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첨단·특화산단 22곳에 매일 '500만명 사용 물' 필요"
정부 대안은 '10개+α' 댐 신설…환경파괴·사회갈등 해결 '난제'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경기 용인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등 국가첨단산단 15곳과 첨단전략산업특화단지 7곳이 모두 조성되면 50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만큼의 물이 매일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 대응책은 '댐 신설'로, 7월 후보지가 발표되면 논란이 클 전망이다.
용인 반도체산단 하루 80만t 등 '첨단·특화산단'에 물 153만t 필요
2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현재 추진되는 국가첨단산단 15곳과 특화산단 7곳이 조성되면 하루 153만8천t의 공업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1인당 일평균 물 사용량이 306ℓ(2022년 기준)로, 502만6천여명 몫의 물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루 153만8천t'은 앞으로 더 필요한 공업용수 최소치에 가깝다.
완성되면 하루 80만t의 용수가 공급돼야 할 것으로 보이는 용인 반도체 산단처럼 구체적인 조성계획이 짜인 국가첨단산단이나 특화산단도 있지만, 아직 기획 단계에 머무는 산단도 많은 상황에서 나온 추산치이기 때문이다.
또 국가산단이 아닌 일반산단 물 수요량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SK하이닉스 공장이 들어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에도 하루 57만3천t의 물이 공급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 국가수도기본계획 변경 보고서를 보면 하루 최대 공업용수 수요량은 2030년 712만1천t, 2035년 749만5천t, 2040년 771만5천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재작년에 추산된 전망치와 비교하면 2만9천~46만9천t 증가한 것으로, 용인 반도체 산단,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단, 세종 스마트 국가산단, 충주 바이오헬스 국가산단 등의 수요를 반영했기 때문이다.
급증할 공업용수 수요에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이 '댐 신설과 리모델링'이다.
현재도 생활·공업용수 90%가 댐에서 공급되고 있다.
작년 7월 댐 신설 방침을 공식화한 환경부는 이르면 오는 7월 후보지를 공개하고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수요도 조사했는데, 현재까지 16개 지자체에서 20곳에 댐 신설을 요청했다.
환경부가 신청지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 때 울산 울주, 경남 김해·거제·의령·함양, 경북 포항·김천·예천, 전남 순천·장흥·강진·고흥, 경기 연천, 경북 경주 등에서 댐 신설을 요청한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20곳'은 과거 정부가 '2017 댐건설장기계획'을 수립하고자 '댐 희망지 신청제'를 운영했을 때 접수한 수와 비슷하다.
당시 22곳에 댐 신설이 신청됐고, 이 가운데 저수지를 재개발하자는 곳과 기술 검토에서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 곳을 제외한 9곳이 '댐 사전 검토 협의회'에서 논의됐다.
이때 논의된 댐 중에는 재작년 태풍 힌남노 때문에 수해가 발생하며 건설이 확정된 포항 항사댐도 포함됐다.
환경부는 댐 신설 방침을 밝힌 후 지자체의 요청이 없어도 국가가 주도해 댐 신설을 추진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2018년 9월 '국가 주도 대규모 댐 건설 중단'을 선언하고 6년 만에 입장이 달라진 것이다.
정부가 마지막으로 추진 의지를 밝힌 댐은 2012년 당시 국토해양부가 주도해 수립한 처음이자 마지막 '댐건설장기계획'에 반영한 댐들이다.
댐건설장기계획에는 다목적댐 4개와 홍수조절댐 2개가 '검토 중인 댐 건설 후보지'로, 소규모 댐 8개가 '지역이 건의한 댐으로 세부 타당성 검토와 협의를 거쳐 추진할 댐'으로 적시됐다.
지자체가 요청한 댐과 국가가 주도하는 댐을 더해 이번에 신설과 리모델링이 추진될 댐은 '10개+α'가 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올해 예산에 10개 댐 신설과 리모델링 기본구상과 타당성 조사 예산을 반영했는데, 이때 '10개'는 예산을 편성하고자 설정된 숫자지 목표치나 상한선은 아니라고 최근 밝혔다.
'초대형댐'은 불가능…환경파괴 우려에 갈등 불씨될 수도
총저수량 29억t의 소양강댐이나 27억5천만t의 충주댐 같은 초대형댐은 '사회적 수용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신설할 만한 적지가 없어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완공된 영주댐이 현시점에서 지을 수 있는 최대 규모였다는 분석도 있다.
본댐은 2016년 완공되고 준공 승인은 작년 이뤄진 영주댐은 길이 400m, 높이 55.5m, 총저수량 1억8천만t이다.
환경부는 댐건설관리법상 주변 지역 지원사업이 이뤄지는 기준인 '총저수량 2천만t 이상 댐' 신설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소규모 댐만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댐 신설을 지지하는 쪽은 대량의 용수를 공급하면서, 기후변화에 따라 빈번해지고 규모가 커지는 가뭄과 홍수에 모두 대응할 수단으로 댐만 한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영구적인 대규모 환경파괴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댐 신설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환경부도 이런 의견을 낸 바 있다.
환경부는 2012년 댐건설장기계획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에서 "신규 댐 건설은 환경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므로 계획수립 이전에 다른 대안과 비교·분석하고 신규 댐 건설만이 최선인지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환경부는 "댐 건설 후보지가 국립공원 등 생태가 양호한 지역 수계에 위치해 환경훼손이 우려된다"며 댐건설장기계획상 댐 중 일부는 추진하지 말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기후변화 때문에 댐을 짓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기후변화로 전례 없는 '극한홍수'와 '극한가뭄'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이에 맞춰 대형 댐을 지으면 이 댐은 대부분의 기간엔 '불필요하게 큰 기반시설'로 낭비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댐보다는 습지나 범람원, 숲 등 '자연'을 활용한 자연 기반 해법으로 홍수나 가뭄을 경감·예방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주장이 나온다.
댐을 건설할 때 대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고인 물에선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배 이상인 메탄이 많이 배출되는 문제도 있다.
댐은 건설로 피해 보는 지역과 혜택을 받는 지역이 다른 대표적인 시설이다.
부산 쪽에서 필요성이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지리산 덕산댐'은 건설 시 하류 지자체 식수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지역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댐 건설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확보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합의가 지켜지도록 하는 방안을 사전에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학술지 '지방정부연구'에 발표된 '수자원갈등과 시간선택의 딜레마' 논문에 따르면 1960~1980년대 소양강·안동·대청댐은 건설에 6~8년이 걸렸으나, 1990년대 들어 용담댐부터는 주민 갈등이 심해져 건설 결정부터 공사까지 10년 이상 소요되고 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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