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저 연기에 '진심'이에요"..이 뽑고 도전한 이열음의 '더 에이트 쇼'(종합)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이 친구 누구야" 소리가 가장 많이 나왔던 작품이 아닐까. 이열음(28)이 '더 에이트 쇼'로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대중을 찾았다.
이열음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한재림 이현지 극본, 한재림 연출)의 '4층'을 연기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활약을 보여줬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이열음은 "10개월을 촬영하며 세트 안에서 갇혀있으니 전우애가 생겼다. 배우들끼리도 당연히 새로운 가족이라는 생각에 끈끈함이 생겼는데, 스태프들도 외부에서 마주치면 너무 반가울 정도로 신기하다"면서 "첫 OTT 작품에다가 넷플릭스로 공개가 된다니 떨리기도 했다. 너무 좋은 작품으로 보여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갇혀서 움직였던 만큼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했는데, 작품이 나왔을 때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았고, 주변에서도 연락이 와서 기뻤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TOP 10 웹사이트에 따르면 '더 에이트 쇼'는 5월 20일부터 5월 26일까지 4,800,000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등극했다. 한 아르헨티나,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이집트,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포함한 총 68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올리며 공개 2주차에도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열음은 "친구들은 생중계를 해가면서 저에게 연락을 주기도 했고, 심지어 '8층을 뽑지 왜 4층을 뽑느냐'면서 얘기를 해줘서 재미있었다. 제가 4층인 것을 두고 '너도 한 번에 운이 오는 게 아니라, 계속 열심히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4층과 비슷하다'는 얘기도 해줘서 놀랐다. 진지하게 내 인생을 받아준다는 생각이었다. 부모님도 재미있게 보셨다. '네가 힘들었겠다'고 하시더라. 4층이 방 안에서는 얄밉다가 사실 밖에서는 친구들에게 무시를 당했던 모습을 보시면서 마음이 안 좋았다고 하시더라. '네가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보였다'고 하셨다. 엄마(배우 윤영주)는 그 작품에서 딸을 보는 것 같다고 하셨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마음이 이상했다. 엄마가 나를 인정하고 나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이 마음이 좋으면서도 울컥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엄마가 '네가 그런 삶을 살아왔다는 게 보였다'고 하셔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특히 생니가 빠지는 연기까지 선보였고, 여배우로서는 비주얼을 어느 정도 포기한 채 연기해야 했기에 어려운 점도 있었을 터. 이열음은 "전에 엄마는 제가 죽는 신은 못 보겠다고 하시더니, 이가 빠지는 신은 웃기셨나 보다. 재미있게 보셨다"면서 "사실 그게 초록색 이를 붙여서 CG(컴퓨터 그래픽)로 가릴 수 있게 한 거다. 대본을 받았을 때는 빨리 이가 빠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본에 이가 빠진 발음 그대로 써있었다. 빨리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기다렸던 것 같다. 오히려 이빠진 소리를 많이 내는 게 이해가 되게끔 더 많이 뽑고 싶다고 생각했고, 어금니를 뽑혔다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우리가 이가 빠지가 나서 치료를 받거나 지혈하지 않으면 잇몸이 찢어져 있잖나. 그래서 혀가 닿으면 아프기도 하고. 그런 것처럼 혓바닥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 모르겠기에 발음이 샌다는 설정을 했다. 제가 걱정된 것은 보는 분들이 '발음이 돼 저래?'라고 하시면서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실까봐였다. 그래서 표정을 더 많이 쓰면서 '잘 보세요. 저 이가 빠졌어요!'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더 열심히 연기했다"고 했다.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캐릭터로도 그려졌던 4층을 위해 이열음은 여러 연구를 거쳤다. 그는 "뇌전증 환자 연기를 위해 투병 중이신 분의 기록을 보기도 했다.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런지, 병을 이겨내고 싶어하는 분들이 기록을 자세히 해두셨다. 간질발작 증상의 모습을 연구했던 것 같다. 간질 발작을 하다가 기절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고, 서서히 경직이 풀면서 돌아오게 되는데 그 과정이 오래 걸리더라. 그래서 기본적 지식을 공부하고 브이로그도 열심히 봤다. 계단을 뛸 때에도 몸이 말을 안 듣는다는 설정을 제가 넣어가면서 디테일하게 신경을 썼던 것 같다. 기절한 뒤 끌려갈 때도 완전히 기절한다는 대본대로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눈을 깜빡거리고 손도 까딱이면서 디테일을 추가하려 노력했다. 간질 발작을 하는 분들이 눈을 깜빡거리며 상황을 극복하려 하는 모습들을 살짝이라도 넣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정도로 열정적으로, 자신의 캐릭터에 디테일을 부여한 덕에 전과는 달라졌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열음은 "항상 저는 열심히 해왔는데, 잘 모를 때에는 무조건 열심히만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했던 것 같다. 이번에 '더 에이트 쇼'를 하면서 긴장도 하고, 책임감도 있고, 좋은 선배님들과 작업을 하다 보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스스로가 열심히 했다고 느꼈던 과거가 있으니, 내 스스로 100% 열심히 했다고 느꼈어도 다른 분들이 보면 70%였다. 그러니 200%를 하자고 생각했다. 준비를 더 하고 가니 아쉬운 부분도 생기고, 모르겠는 부분도 생겼지만, 항상 여러 상황이 펼쳐졌고, 새로운 분들과 연기를 하면서 고민을 충분히 하니까 '나에 대한 믿음을 갖자'고 생각하게 됐다. 부족할지언정, 믿음을 갖고 갔을 때 여기에 나를 맡겨서 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열음은 "그렇게 했을 때 4층으로서 나오는 연기도 훨씬 더 편하고 재미있던 것 같다. 내가 즐길 때 연기가 좋지, 내가 즐기지 못하는 연기가 좋은 연기가 되지 못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연기나 작품에 대해 부담이나 긴장보다는 즐길 수 있겠다는 변화를 느꼈다. 받았을 때 긴장보다는 즐거움을 찾고, 이 사람에 대한 애정을 좀 더 가질 수 있겠다는 살짝의 용기가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더 에이트 쇼'를 통해 '욕망'도 생겼다는 이열음이다. 그는 "어차피 뭔가 한 번 선택하는 것, 애매하게 사는 것보다는 뭐든 해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어떤 일이든 그런 마인드가 생겼다. 그래서 조금 어렸을 때에는 '오래 별 일 없이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도전도 해보고 싶고, 나의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이번 작품은 내가 연기적으로 최선을 다했을 때 내가 잘했든, 못했든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된 것 같다. '이런 기분이 즐겁고 좋았지'라는 생각때문에 도전의식도 생겼고, 그 도전의식에 대한 용기를 넣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저의 20대가 끝나가는데, 20대를 또 다른 도전을 하면서 잘 마무리하고, 30대에 들어갈 때에 좀 더 제가 용감하게, 오로지 내가 나를 믿고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다. 이열음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보여드렸던 모습때문에 '이 사람은 연기에 진심인 배우구나'라고 느껴주시는 것이 가장 목말랐다. 제가 연기에 대한 고민과 연기에 대한 진심을 갖고 있는 배우라고 기억을 해주셔서, 앞으로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고 하는 배우로 남을 수 있게 열심히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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