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체하는 韓”…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량 역대 최대

최온정 기자 2024. 6.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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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월 발행액 564억弗… 지난해 40% 수준
亞 시장서 韓 비중 30% 육박… 최대 공급처
높은 신용도에 가산금리 하락… 62bp로 ‘뚝’
美 금리인하 기대감에 채권 발행량 증가 지속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중국물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량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액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올해 발행량도 크게 증가한 상태다. 수요증가에 힘입어 아시아 채권시장에서 한국계 외화채권 비중은 30%를 넘보고 있다.

외화채권(KP)은 국내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해외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 채권이다. 달러화나 유로화 등 통화로 발행된다. 수익률이 연 5% 선으로 높아 국내 투자자는 익숙한 국내 기업에 고금리로 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 1~4월 KP 발행량 219억弗… 작년 연간 실적 39% 수준

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거주자가 발행한 한국계 외화채권(KP) 규모는 총 219억 달러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발행액 564억달러의 38.9% 수준이다.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순발행액은 70억5000만달러로, 작년 연간 실적(167억1000만달러)의 42.2%다. 발행액과 순발행액 모두 작년보다 증가하는 속도가 빠르다.

누적 발행액에서 상환액을 뺀 발행잔액은 최근 5년간 500억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발행잔액은 2019년 1629억3000만달러에서 2020년 1687억8000만달러, 2021년 1816억9000만달러, 2022년 1931억1000만달러, 작년 2098억10000만달러 등으로 증가했다. 올해 4월 말 기준으로는 2168억7000만달러다.

그래픽=손민균

늘어나는 발행액 못지않게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자체 운영하는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따르면 지난해 KP를 발행한 주요 기관의 응찰배수는 2022년보다 평균 2배 이상 증가했다. 수요가 쏠렸던 한 은행은 응찰배수가 2022년 2.6배에서 지난해 14.2배로 급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KP 발행과 수요가 모두 증가하는 것은 KP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 외화채권의 부진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그간 부동산 기업들을 중심으로 외화채권이 발행됐는데, 2021년 헝다(에버그란데) 그룹 부도를 시작으로 부동산 업계가 휘청이면서 중국물 발행량이 급감했다. 이들의 대체수요 중 일부가 KP로 유입되면서 공급과 수요가 모두 늘었다.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이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작년 말 발간한 ‘2024년 한국계 외화채권 발행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와 유로, 엔화로 발행된 외화채권 중 한국물 비중은 29%로 가장 높았다. 한국물 비중은 2020년 8%에서 2021년 11%, 2022년 18%, 2023년 29% 등으로 급증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한국물 비중은 한때 30%였지만 중국물 발행량이 급증하면서 10% 밑으로 내려가기도 했었다”면서 “그러나 헝다그룹 부도 이후 중국물 발행량이 줄면서 한국물의 비중이 다시 커졌다”고 했다. 덧붙여서 그는 “한국에서 외화채권을 주로 발행하는 공기업과 국책은행의 신용도가 높은 점도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요인”이라고 했다.

◇ 美 금리인하 지연·中 경제 부진 변수… “하방압력 줄 수도”

올해도 KP 발행은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추가 긴축을 공식적으로 종료한 데다,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채권 발행기관은 이전보다 적은 이자를 지불하고도 투자자를 끌어모을 수 있어 발행량이 늘어난다.

그래픽=손민균

최근 들어 기준금리와 발행금리의 차이인 스프레드(발행 가산금리)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KP 스프레드는 62bp(1bp=0.01%p)로, 작년 12월(77bp)보다 15bp 내렸다. 공기업과 국책은행의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수요가 쏠리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금리는 하락)한 영향이다.

다만 불확실성도 있다.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이 가장 큰 변수다. 미국의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달(3.4%)에도 3%대를 유지하면서 연준은 금리 인하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약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밀릴 경우 고금리 기조가 유지돼 발행량 증가 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부진이 중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경우 아시아 채권시장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의 주요 무역 파트너다. 중국 경제의 부진은 아시아 경제를 위축시키고, 개별 기업의 신용도에도 영향을 미쳐 발행금리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발행량 감소로 이어진다.

국제금융센터는 “예상보다 급격한 글로벌 성장 둔화와 중국의 경기부진 지속 등이 글로벌 신용시장의 하방 리스크로 잠재하며, 채권 스프레드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에 이어 올해도 또 다른 지정학적 이벤트가 발생할 경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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