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과 환상 사이, 가짜들의 ‘유쾌한 반란’…‘유쾌한 FAKE’ 展

김보람 기자 2024. 6.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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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하우스 미술관 작품 20여점 전시
실재·허구 경계서 예술 본질 성찰 “우울·불안한 사회… 즐거움 찾길”
구하우스 미술관의 ‘유쾌한 Fake’ 전시 전경. 김보람기자

 

딥페이크 기술이 진화하고, 가짜뉴스가 난무하면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진실과 거짓이 뒤엉킨 현실에서 ‘가짜’, ‘모조품’ 등을 의미하는 ‘페이크(fake)’가 새로운 형태의 예술표현으로 자리매김했다.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에선 이태수, 다니엘 피르망 등 작가 10명의 작품 20여점을 모아 진실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하는 ‘유쾌한 Fake’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다시 성찰하게 하고, 반전과 위트의 미학을 공유한다. 특히 미술관은 창의와 기발함이 가미된 ‘페이크’가 관객들에게 유쾌하고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발상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①다니엘 피르망 作 ‘Youna’ ②이태수 作 ‘Stone Composition 023’ ③마크 퀸 作 ‘Garden’. 구하우스 미술관 제공

전시장에 들어서면 다니엘 피르망의 작품 ‘Youna’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성이 벽에 기댄 찰나의 순간을 재현한 조각으로, 섬세하고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작가는 한 여성이 벽에 기댄 자세에서 나오는 슬픔, 우울 등 복잡한 감정의 찰나를 포착했는데, 흐르는 시간 속에 정지된 상태의 ‘현재’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특히 성공한 사업가이자 예술가로 알려진 씨킴(CI KIM)의 ‘Shopping bag’은 언뜻 보면 명품 브랜드의 흔한 쇼핑백을 모아둔 듯 보이지만, 청동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쇼핑백을 둘러싼 테이프, 택배용지조차 청동으로 제작해 진짜보다 더 진짜인 듯한 형태를 띠며, 사과나무와 그 주변에 떨어진 사과를 먹는 몇 마리의 쥐를 표현한 ‘사과나무와 사과’ 역시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씨킴 作 ‘Shopping bag’. 김보람기자

이태수는 거칠고 무게감 있는 사물을 정밀하게 묘사해 시각적으로 육중함을 전한다. 전시장 허공을 가로지르는 줄 위에 위태롭게 놓인 커다란 바위는 사실 스티로폼이다. 작가는 ‘Stone Composition 023’ 작품을 통해 가벼운 오브제로 찰나에 느끼는 감각적 치환에 주목했다.

페이크를 가장한 ‘진짜’로 ‘공생’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토마스 사라세노는 거미줄을 오브제로 사용한 작품 ‘Solitary Mapping of Triton’을 통해 인류와 동식물이 공생할 수 있는 유토피아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이 밖에 철에 새로운 물성을 부여해 탐구하는 김경환의 ‘의자의 진화’, 꽃들이 만개한 순간 얼려 죽임으로써 영원히 피어 있는 상태로 역설을 보여주는 마크 퀸의 ‘Garden’ 등을 만날 수 있다.

구하우스 미술관 관계자는 “우울과 불안, 불확실성이 감도는 사회에서 관람객들이 잠시 떨어져 나와 미술관에서 유쾌한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며 “페이크가 주는 놀라움과 반전으로 관람객이 즐거움을 찾고 현실과 허구사이에서 진정한 가치를 탐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8월25일까지.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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