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히로부미 손자가 라인매각 압박? 민족주의 대응이 본질일까

금준경 기자 2024. 6. 1. 22: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화연대, '플랫폼 공공성의 관점에서 라인사태 다시 읽기' 토론회
원용진 "플랫폼 네이버 문제와 시민의 관점 빠졌다" 지적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라인 일본서비스 홈페이지 갈무리

“이토 히로부미'라는 말이 없더라도 공공성을 이야기하면서 분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용진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명예교수가 지난달 30일 문화연대가 주최한 <플랫폼 공공성의 관점에서 라인사태 다시 읽기> 토론회에서 밝힌 말이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선 라인야후 매각 압박 행정지도를 결정한 일본 총무성 장관이 이토 히로부미의 5대 손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원용진 교수는 플랫폼으로서 네이버의 성장 과정에 주목하며 라인야후 매각 논의에서 '시민'이 빠진 점을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부의 소극적 대응에 비판적 견해를 보이면서도 '민족주의적 대응'이 본질이 아니라고 했다.

'거대 플랫폼' 네이버, '시민'의 권리는?

토론회 발제를 맡은 원용진 교수는 “플랫폼의 성장에는 여러 사회적 기여가 있었다. 이용자의 기여 없이는 성장할 수 없는 사업이다. 네이버 성장에 기여한 지식IN은 이용자들이 대부분의 정보를 만들어낸 서비스”라며 “여기에 국가나 공적기관의 투여, 언론사의 뉴스제공, 그리고 이용자의 (인터넷 이용에 따른) 데이터 노동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를 하나 키우는 데 온 세상의 노력이 다 든다는 말처럼 네이버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 원용진 서강대 명예교수(오른쪽)가 문화연대 주최로 지난 30일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문화연대 유튜브 캡처

원용진 교수는 “그렇기에 네이버에 시민의 권리가 있다는 걸 정당화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담론의 크기를 키우고 유기성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대응엔 “실망”, “'협정'으로 대응해야”

정부 대응에 관해 원용진 교수는 “대통령이 외교의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는데 잘못된 것 아닌가. 이 것 이상의 외교가 있는가.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이 없는 거 아닌가”라며 “부처의 대응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라고 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6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에 관해 “네이버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는 네이버의 의사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며 소극적 행보를 보였다.

전수진 변호사는 “한국과 일본은 2002년 김대중 정부 때 한일투자협정 맺었다. 각 국가의 내국인이 해외진출 했을 때 차별없는 대우를 보장해야 한다는 협정”이라며 “14조는 당사국 요청이 있을 경우 신속히 협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기업이 먼저 나설 게 아니라 정부가 먼저 나설 수 있다고 협정문에 명시가 돼 있다”고 했다.

▲ 전수진 변호사(왼쪽)가 문화연대 주최로 지난 30일 열린 토론회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문화연대 유튜브 캡처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한일투자협정 14조의 협의 요구권을 적극 행사하고, 미해결시 국제중재를 요구해야 한다”면서 “네이버 역시 일본 정부에 협의요청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수진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지분매각 요구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발언에 관해 “우리가 먼저 묻고 답변을 듣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본을 대변하는 듯한 태도가 공분을 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네이버가 지분매각을 경영전략으로 쓸 수도 있다”면서도 “이에 앞서 정부가 최소한 플랫폼 사업에 대해 인지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애국심 고취·반일공세 '본질 아니다' 지적

이번 사안은 일본을 향한 반일 공세와 '토종 서비스를 지키자'는 식의 국가주의적 관점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광석 문화연대 기술미디어문화위원회 위원은 “이제까지 주류화된 논의는 국산토종 플랫폼 보호론이다. 주류 언론, 정치권, 노조, 국민 정서가 보호론에 입각해있다”며 “이토 히로부미 후손이 일본 총무청 수장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네이버 노조는 거북선 기술로 묘사하며 민족주의를 끌어올린다. 조국혁신당은 독도방문까지하며 이런 흐름에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오히려 플랫폼화”라며 “네이버의 안이한 초기대응이 일본 정부 대응이라는 빌미를 준 책임이 있다. 네이버만이 아니라 (빅테크 기업의) 플랫폼 이용자데이터 관리소홀과 부실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대국의 데이터보호주의 경향을 학습할 필요가 있고 정책대응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한일기업 간 구도에서 다뤄지는 데는 불편함이 있다. 이런 관점이 다른 정책을 왜곡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틱톡의 이용을 막고 지분매각을 강제하는 미국을 언급하며 “어느 나라 정부나 자국의 보안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것이 정말 미국의 보안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는지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느냐다”라고 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