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초계기 갈등' 샹그릴라 대화서 "재발방지·국방대화 활성화 합의"
현장 통신 강화, 기존 채널 적극 활용 "이행 계속 점검"
軍고위급 교류 재개 등 군사대화·교류 강화키로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발생한 ‘초계기 갈등’이 8년 만에 재발 방지에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한일 국방장관은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초계기 갈등의 재발 방지를 위해 실무급 협의를 진행해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양측 함정·항공기 간 통신 절차 및 본부 차원의 소통 방안을 포함한 합의문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초계기 갈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고, 이후 1년 동안 실무협의를 진행해 이날 합의에 도달했다.
이번 합의는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강도가 높아짐에 따라 윤석열 정부 들어 양국이 군사·안보적으로 협력하기로 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 장관은 "앞으로 대한민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평시 해상에서 조우할 경우 합의문을 준수해 작전 활동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합의한 재발방지 대책은 국제규범인 '해상에서의 우발적 조우 시 신호 규칙'(CUES)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합의문은 그 목적이 "대한민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간 해상에서 함정·항공기의 원활하고 안전한 운용 보장"이라고 전제했다. 세부 이행 항목으로는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WPNS)에서 채택된 ‘해상에서 우발적 조우 시 CUES가 준수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을 합의했다.
부대의 안전 확보를 위해 CUES에 나오는 함정과 항공기 간 수평거리와 고도 등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양측 지휘관이 피해야 할 행위’ 항목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WPNS는 한국·미국·일본·중국 등 서태평양 25개국 해군의 회의체로, 함정들이 해상에서 우연히 마주했을 경우 안전 확보를 위해 2014년 CUES를 제정했다. 올해 4월부터는 함정과 항공기 간의 안전거리도 CUES에 포함되어 있다.
CUES는 또 시정(視程), 어선 등 교통 밀도, 함정과 항공기의 기동성, 기상 상태 등을 고려해 함정과 항공기 간 안전거리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무기와 사격통제 레이더를 함정 및 항공기 방향으로 조준하는 행위, 조난 경우를 제외하고 신호용 로켓 등을 발사하는 행위, 함정 함교 또는 항공기 조종석에 대한 조명, 조우 함정 인근에서의 곡예비행 등을 지휘관이 일반적으로 피해야 할 행위라고 나열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CUES에 대해 "국제법에 흩어진 규정을 모아 집대성한 권위 있는 규칙"이라며 "처음 제정될 때는 ‘함정 대 함정’이 이슈였는데 함정과 항공기 간 안전거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올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한일 국방당국이 초계기 갈등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보다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갈등을 봉합함에 따라 양국 군사 교류·협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 국방장관은 이날 한일 국방차관급 회의를 연례화하고, 한일 국방정책실무회의와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 간 고위급 교류를 재개하는 등 국방당국 간 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양국 장관은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한일 안보협력이 핵심가치 및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양국에 유익하고 굳건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초석이며, 북한의 위협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해 협력해 나가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신 장관은 회담 후 취재진과 만나 "이로써 우리 함정의 안전이 확보됐다. (초계기 갈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며 "중장급 이상 고위급부터 실무급 교류까지 (초계기 갈등 전) 과거에 했던 것을 복원하고, 그 과정에서 발전시킬 수 있는 게 있다면 더 발전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회담 결과를 2일 있을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장관과 공유하겠다고 언급한 뒤 "한미일이 같이 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할 것"이라며 "한미일 협력도 더 공식화되고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앞으로 교육과 훈련으로 계속 연습하면서 신뢰를 쌓아가겠다는 과정이 있다"며 "한 번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합의가 이행되는지를 국방 당국 차원에서 계속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의문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이뤄진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일본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의 회담 이후 공동언론발표문에서 공개됐고, 추후 한국 해군참모총장과 일본 해상막료장이 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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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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