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승기 잡은 인터넷은행…1분기에만 주담대 5조원 불려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이 대환대출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으면서 올해 1분기에만 주택담보대출 잔액을 5조원 가까이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금융당국이 올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대출 공급 목표를 완화하면서 해당 대출 공급은 주춤했다.
고금리 시기 신용대출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반박도 있지만, 인터넷은행이 인가 취지인 중·저신용대출 공급에는 소홀하고 손쉬운 주담대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인터넷은행 주담대 잔액 31조원…작년 동기의 2배 수준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의 주담대(전월세대출 포함)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약 31조3천9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26조6천260억원)과 비교하면 3개월 새 4조7천700억원(17.91%) 늘었으며,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 말(16조7천400억원)의 약 2배 수준이다.
대출 잔액이 인터넷은행 3사의 14배 수준인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주담대 잔액이 1분기 6조6천267억원(431조9천299억원→438조5천566억원·1.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증가세가 훨씬 가팔랐다.
은행별로 보면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24조2천억원으로, 3개월 새 2조9천억원(13.6%) 증가했다.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같은 기간 4조9천200억원에서 6조2천400억원으로, 1조3천200억원(26.8%) 불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출시했으며, 아직 주담대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
토스뱅크의 1분기 말 전월세대출 잔액은 9천560억원으로 작년 말(4천60억원)의 2배를 넘어섰다.
인터넷은행 3사는 금리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주담대 공급을 폭발적으로 늘려왔다.
3사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한 해에만 11조원 넘게 늘었으며, 증가율은 70.8%에 달했다.
올해 시작된 주담대·전세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대환대출)에서도 낮은 금리를 내세운 인터넷은행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경우 일일 한도가 몇분 만에 소진되곤 했으며, 한도 재개 시각에 맞춰 매일 앱 '오픈런'을 하는 고객도 있을 정도였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 기준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 시장점유율은 31%(금융권 전체 3조1천274억원, 카카오뱅크 9천527억원), 전월세보증금 대출 갈아타기 시장점유율은 46%(금융권 전체 9천206억원, 카카오뱅크 4천200억원)에 달했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신규취급액 중 대환목적 비중은 지난해 50%에서 1분기 62%까지 높아졌다. 전월세보증금 대출도 대환 비중이 45%였다.
케이뱅크는 정확한 갈아타기 서비스 시장 점유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1분기 아파트담보대출 신규 대출 중 67%가 대환대출이었다고 밝혔다.
이 덕에 3사 모두에서 전체 여신 중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되고,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축소되는 추세다.
1분기 말 기준 주담대 비중은 카카오뱅크가 58.6%, 케이뱅크가 42.3%, 토스뱅크가 6.9%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 말(카카오뱅크 47.4%·케이뱅크 23.8%·토스뱅크 0%)과 비교하면 각각 11.2%포인트(p), 18.5%p, 6.9%p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신용대출 비중은 모두 줄었다. 카카오뱅크는 51.9%에서 38.7%로, 케이뱅크는 73.4%에서 50.6%로, 토스뱅크는 79.0%에서 75.3%로 내려앉았다.
인터넷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잔액도 올해 들어 쪼그라들었다. 인터넷은행 3사의 신용대출 잔액은 1분기 말 기준 약 33조9천20억원으로, 작년 말(34조740억원)보다 1천720억원 줄었다.
인가 취지인 중·저신용 공급에는 소홀…이달 중 '중간점검'
인터넷은행이 '중저신용대출 공급'이라는 본래 인가 취지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온다.
인터넷은행 3사는 올해 1분기(1∼3월) 중·저신용대출 비중 목표치인 '30%'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번 목표 달성은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 건전성을 고려해 올해부터 목표치를 30%로 하향하고, 비중 산정 방식도 개선한 영향이 크다.
은행권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3사의 올해 1분기 중·저신용대출 공급액은 약 1조4천705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가 6천600억원, 토스뱅크가 5천105억원, 케이뱅크가 3천억원 순이다.
작년 한 해 공급액을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면, 카카오뱅크(3조2천2억원·분기 평균 8천억원)와 케이뱅크(1조3천200억원·분기 평균 3천300억원)는 작년보다 공급액이 줄었다.
토스뱅크만 유일하게 올해 1분기 공급액이 작년 분기 평균(3천825억원)보다 많았다.
중·저신용 목표 산정 방식을 완화하면서 공급액에 들어가는 대출 종류가 늘어났는데도, 공급액은 크게 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인터넷은행이 공급한 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도 올해 들어 꾸준히 올랐다.
특히 지난 3월의 경우 인터넷은행 3사 모두 일반신용대출 차주 평균 신용점수(신규공급액 기준)가 900을 넘어섰다.
은행별로 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2월 854에서 올해 1월 887, 2월 903, 3월 907을 기록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해 12월 835에서 올해 1월 894, 2월 896, 3월 938로 뛰었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112월 929, 올해 1월 924, 2월 919, 3월 920을 기록하는 등 작년과 올해 모두 상대적으로 고신용 대출 공급을 늘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중 인터넷은행 3사가 은행업 내 '메기' 역할을 수행했는지 '중간 성적표'를 낸다.
인터넷은행 도입 취지인 은행업 내 경쟁 촉진, 금융 편의성 제고,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 공급 등이 제대로 달성됐는지에 대한 종합 보고서가 나오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은행이 정말 차별화된 신용평가모델(CSS)을 활용해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자금을 공급해왔는지, 주담대 영업은 적절했는지 등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제4인터넷은행에 출사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이번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인가 기준이나 평가 요소 등을 조정한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제시할 예정이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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