험활동 등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딸기도 수확하고 기부활동이 이어지자 손님들 주문도 이어졌다.
딸기 비닐하우스 농사는 6월까지 수확해야 하지만 올해는 날씨가 너무 뜨거워져 크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익어버려 5월 말로 거의 모든 수확이 끝나버렸다.
다행히 초창기 매출의 2.5배인 8000여만 원을 예상하지만, 한 시즌 수확하는 딸기 외 작물도 고민하고 있다.
5명이 함께 시작한 딸기 학교에선 벌써 4명이 독립해 나갔다. 김 씨도 내년이면 퍼플교 가는 길목의 450평 딸기농장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관광객들을 위한 '특별한 딸기 체험장'을 만들 계획이다.
귀농 6년 차 김 씨는 "우리가 성공해야 2·3기 청년농들이 도전할 수 있다"며 "소멸해 가는 농촌을 살기 위해서라도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함께하는 신안 딸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hancut0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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