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공공도서관은 장애인도서관의 대안일까?
(서울=연합뉴스) 이은도 김민수 인턴기자 = 장애인도서관이 줄고 있다. 그 대신 장애인은 공공도서관에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서울점자도서관이 2023년 12월 폐관했다. 여러 언론과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될 것을 우려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1월 한 언론 보도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사업은 정보접근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라며 "중추 역할을 해온 도서관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다른 언론 보도에서도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점자도서관의 상징성과 도서관으로서의 접근성 등을 고려하면 문화권을 침해할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점자도서관만이 아니다. 장애인도서관이 없어지고 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에 따르면, 2024년 5월 현재 장애인 도서관은 30곳이다. 2016년에 44곳이던 장애인 도서관은 2022년 31곳까지 줄었다. 공공도서관이 2022년 1천236곳으로 2016년 1천10곳에 비해 200여 곳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장애인 인구는 계속해서 늘고 있는데, 장애인 도서관은 줄고 있다.
"공공도서관과의 통합이 추세"…장애인들 반응은?
여러 언론은 서울점자도서관 폐관 원인으로 예산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국립장애인도서관 측 입장은 달랐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전국에 있는 장애인 도서관 관련 업무를 주관한다. 국립장애인도서관 관계자는 지난 4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역 내에서 장애인 도서관을 공공도서관과 통합해 효율적인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근 흐름"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서울점자도서관도 폐관됐지만, 도서관에서 제공하던 도서 서비스 등은 다른 도서관에서 그대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은 별도로 장애인 도서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영철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은 "과거에 비해 공공도서관 편의시설이 많이 보완·확충되었다고 보지만, 장애 유형별 서비스와 편의시설(장애인용 화장실, 경사로, 안전바 등)이 여전히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공공도서관의) 장애 유형별 도서관 이용 서비스의 체계적 지원에 대한 고민과 시스템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동복 한국시각장애인도서관협의회 회장은 "인력·인프라를 갖춰놓지 않고 '공공도서관을 이용하라'는 건 무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2주에 한 번 이상 장애인도서관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 A씨는 "공공도서관에 장애인을 위한 책이 생겨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도서관 시설이 장애인도서관만큼 장애인들을 위해서 잘 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장애인도서관을 이용하는 시각장애인 B씨는 "(공공도서관이)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서 "공공도서관에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책이나 문화콘텐츠를 확충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각장애인의 경우 소리를 듣는 식으로 책을 읽어야 해서 일반인들과 같은 열람실을 이용하기 어렵다"면서 "공공도서관에 장애인 전용 열람실 등을 설치하는 식으로 개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된 장애인 도서관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정치권에서도 있었다. 지난해 정희용 의원이 국립중앙도서관 6층에 위치한 국립장애인도서관을 독립 청사로 따로 설치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시도 별로 광역장애인대표도서관을 지정하는 내용의 도서관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공공도서관은 장애인이 이용하는 데 별 문제가 없을까.
연합뉴스는 이런 관점으로 공공도서관을 평가했다. 기준은 '편리함', '장애인용 특수자료 수', '장애인 예산'으로 설정했다. 장애인 이용자들이 언급한 공공도서관의 문제를 고려했다.
공공도서관, 장애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편리함은 '이동의 편리함', '독서 보조기기 비치 여부', '장애인 열람석 수' 세 가지 기준으로 평가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광역 대표 도서관 17곳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1곳을 제외한 모든 광역 대표 도서관이 장애인도서관이 제공하는 책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17곳 모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고, 2곳을 제외하고는 경사로가 있다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동은 편리하다고 할 수 있다.
독서 보조기기는 부족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에는 확대경, 점자 리더기, 음성 증폭기 등 독서 보조기기 43종 품목이 있다. 이 품목을 기준으로 광역 대표 도서관 17곳에 독서 보조기기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광역 대표 도서관 1곳당 평균 10.6종의 품목군을 비치하고 있었다. 전체 품목의 약 25%에 해당한다. 전남이 24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충남에는 전동 높낮이 조절 책상 1종 밖에 없었다. 전북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장애인 열람석(노인용 포함)은 전국 공공도서관 1천236곳에 총 7천820석(2022년)이 있었다. 1곳당 6.3석이 있는 셈이다. 이는 전체 공공도서관 좌석(35만9천75석)의 약 2%다. 2022년 전체 인구(5천167만여 명) 대비 등록장애인(265만여 명) 비율 5.1%를 고려하면 적은 수치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자료는 어떨까. 장애인용 특수자료에는 점자도서, 큰 활자 도서, 촉각 도서, 녹음 도서, 오디오북 등이 있다. 공공도서관 1곳당 장애인 특수자료 수는 장애인 도서관과 차이가 컸다. 2022년 장애인도서관의 특수자료는 29만4천605개로, 1곳당 9천820개인 반면, 공공도서관은 총 180만4천888개, 1곳당 1천460개에 불과했다. 공공도서관의 특수자료는 장애인도서관의 15%도 안 된다.
공공도서관의 장애인 예산도 분석했다. 국가 도서관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공공도서관 총예산은 약 1조3천600억원이다. 이중 장애인 예산은 40억5천400만원. 공공도서관의 장애인 예산은 총예산의 0.3%에 불과하다.
종합하면 장애인이 공공도서관에 오가기는 편해졌을지 몰라도, '독서 보조기기'나 '장애인용 열람실'은 부족했다. 장애인용 특수자료와 예산도 적은 게 현실이었다.
결과적으로 공공도서관이 장애인에게 편리하지 않다는 건 '절반의 사실', 특수 자료 부족과 장애인 예산 부족은 각각 '사실'로 판정했다. 공공도서관이 장애인도서관의 대안이 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게 현실이었다.
공공도서관 간 편차 심해…엘리베이터·장애인용 특수자료 없는 경우도
공공도서관 간 편차가 큰 것도 문제다. 오영철 서울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은 "거주 지역에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예를 들면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의 접근성과 편의시설이 잘 되어있는 병원의 경우 멀어도 가게 되지만, 지방 개인 병원은 접근성과 편의시설이 대부분 부족하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공공도서관 중 가장 많은 장애인 특수자료가 있는 곳은 대구광역시립수성도서관이었다. 5만1천702개(2022년)가 있었다. 반면 장애인 특수자료가 없는 공공도서관은 114곳으로 전체 공공도서관의 9.2%였다. 장애인 예산이 없는 공공도서관도 679곳이나 됐다. 전체 공공도서관의 절반이 넘는다. 장애인용 열람석(노인용 포함)이 없는 공공도서관은 314곳으로 전체 4분의 1이 넘는다.
공공도서관과 장애인도서관 10곳을 직접 방문했다. 실제 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공공도서관들이 있었다. 2층에 있는 강남구립대치도서관은 건물 입구에는 경사로가 있었지만, 안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강남구립대치도서관 관계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대신, 장애인을 위한 책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다산성곽도서관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가 36권뿐이었다. 이마저도 유아·어린이용 도서였다.
공공도서관 대안 되기엔 한계 있어…여전히 장애 특화 도서관 필요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송인한 교수는 "공공도서관에서 장애인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통합서비스가 존재한다면 모르지만, 장애로 인한 정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접근성을 높인 장애인 도서관의 유지가 필요하다"면서 "장애인 도서관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공동체·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기능을 한다"고 말했다.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한진 교수도 "공공도서관이 아직 정보 접근 보장 역할을 못 하므로 장애인도서관이 필요하다"면서 "점자, 음성 등으로 구성된 책이라든지 발달장애를 위해 이해하기 쉬운 텍스트로 바꿔주는 것들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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