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5년반 묵은 ‘초계기 갈등’ 재발 방지 합의문 전격 도출
“북한 위협 억제 위해 한일 안보협력 필수”
“양국, 원활한 통신 통해 접근 의도 오해 방지”
양국 항공기-함정간 안전거리 국제 규칙 준수 합의
한국과 일본이 2018년 우리 해군 함정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사이에 발생한 ‘초계기 갈등’과 관련, 양국 간 통신 주파수의 우선순위를 정해 서로에게 공격 의도가 없다는 사실을 알리는 소통을 보다 원활하게 하는 등의 재발방지책을 담은 합의문을 도출했다. 지난해 6월 미래 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 양국 입장을 그대로 둔 채 갈등을 봉합하기로 한 데 이어 재발방지책까지 마련하면서 5년 반을 끌어온 초계기 갈등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대북 억제력 강화를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미싱 링크(잃어버린 연결고리)’였던 한일 협력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초계기 갈등은 2018년 12월 20일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 함정이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했다고 일본이 주장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우리 군은 레이더를 조준한 사실이 없고 오히려 일본 초계기가 우리 함정을 향해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양국 군사협력과 군 당국간 교류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이 사건은 대북 억제력 확보를 위한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의 최대 걸림돌이 돼왔다.
●“양국 원활한 소통 통해 재발 방지”
양국은 회담 종료 후 공동언론발표문을 내고 “양국 함정·함공기 간 통신 절차 및 (한국 해군-일본 해상자위대) 본부 차원의 소통 방안을 포함한 합의문을 작성했다”며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평시 해상에서 조우할 경우 이 합의문을 준수해 작전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 장관은 한일 안보협력이 한미일 안보협력의 초석이며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데 있어 필수적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사건 발생 5년 반 만에 재발방지책 마련에 전격 합의한 배경도 밝혔다.
신 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한국 기자들을 만나 “앞으로 한일 신뢰 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나아가 한미일이 안보 협력을 더욱 더 발전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미일은 물론 중국, 호주 등 25개국이 참여한 서태평양해군심포지움(WPNS)이 2014년 만장일치로 합의한 규칙인 ‘해상에서의 우발적 조우 시 신호 규칙(CUES·큐스)’에는 이미 함정 대 함정은 물론 함정 대 항공기간 충돌을 막기 위해 여러 주파수를 이용해 무선 통신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10개 안팎의 주파수가 우선순위 없이 나열된 형식이어서 초계기 갈등 당시와 유사한 상황에서 서로 다른 주파수를 사용할 경우 소통이 되지 않아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초계기 갈등 발생 당시 한일이 서로 다른 주파수를 사용해 통신하는 바람에 서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큐스를 기본으로 하되 이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한일 간 통신 주파수 우선순위를 정한 만큼 앞으로는 소통 확률이 높아져 서로의 의도를 오해하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국제 규칙 규정 함정-항공기 안전거리 준수 합의
양국은 큐스에 규정된 양국 함정-항공기간 안전거리 및 고도를 준수하자는데도 합의했다. 기존 큐스에는 함정 대 함정이 유지해야 할 안전거리 및 고도 관련 규칙만 있었다. 함정 대 항공기가 유지해야할 거리 및 고도 관련 내용은 없었지만 올해 4월 큐스가 개정되며 관련 내용이 새롭게 포함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일 간 합의문에 안전거리 및 고도 준수 관련 문구가 들어갈 경우 일본이 그간 부정해온 우리 함정에 대한 자국 초계기의 저공 위협 비행을 인정하는 격이 될 수 있어 합의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다행히 큐스가 한미일 등 25개국의 만장일치로 개정되며 함정-항공기간 안전거리 관련 내용이 추가되면서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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