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 성장에 막대한 전력수요 ‘무탄소 전기’로 채운다… 대형원전 3기·SMR 도입
정부가 오는 2038년까지 국내에서 필요한 최대 전력 수요를 239.3기가와트(GW)로 예상했다. 이 가운데 70% 이상을 태양광·풍력 발전과 원전을 함께 늘려 ‘무탄소 전기’로 채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는 31잉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11차 전력기본수급계획 실무안’을 마련해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2년 주기로 향후 15년간 적용될 전기본을 수립한다. 장기 수급 전망을 기반으로 발전 설비 계획 등 세부적인 방안을 포함시킨다.
이번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 국내 최대 전력수요는 129.3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지난해 하계 전력피크 당시 98.3GW 대비 31GW 증가한 규모다. 목표수요는 연평균 1.8%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같은 배경은 오는 2030년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으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실무안에서 반도체 제조기업 1.4GW, 데이터센터 4.4GW, 산업·수송·수소 등에서 11.0GW 추가 반영했다.
이를 기반으로 적정예비율인 22%를 적용하면, 2038년까지 국내에 필요한 발전설비 용량은 157.8GW로 산출됐다.
부족한 전력은 신재생에너지를 우선해 충당한다. 앞선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보급 계획, 10차 전기본에 따른 원전 건설 계획, 노후 화력 발전소 대체 등을 고려하면 2038년까지 설치가 확정된 발전소의 설비용량은 147.2GW로 추산됐다.
이번 전기본 실무안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기존 10차 전기본 계획에 비해 높일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이전에 10차 전기본은 2030년까지 태양광·풍력 설비 보급 목표를 65.8GW로 제시한 바 있다. 이번 11차 전기본 실무안에서는 2030년 목표를 72GW로 상향했다.
또한 10차 전기본은 적용 마지막 해인 2036년 태양광·풍력 설비 보급 목표를 99.8GW로 제시했지만, 11차 실무안은 마지막 해인 2038년 목표를 115.5GW로 설정하면서 보급 목표를 올렸다.
2022년 기준 국내 태양광·풍력 설비용량은 23GW다. 2030년까지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 설비가 3배 이상으로 확충되는 셈이다.
아울러 실무안에는 10차 전기본에서 확정된 노후 석탄 발전소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전환을 지속하면서 새로 적용되는 2037∼2038년 설계 수명 30년이 도래하는 노후 석탄 발전소 12기를 양수·수소발전 등 무탄소 전원으로 바꾸는 내용을 들어갔다.
전기본 총괄위는 2038년까지 설비용량 157.8GW가 필요한 상황에서 설치가 확정된 설비용량 147.2GW를 제외하면, 10.6GW 규모의 발전소를 신규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예상했다. 이에 2031년부터 단계적 도입법을 제시했다.
우선 2031∼2032년에는에 예상되는 부족분 2.5GW는 LNG를 활용한 열병합 발전으로 설비를 충당한다.
오늘날 다수 민간 사업자가 LNG 열병합 발전 사업 참여를 희망하고 있는만큼, 우선 올해 2032년 가동될 1.1GW 물량의 시범 입찰을 진행한다.
1.5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한 2033∼2034년도 전력 수급 과도기로 보고, 향후 수소 혼소 방식으로의 전환을 전제로 한 LNG 열병합 발전기나 100% 수소 이용 등 무탄소 발전 설비를 활용한다. 다만 최종 결정은 다음 전기본에서 정하도록 했다.
2.2GW의 신규 발전 설비가 필요한 2035∼2036년에는 ‘차세대 소형 원전’인 SMR에 0.7GW 물량을 할당했다. 전기본에서 현재 연구개발 중에 있는 SMR의 도입을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2034년 하반기 첫 모듈 설치를 시작으로 총 4개 모듈을 순차적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4.4GW의 신규 설비가 필요한 2037∼2038년에는 에너지 구성비와 경제성 등을 고려해 일반 대형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이 권고됐다.
최신 한국형 원자로인 ‘APR-1400‘ 1기의 설비용량이 1.4GW인 점을 감안할 때, 최대 3기까지 원전을 건설할 수 있다.
대형 원전은 부지 확보 기간을 포함해 건설에 약 13년 11개월이 걸리면서, 신규 원전은 빨라도 2037년 이후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차 전기본이 확정되면 정부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부지 선정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기본이 확정되면 한수원이 부지 확보부터 진행하게 된다”며 “(올해) 연말 시작하면 2037년에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기본 실무안이 확장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원전을 양대 축으로 한 무탄소 에너지의 비중은 2023년 39.1%에서 2038년 70.2%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번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향후 환경영향평가, 정부 부처 간 협의, 국회 보고 등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11차 전기본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조화로운 확대로 탄소중립에 적극 대응하고, 화석연료의 해외 의존도 감소를 통해 에너지 안보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규 원전이 진입하고 수소 발전이 확대되는 한편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발전도 대폭 증가해 본격적 무탄소 에너지 시대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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