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비난 쏟아낸 해병대 예비역들…특검법, 與에 비수 되어 돌아오나
보수 성향 짙지만, 與에 강한 반발
야권은 해병대 예비역들 접점 늘려
“너희는 보수가 아니야! 보수를 사칭하는 OOO들이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지난달 28일 오후 국회 방청객석에서는 고함과 야유, 욕설이 쏟아졌다.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되자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고성을 지른 것이다. 해병들의 울분 섞인 항의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그간 국내에서 보수 성향 정당이 활동을 펼칠 때마다 나란히 서서 한목소리를 내 온 곳이 바로 해병대 관련 단체들이었다. 이날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에 동조하는 해병대 예비역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진 사이에서도 “낯설다”는 말이 오갈 정도였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석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참석자 기준으로는 196명이 찬성해야 특검법이 통과되지만, 찬성표는 179표에 그쳤다. 반대가 111표, 기권이 4표였다.
법안이 최종 부결되면서 국민의힘은 잠시나마 한숨 돌리게 됐다. 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에도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부결 당론을 채택하는 등 내부 단속에 혈안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총선 참패 후 구성된 새 지도부의 첫 도전 과제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전쟁에서도 승기를 거머쥘지는 미지수다. 192석에 달하는 범야권을 상대할 국민의힘 의석수는 21대 113석에서 22대 108석으로 줄었다. 그런 가운데 민주당은 새 국회의 1호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특별법’을 채택·발의했다.
22대 국회 첫날부터 야권이 공세를 시작한 가운데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보수층의 ‘내분’까지 초래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 정계 관계자는 “국회에서 목소리를 낸 그 해병대 예비역들이 기존에 다른 정치 집회에 참여했는지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중요한 건 해병대 옷을 입은 이들이 공개 석상에서 국민의힘과 반대편에 선 채 당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탄핵 반대 집회를 비롯해 보수 집회와 활동에 해병대 전우회가 단골 아니었나”라며 “애국, 보수 등 키워드를 표방해온 국민의힘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들이 채상병 특검법을 계기로 돌아서고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특검이 사안의 실체적 진실에 대한 수사보다 정쟁의 요소로 활용될 수 있다는 데서 반대하고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은 최근 이를 강조하며 “지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공수처와 경찰 등의 수사가 마무리된 뒤 미흡한 부분이 있을 경우 여야 합의를 통해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야권과의 강 대 강 대결 구도는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 또다시 조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남권 출신에 해병대 예비역인 한 유권자는 “국민의힘이 아닌 다른 정당을 지지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일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며 “당국의 수사가 끝나고 국민의힘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다른 해병대 예비역들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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