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더쉽코리아 2024’ 3박4일 간 축제 ‘후끈’ 글로벌 테마 크루즈 뮤직 페스티벌 국내 첫 개최 부산~日 나가사키 오가며 다양한 이벤트 선봬 내년부터 연 2회 개최…첫 축제는 5~6월경 예상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특별함을 불어넣어 주는 순간들은 더 기억에 오래 남기 마련이다. 페스티벌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일까. 요즘 현대인들은 ‘서울 재즈 페스티벌’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워터밤’ 등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즐길 수 있는 이벤트에 열광한다.
다양한 공연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페스티벌이 육지가 아닌 초호화 크루즈에서 열린다면 어떨까. 여행플러스는 지난 23일부터 나흘 간 열린 세계적인 테마 크루즈 뮤직페스티벌 ‘잇츠더쉽코리아(IT’S THE SHIP KOREA) 2024’를 다녀왔다. 부산에서 출발해 일본 나가사키를 오가며 3박 4일 간 직접 경험하고 느낀 페스티벌 후기와 축제를 지상중계한다. 축제를 더욱 재미있고 실용적으로 즐길 수 있는 꿀팁들도 함께 전한다.
23일 오후 7시, 크루즈에 탑승하기 위해 부산항에 도착했다. ktx 부산역 10번 출구에서 부산항까지 도보로 10분이면 닿는 거리라 동선이 매우 편했다. 집채 아니 상상 이상의 크기를 자랑하는 배가 눈앞에 보였다. 무게만 11만4000t, 길이는 84층 건물 높이인 290m를 눕혀놓은 것과 같다고 하니 말 다했다. 실내도 대단했다. 승객 최대 3780명, 이들이 묵을 객실이 1500개, 승무원 1000명이 탄다. 실로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부산항은 이미 잇츠더쉽코리아에 참여하려는 승객들로 붐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찍 온 게 다행이었다. 출국심사 때 승객이 한 번에 몰려 오래 기다릴 수 있는 만큼 승선 시작 시간에 맞춰가기보다 최소 1시간 이전에 탑승하는 게 낫다.
주위를 보니 탑승객들은 화려한 의상을 차려 입고 축제를 즐기려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탑승 절차를 거쳐 모든 승객이 승선하면 곧바로 안전교육을 진행한다. 배 사고뿐만 아니라 페스티벌 특성상 많은 인원이 몰리다 보니 안전에 더욱 신경 쓰는 듯했다.
교육은 예고한 시간에 사이렌이 울리면 시작한다. 참가자는 객실 내 비치한 구명조끼를 입고 침대 위에 놓인 승선카드(코스타 카드)를 지참한 뒤 이동해야 한다. 이때 카드에 기재된 나만의 비상대피 구역으로 가야 한다. 교육 종료 시 직원이 승선카드에 찍힌 바코드 인식을 통해 교육에 참여했음을 인증한다.
‘잇츠더쉽코리아’ 본격적으로 즐기기
훈련까지 모두 마치면 본격적으로 페스티벌을 즐기기에 나선다. 뮤직페스티벌답게 곳곳에서 신나는 EDM 베이스 음악이 울려 퍼졌고 빨리 축제를 즐길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첫째 날, 메인 스테이지인 9층 ‘크라운 스테이지’에서는 댄스 음악 아티스트 아크레이즈(Acraze)와 1일차 헤드라이너 옐로우 클로(Yellow Claw) 등이 축제의 막을 열었다.
동시에 세컨드 스테이지에서도 DJ들의 공연으로 크루즈 곳곳의 열기를 더했다. 메인 스테이지인 ‘크라운 스테이지’에 확실히 사람이 붐볐지만, 스테이지를 옮겨 다니며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즐기는 것도 축제만의 묘미다.
9층에 위치한 스테이지 모두 야외에 있다. 생각보다 바닷바람이 강하니 얇은 겉옷 하나는 반드시 챙기는 게 좋다. 또한 수영장을 끼고 있어 바닥이 미끄러우니 사뿐사뿐 조심히 걷는 것도 유념하자.
밤새 대한해협을 달린 배는 2일 차 오전 11시에 나가사키에 기항했다. 크루즈 여행의 매력 포인트는 바로 기항지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밤 뜨겁게 달궈졌던 크루즈와는 달리 항구도시 나가사키는 일본만의 매력을 가득 담은 채 잔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나가사키 항구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니 그새 6시간이 훌쩍 지났다. 5시 30분에 열리는 갈라 디너쇼를 관람하기 위해 우리 일행은 몇 시간 서둘러 승선했다. 다른 이들은 예정된 10시간의 기항투어를 꽉 채운 채 복귀했다.
다시 승선할 때는 위치가 헷갈릴 수 있으니 처음에 내린 곳을 지도에 표시해 반드시 기억해두는 게 좋다. 나가사키 항구 쪽과 가까우니 여행의 마지막 코스를 ‘데지마 워프’ 부근으로 잡는 것도 염두에 두자.
배에 오르자마자 시작한 갈라 디너쇼는 사이드 액티비티 중 하나로 3층 세레스 레스토랑에서 막을 올렸다. 승객들은 턱시도부터, 반짝이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입구에서 가면을 하나씩 전달받아 참석했다. 갈라 디너쇼는 드레스코드가 정해져 있다. 이렇게 입어도 될까 싶을 정도의 과하게 느껴지는 의상을 챙겨 가면 후회 없다. 디너쇼는 코스 요리와 함께 선물 이벤트까지 이어졌다. 모두 색다른 경험에 무대를 즐기는 듯했다. 영화 속에서만 보던 가면무도회의 한 장면은 정말 일상에서 두 번 다시 경함하지 못할 순간이었다.
갈라 디너쇼가 끝나고 ‘썬더 프롬 다운 언더’ 공연이 열리는 3층의 지오베 대극장으로 이동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대표 공연으로 잇츠더쉽코리아에서 선보인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모았다. 남성 댄서들의 역동적인 춤으로 시작한 공연에서는 여성 관객들과 함께 무대 위를 화려한 퍼포먼스로 이끌며 분위기를 한층 달아오르게 했다.
3일 차는 오롯이 배에서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어 좀 더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부터 낮 시간대의 아기자기한 이벤트를 두루 즐기기로 했다. 일단 5층 쉽타운에 위치한 헤어 및 메이크업 부스로 갔다. 반짝이는 글리터와 비즈를 얼굴에 붙여주는데 각자 원하는 느낌으로 꾸며줘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밖에도 타투 서비스, 스티커 디자인 등 다양한 부스를 준비해 마음껏 체험하며 즐기기 그만이었다.
크루즈 선내 밖으로 나가 자쿠지 아이스 배스를 참관했다. 튜브로 된 자쿠지에 얼음을 한가득 채워 오래 버티기 게임을 하는 이벤트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시원하고 짜릿해졌다. 특히 전날 열렸던 ‘썬더 프롬 다운 언더’ 속 주인공들이 함께 액티비티를 즐겨 눈길을 끌었다. 승객들과 아티스트가 함께 즐기는 다양한 사이드 액티비티가 밀도 있게 채워져 한 시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3박 4일 동안의 일정을 돌이켜 보니 마치 다른 세상을 다녀온 듯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운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특별함이 컸다. 일상에서 벗어나 완벽한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크루즈에서 먹고 자면서 기항지 여행과 더불어 하루 종일 페스티벌을 맘껏 즐길 수 있다는 것도 꿈만 같았다.
부산항에 도착하기 전 주최사의 굿바이 메시지가 마음을 동하게 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내년에는 3박 4일 일정뿐 아니라 2박 3일 일정도 추가해 1년에 2번 이상의 항해를 고려 중입니다. 내년 첫 항해는 5~6월로 예상하는 만큼 또 찾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