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교류 걸림돌' 초계기 갈등, 5년반 만에 봉합
국방부 "한일 협력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 마련" 평가
(싱가포르·서울=연합뉴스) 김준태 김지헌 기자 = 한국과 일본이 2018년 말 이래 진실 공방을 벌이며 5년 넘게 끌어온 이른바 '초계기 갈등'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사실관계에 대한 이견은 여전하지만, 장차 있을 수 있는 추가적인 갈등을 없애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재발 방지책 합의에 도달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은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제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회담하고 초계기 갈등에 대한 양측의 재발 방지 대책 합의문 내용을 담은 공동언론발표문을 결과물로 내놨다.
회담에는 해군과 해상자위대 관계자도 참석했고, 양측은 방지책을 담은 합의문에 향후 한국 해군참모총장과 일본 해상막료장이 서명하기로 했다.
1년여 실무 협의 과정을 거친 이번 합의는 서로 다른 사실관계 주장에서 출발했고 이견이 여전한 이상 최종 발표에 이르기까지 논의가 지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초계기에 의해 함정 안전이 위협받았다고 강조하는 한국으로서는 '안전거리'와 '비행기 고도'가 핵심 키워드일 수밖에 없었고, 반면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를 당했다는 주장을 펼쳐온 일본은 '위협 비행'을 인정하는 모양새를 피하고자 노력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양국은 사실관계 문제는 접어둔 채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재발 방지 방안을 찾는 데 집중했고, 그 결론으로 '원활한 의사소통 체계'가 중요하다는 데 이르렀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전했다.
무선통신에 필요한 주파수 우선순위를 미리 정해두고, 해군과 해상자위대 간 본부 차원의 채널을 활용하며, 의사소통을 위한 훈련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자는 재발 방지책은 그런 결론에서 비롯됐다.
25개국 해군이 구성한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WPNS)에서 제정한 국제 규칙인 '해상에서의 우발적 조우 시 신호규칙'(CUES)을 토대로 함정과 항공기 간 수평거리 및 고도를 유지해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합의에 대해 "일방이 양보했다든가 하는 관점에서 벗어나서 상호 수용할 수 있는 안을 채택했다"며 "이번 합의로 그간 한미일 안보협력의 '미싱 링크'(잃어버린 고리)였던 한일 협력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초계기 갈등은 2018년 12월 20일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근처로 날아온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면서 불거졌다.
사격통제 레이더는 구축함에서 운용하는 대공무기를 발사하기 전 목표물의 거리와 고도 등을 파악하는 레이더로, 이 레이더를 켰다는 것은 교전 임박을 의미한다.
한국 측은 레이더 조사는 없었고 오히려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근처에서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반박했다.
당시 우리 해군은 북한 어선 수색을 위해 탐색 레이더를 가동했으며, 일본 초계기가 접근하자 이를 식별하고자 피아식별장치(IFF)와 광학추적장비(EOTS)를 초계기 쪽으로 돌렸다.
일본 측은 이를 두고 한국 해군이 사격통제 레이더를 가동해 초계기를 향해 전자파를 조사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이후 일본은 이듬해 1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우리 함정에 대한 초계기 위협 비행을 감행했다.
당시 합동참모본부가 공개한 사진에는 2019년 1월 23일 이어도 인근 해상에서 일본 P-3 초계기가 약 60m 고도로 해군 대조영함 우현을 통과하는 장면이 나왔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발표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면서 이와 같은 초저고도 위협 비행을 전면 부인했다.
이후 한일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고, 국방 당국 간 교류는 전면 중단됐다.
한일 국방 당국이 각자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이 사안은 북한 핵·미사일 고도화에 따라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우선 한일이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해결의 단초가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제20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이 만나 초계기 갈등에 대해 양측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고 이후 협의를 이어왔다.
이번 합의에는 한일이 통신 훈련도 함께 진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만큼 그간 해상 구조 등 인도주의적 범주에서만 이뤄지던 양자 훈련의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 간 초계기 갈등이 봉합되면서 양국 군사협력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양국 국방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일 국방차관급 회의를 연례화하고, 한일 국방정책실무회의와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 간 고위급 교류를 재개하는 등 국방당국 간 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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