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에 빠진 회 먹어봤어?”…맛·서비스·분위기 모두 특별한 ‘인생 맛집’ [특슐랭 in 뉴욕]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2024. 6. 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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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The Modern
가격: 4코스 메뉴 150달러(점심)
주소: 9 W 53rd St, New York, NY 10019
‘더 모던’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인 ‘계란 위 계란 위 계란(eggs on eggs on eggs)’ [윤원섭 기자]
뉴욕 3대 미술관이라 불리는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MoMA·모마). 이곳에 가면 1층 전시관 통창 바깥에 정원이 펼쳐져 있다. 모마를 만든 ‘애비 알드리치 록펠러 조각 공원’이다. 그 정원을 자세히 둘러 보면 또 다른 유리창 안으로 식당이 보인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식당이 있는 경우가 드물진 않지만, 이곳은 특별하다. 뉴욕을 대표하는 미술관 모마에 걸맞게 맛, 서비스,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뉴욕을 대표하는 인생 맛집이기 때문이다.

식당 이름은 모마에서 따온 ‘더 모던(The Modern)’이다. 뉴욕시에서 2024년 미슐랭 2스타를 받은 12곳 중 한 곳이다. 뉴욕타임스 기준으로는 3스타.

가격은 명성 만큼 높다. 점심 4코스 메뉴가 150달러, 테이스팅 메뉴 275달러. 저녁은 테이스팅 메뉴로만 275달러다. 테이스팅 메뉴는 적은 양의 음식이 여러개가 차례차례 나와 온전한 식사 한끼를 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예약은 필수다. 더 모던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식당 입구는 좀 헷갈릴 수 있다. 모마 입구가 아닌 옆옆 켄 그리핀 건물(The Kenneth C. Griffin Building) 입구로 들어가야 한다.

안내를 받고 자리에 앉으면 먼저 어떤 물을 마실지 서버가 물어본다. 탄산수(sparkling water)와 일반수(still water) 중 선택하면 되는데, 공짜였다. 대게 뉴욕 식당에서 이런 질문에 답을 하면 해당 생수병을 가지고 와서 따라주는데 이곳엔 큰 자체 물병을 가지고와서 따라주었다. 이어 손 닦는 물수건이 나왔다.

주문은 점심 4코스 메뉴를 했다. 보통 4코스 메뉴라면 여러 항목 중 하나 씩 총 4가지를 선택하는 건데 첫번째는 선택권 없이 고정이었다. 바로 더 모던의 시그니처 메뉴인 ‘계란 위 계란 위 계란(eggs on eggs on eggs)’이다.

계란 위 계란 위 계란(eggs on eggs on eggs)
이 메뉴는 큰 계란 모양의 접시에 담겨 나온다. 세개의 계란 중 하나다. 그 속을 열면 맨 아래엔 계란으로 만들어진 부드럽고 크리미한 소스가 깔려져 있고, 그 위를 계란 노른자가 반쯤 익혀진 채로 있어서 계란이 총 세개다. 여기에 캐비어와 직면육면체의 튀긴 빵이 작은 양파와 함께 이 메뉴가 완성된다. 노른자는 터트려서 바닥의 소스와 섞어 새로운 소스가 되고, 여기에 바삭함과 살짝 단맛으로 무장한 빵을 담백함이 일품인 캐비어와 크리미한 소스에 찍어 함께 먹는 맛이 천상의 조화를 이룬다. 빵은 추가로 하나가 따로 나오는데, 빵을 다 찍어 먹어도 소스가 남고, 이 때문에 작은 스푼이 함께 나온다.
감귤류로 숙성한 부시리 회. [윤원섭 기자]
두 번째 애피타이저 메뉴로는 샐러드, 회, 라비올리 중 선택해야 한다. 회를 추천한다. 정확한 메뉴 이름은 ‘감귤류로 숙성한 부시리 회(citurs cured hiramasa and green tomatoes, whole milk burrata)’다. 부시리는 방어랑 비슷하지만 약간 덜 느끼한 생선회로 상큼한 소스와 정말로 얇게 썬 그린 토마토와 부라타치즈까지 함께 먹으니 이 또한 회 맛의 궁극을 만들어낸다. 보통 회를 간장이나 초장, 된장 등에 찍어 먹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요리였다.

메인으로는 랍스터, 치킨, 오리 세 가지. 만일 고기를 좋아한다면 오리를,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랍스터를 추천한다.

3주 숙성한 오리. [윤원섭 기자]
오리 메뉴는 ‘3주 숙성한 오리와 프랑스 프로방스 하얀 아스파라거스와 블랙 트러플(duck, aged three weeks, with provencal white asparagus and black truffle)’이다. 우선 오리를 한 점 썰어 먹으면 소고기 스테이크와 같이 연하고 쫄깃한 맛이 압권이다. 오리 특유의 비릿함은 전혀 나지 않았다. 같이 나온 하얀 아스파라거스는 녹듯이 부드러웠고 블랙 트러플과 함께 먹으면 그 향이 잘 어울렸다.
구운 랍스터. [윤원섭 기자]
랍스터를 시켜도 후회하지 않는 맛이다. 메인주(州)산 랍스터로 생물을 사용해 신선하고 졸깃하며 뿌려진 크림 소스가 맛을 배가했다. 작은 감자와 살구와 함께 먹으니 담백함과 상큼함이 추가된다.
딸기 엘더플라워 파블로바. [윤원섭 기자]
디저트로는 바바 케이크, 딸기 파블로바, 초콜렛 등 세 가지 중 딸기 파블로바(strawberry and elderflower pavlova)를 선택했다. 파블로바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흔한 디저트로 머랭 기반 케이크다. 더 모던에서는 맨 위에 딸기 샤베트를 그 아래 엘더플라워로 만든 쿠키를 맨 아래에 머랭이 위치했다. 조금씩 잘라 한꺼번에 세 가지를 맛보 달콤 새콤한게 입안을 기분을 고조시켜준다.
뉴욕은 전세계 음식을 모아놓은 요식계의 멜팅팟(melting pot)입니다. 맛집도 그만큼 많습니다. 어디서 먹으면 좋을까 고민할 수 밖에 없죠. 그 고민을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로 덜어드립니다. 직접 내돈내산으로 먹고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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