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왜 최태원 회장을 ‘자수성가 사업가’로 봤나 [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법원은 최 회장이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이 최종현 선대 회장으로부터 그룹 경영권을 승계했지만 이후 주식 가치를 높이는 등 기업가치를 높였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는 곧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분을 높이 평가하는 근거로 쓰였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노 관장에 대한 재산분할 규모를 1심에 비해 대폭 늘린 판결을 지난달 30일 내렸다. 위자료와 재산분할 액수는 각각 1심에 비해 20배가량 늘어난 20억원·1조3808억원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뉴시스

최 회장의 SK 지분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지는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다. 앞서 1심은 이를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부부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이나 각자가 관리하는 재산을 뜻하는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 회장의 SK주식을 특유재산으로 인정받아야 했던 최 회장은 재판에서 ‘승계상속형 사업가’와 ‘자수성가형 사업가’라는 구분 기준을 들고 왔다. 본인과 같이 사업을 승계 및 상속받은 경우는 배우자에게 주식 가치 증가의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보수나 상여금 같은 재산에 대해서만 기여를 인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SK그룹 지주사인 SK㈜ 주식을 비롯해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으로 봤다.

재판부는 우선 최 회장 측이 사용한 이런 구분이 근거가 있는 게 아니라고 봤다. 그러면서도 “최종현 선대 회장 사망 후 20년간 최 회장은 자수성가형 사업가의 성격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긴 시간 (사업을) 해왔다”며 “주식 가치 증가에 대해 피고(노 관장)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혼인 당시엔 두 사람이 모두 재산이 많지 않았던 점, 현재 보유한 재산의 대부분이 혼인 생활 중 형성된 점, 경영권 승계 이후 SK 주식 가치가 1주당 100원에서 16만원까지 오른 점 등을 들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