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지방은행보다 더 번다” 해외법인으로 부산銀 이긴 신한…나머지는 ‘울상’[머니뭐니]
지방은행 순이익 1위보다 149억원 더 벌어
하나·우리는 실적 감소…국민은행은 ‘적자’
“성장 가능성 커” 동남아 거점 확보 노력 지속
[헤럴드경제=김광우·홍승희 기자] 신한은행이 올해 해외법인을 통해 벌어들인 순이익이 크게 늘어나며, 주요 지방은행의 순이익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베트남 법인이 전체 해외법인 순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크게 기여했다. 자산·고객·직원 등 ‘트리플 현지화’의 노하우를 쌓은 결과다.
반면 여타 시중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1년 새 감소 추세를 보이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주요 거점으로 삼고 있는 동남아시아 등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한 영향이다. 그럼에도 동남아에 자리 잡기 위한 은행들의 노력은 지속될 전망이다.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불안정한 영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미래 먹거리로서의 성장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지난 1분기 10개 해외법인을 통해 벌어들인 순이익은 1401억원으로 전년 동기(1298억원)과 비교해 103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지방은행들과 비교해서 상회하는 규모다. 실제 신한은행 해외법인은 올 1분기 지방은행 중 최대 규모를 기록했던 BNK부산은행의 순이익(1252억원)보다도 149억원가량 많은 돈을 벌어들였다.
신한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을 주도한 것은 신한베트남은행이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올 1분기 총 664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전체 해외법인 순이익의 47.4%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전북은행이 올 1분기 벌어들인 순이익(563억원)보다 101억원 높은 수치다. 그 뒤로는 일본 법인 신한SBJ가 327억원,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이 192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뒤를 이었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주된 흥행 요인 중 하나는 성공적인 ‘현지화’ 전략이 꼽힌다. 2009년 설립된 신한베트남은행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아닌, 현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 전략을 취했다.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파견해야 하는 한국인 직원 50여명을 제외하고는 모든 직원을 현지인 위주로 구성했다는 게 신한은행 측의 설명이다. 영업 과정에서 취득하는 자산도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의 자산이 아닌 현지 자산으로 구성돼있다.
성공적인 실적을 거둔 신한은행과 달리, 여타 은행들의 올해 해외수익은 감소 추이를 보였다.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5곳은 올 1분기 3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332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70억원의 이익이 줄어든 셈이다. 국민은행 해외법인은 지난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2931억원, 234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인 KB뱅크(구 부코핀은행) 부실 사태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결과다. KB뱅크는 국민은행이 인수한 지난 2020년 43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줄곧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22년 8021억원까지 커졌던 손실액은 2023년 2613억원으로 줄었다. 부실채권 매각 등 정상화를 지속하며, 내년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한다는 게 국민은행 측의 입장이다.
하나은행 또한 올 1분기 전년 동기(455억원) 대비 소폭 축소된 423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법인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순이익이 1년 새 133억원에서 73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어든 결과다. 우리은행도 중국법인 및 동남아 법인 실적이 줄어들며, 해외법인 순이익이 1년 새 902억원에서 420억원으로 반토막났다.
그러나 주요 은행들의 해외법인 연간실적을 따져보면, 전반적인 이익규모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예컨대 하나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2022년 71억원에서 2023년 1129억원으로 큰 성장세를 보였다. 국민은행 또한 KB뱅크 정상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여타 해외법인의 순익 향상으로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에 2023년 4대 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7998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성장했다.
이는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2021년 금리 인상 이후 은행들이 ‘역대급’ 이자이익을 벌어들인 가운데, 이자장사를 줄이고 비이자이익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는 정부 및 여론의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중장기 계획으로 해외실적 비중을 전체 순익의 최대 25~40% 선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은행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 시장을 선점해, 해외 진출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인력과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현지 금융사들이 선점하고 있는 선진국 시장과 달리, 현지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다 전반적인 경제 성장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향후 먹거리가 풍부하다는 게 은행 측의 시각이다.
다만 동남아 시장의 경우 불안 요소가 적지 않다. 선진국들에 비해 미·중 갈등 등 글로벌 경기 동향에 따른 영향이 크고, 내부적인 정치·경제 변동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은행 다수가 진출해 있는 미얀마에서는 2021년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뒤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에는 한 국내은행 현지법인이 고용한 직원 2명이 피살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렇듯 불안정한 영업 환경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동남아 시장을 쉽사리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높은 성장성이라는 매력이 굳건하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얀마 또한 평균 연체율이 20%에 달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지만, 종교 등 문화적 환경이 부채를 잘 갚도록 권장하고 있어 전망이 나쁘지 않다”면서 “은행들이 쉽게 시장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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