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훈련병 얼차려 사망’ 중대장 직격 “훈련 빙자한 ‘범죄’…고문한 것”
“그게 무슨 군사훈련인가…‘군인은 헝그리 정신 있어야 한다’ 식의 케케묵은 사고 말길”
“이젠 우리나라도 군 모병제 도입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 있어”
“미래의 전쟁 양상, ‘AI 등장’ 확연히 달라질 것…징병 유지, ‘사회적 비용’ 낭비되는 건 아닌지”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만든 강원도 인제의 모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이 문제는 그냥 범죄다. 훈련을 빙자한 '범죄'일 뿐"이라며 "훈련이 과했던 게 아니라 애초에 훈련이 아니라 가혹행위를 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2일 이언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대장은 사망한 훈련병에 대해 '자기 성질을 못 이겨 가혹행위, 즉 고문을 한 것'에 다름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의원은 "그게 무슨 군사훈련인가. 설마 군인은 '헝그리 정신'이 있어야 한다는 식, 애들은 맞으며 커야 한다는 식의 케케묵은 사고를 하진 말길"이라면서 "세계 최강 미군이 대우가 나빠서 강한 게 아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최근 해병대 고(故) 채 상병 사망 사건도 그렇고 연이어 발생하는 훈련병의 사망 사건도 그렇고 이젠 우리나라도 군 모병제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비자발적 징병군이 과연 강한 군인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고, 미래의 전쟁 양상은 기계와 AI 등의 등장으로 확연히 달라질 텐데 징병을 유지하며 인적·물적 자원과 '사회적 비용'이 낭비되는 건 아닌지 고민할 필요도 있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이어 "다른 국방 분야에 투자하는 게 더 나은 게 아닌지도"라며 "물론 분단 국가의 현실을 고려해 징집 연령이 되면 기본 군사훈련은 받고 전국민이 민방위 훈련을 제대로 받는다는 전제 하에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군대란 곳은 합법적으로 사회와 격리돼 폐쇄된 공간 내에서, 국가의 공인된 폭력 즉 공권력 하에서 계급에 따른 '상명하복' 관계에 따라 훈련과 모의전쟁, 때로 대민봉사 등을 수행한다"며 "그리고 우리 국민들 중 성인이 된 남성들은 비자발적으로 반드시 그곳에서 몇 년간 복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생각해 보면 이 얼마나 자유가 박탈된 비인간적인 곳인가. 이 얼마나 무서운 공간인가"라며 "과거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자유롭게 사랑을 받고 인격적으로 존중받으며 살아온 아이들이 갑자기 그런 환경에 적응할 리가 없다. 그런 공권력과 상명하복 관계에 적응은 물론이거니와 그렇게 격리되고 폐쇄된 공간에 대한 공포나 적응도 마찬가지"라고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또 그는 "그러니 이제는 군이 마인드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인격을 무시하고 뺑뺑이 돌리는 게 훈련을 강하게 시키는 게 아니다"라며 "이런 문제도 비자발적 징집이라는 문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의원은 "훈련에 대한 문제도 비자발적 징집이라는 근본적 문제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군에서도 어차피 그만두지 못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고 훈련 입소자들도 비자발적이니 체력 등 여건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면서 "평소 과도한 공부에 지치고 운동 부족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갑자기 군사훈련에 과연 적응할까. 국방부는 과연 젊은이들의 특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내비쳤다.정치권 및 군 당국에 따르면, 훈련병 사망 사건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중대장 A씨는 일시 귀향 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가혹행위 의혹에 휩싸인 A씨에 심리상담 등을 지원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사망한 훈련병에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 A씨와 부중대장 B씨는 사건 직후 직무에서 배제돼 각각 고향 집과 숙소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중대장 A씨가 고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동향 출신인 부사관이 동행했으며, A씨 가족을 통해 특이사항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조사 일정이 확정되면 경찰에 출석할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중대장 A씨 지원 논란과 관련해 "중대장이 귀향하는 과정에서 (다른 군인이) 동행한 사실은 있으나 멘토 지정과 심리상담 지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부중대장 B씨의 경우 원래 머무르던 상급 부대의 숙소에 머무르고 있다. 주변 동료와 상급 부대 측에서 부중대장의 상태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경찰청 수사전담팀은 우선 사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벌이며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규정을 위반한 무리한 얼차려가 이뤄졌다는 정황과 진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찰도 이 부분을 집중 확인한다는 계획이다.해당 사건과 관련해 고성균 전 육군훈련소장(예비역 소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전직 육군훈련소장이 본 훈련병 순직 사건'이라는 제하의 영상을 올려 "이번 일은 육군이 입이 10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육군에는 '육군 규정'이 있는데, 육군 규정을 중대장이 지키지 않았다. 전적으로 육군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고성균 전 소장은 "(육군) 규정에 군기훈련을 할 땐 완전군장은 할 수 있지만 뜀걸음, 구보는 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이번 사건에선) 그걸 지키지 않았다"며 "군기훈련이란 게 과거 '얼차려'고 했던 거다. (이번 사건은) 전날 밤 좀 소란스럽게 떠들었다고 해서 완전군장으로 얼차려, 군기훈련을 시켰다는 얘긴데, 그게 과연 군기훈련 대상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숨진 훈련병이 완전군장 차림의 구보에다 선착순 달리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선착순'은 과거 일제강점기 일본군의 잔재라면서 "군대 내에서 한참 전에 없어졌는데 어떻게 이번에 이뤄졌는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고 전 소장은 "더 안타까운 것은 (숨진) 훈련병이 (군에) 들어온 지 9일밖에 안 됐다는 것"이라며 "신체적으로 단련이 전혀 안 돼 있는 상태"라고 짚었다. 이어 "그런 상태에서 군기훈련을 하다 동료가 중대장에게 '몸 상태가 안 좋은 것 같다'고 보고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그걸 전혀 체크하지 않고 (군기훈련을) 계속했다는 건 그 간부의 자질이 대단히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군인을 만들기 위한 훈련소이고, 부대는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한 조직이지만, 군인이기 전에 한 인간으로서 간부들이 장병들을 한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은) 그런 생각 없이 단순히 조직이란 큰 기계의 부품 하나로 생각한 결과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밝혔다.
'중대장이 여군이라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취지의 주장과 관련해 고 전 소장은 "이건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규정된 군기훈련 지침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무리하게 군기훈련을 시킨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일축했다.
끝으로 그는 "간부들의 리더십을 향상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하고, 개인 생각이 아니라 육군 규정과 그 위에 있는 법에 따라 부대가 지휘가 될 수 있도록 운영해야 이번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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