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부세·상속세 개편작업 ‘시동’… 중장기 고차방정식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세정당국이 정치권발(發)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상속세 개편론에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세제당국으로서는 과세형평성뿐만 아니라 세수(稅收) 중립적인 과세체계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야·정이 논의하고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단기적으로는 부분 개편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2일 정치권과 당국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에서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를 거론한 것을 시작으로 종부세 개편론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환영의 뜻을 밝히며 종부세 개편을 논의하겠다고 나섰고, 대통령실은 종부세 폐지가 바람직하다며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 등 근본적인 개편안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려둔 것이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곳곳에서 입장차가 드러났다. 야권발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론에는 정부·여당이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간담회에서 다주택자 이슈를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고가의 한 채를 가진 1주택자와 저가의 여러 채를 가진 다주택자간의 과세 형평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가 폐지되는 경우 소위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정부는 1주택자 종부세 폐지보다는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완화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때부터 추진해온 '징벌적 과세 체계 정상화'의 연장선에 있다.
반면 야당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완화가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왔다. 다주택자를 주택 공급자로 본 여당·정부의 인식과 차이가 있는 셈이다. 종부세는 전액 지방에 교부되는 만큼 종부세 폐지 시 지방재정 문제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결국 여·야·정은 부분적인 개편에 무게를 두고 논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불합리한 점을 개선, 보완해나가면 되는 문제"라며 논의의 문을 열어뒀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도 "근본적인 폐지는 재산세 통합 문제이기에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상속세 개편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상속세 개편을 22대 국회에서 추진하겠다며 구체적으로 유산취득세 전환, 상속세율 조정 등을 거론했다.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또는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 기업 상속세제 완화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세제당국의 시야를 넘어 상속세 근본개편까지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취지로도 보인다. 다만 상속세의 근본 개편(유산세→유산취득세)은 당장 이뤄지기 쉽지 않은 과제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인이 물려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제도다.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보다 세부담이 줄어든다.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는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보다 더 많은 세금 부담을 져야 해 '응능부담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해 2월 조세개혁추진단을 꾸리고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유산취득세 전환은 각종 공제 제도를 포함해 상속세법을 새로 써야 할 만큼 법체계를 뒤바꾸는 작업이어서 방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당초 지난해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던 정부의 관련 연구용역은 현재까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올해 세법개정안에 유산취득세 전환을 담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50%에 달하는 상속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부의 대물림 가속화'라는 부정적 정서와 거대 야당의 반대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유산취득세 전환, 세율 하향조정 등을 장기과제로 두고 '밸류업' 정책과 관련한 상속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상속 공제대상 한도 확대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오는 7월 세법개정안에 구체적인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이후 여야 간의 논의 속에서 개편 방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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