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일이라 할 수 있는 거겠죠. 모형협회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있고 쉽지 않지만 우직하게 끌고 가야죠. 이익을 바라고 하는 거면 벌써 흐지부지 됐을 거예요.” - 강신금 한국모형협회장-
키위맨 모형 아카데미
“71년 처음 모형을 접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 프라모델에 빠지게 됐고, 이렇게 50년 가까이 프라모델 취미생활을 즐겨왔습니다.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는데 그곳에서 ModelShop을 운영했었요. 마침 근처에 ‘IPMS’라는 인터내셔널 플라스틱 모델러스 소사이어티(International Plastic Modeller’s Society)라는 각 나라마다 지국이 있는 국제 모형단체가 있었는데 매달 한 번씩 모임이 있었거든요. 각자 만든 작품을 보이며 모형 얘기를 나누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그런 커뮤니티 활동 경험을 겪어보질 못했기 때문에 정모하는 날이 너무 좋고 기다려지더라고요. 삶의 활력소였죠.”
“2005년에 이민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해서 그 좋은 기억 때문에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었어요.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한국에도 몇몇 온라인 동호회가 있었는데 오프라인 모임은 없었어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친분을 쌓고 인근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을 해서 저희 집에서 매달 오프라인 모임을 시작했어요. 매달 너댓 명씩 모여서 작게 시작했죠. 그렇게 1년 정도를 모이다 작업실 겸 모임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져 ‘키위맨 모형 아카데미’가 시작됐죠. 매월 셋째 주 금요일 마다 모임을 하고 있어요. 모형을 사랑하면 누구든 올 수 있는 곳입니다.”
스케일모형
“영어로 모형을 표기할 때 ‘Fine Scale Modrling’이라고 하는데 건프라나 캐릭터 모형과는 조금 차이가 있어요. 말 그대로 실물을 축소한 모형이기에 실물과 얼마나 오차 없이 만드느냐가 스케일모형의 핵심입니다. 처음 접하시는 분들에게는 쉽지 않겠지만 쉽고 간단한 키트로 시작해서 완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성취감을 먼저 맛보면 좋을 것 같네요. 경험이 쌓이면 좀 더 정밀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지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만들고자 하는 모형에 대한 배경과 역사에 관한 자료도 찾아보게 되고 알게 되는 재미도 있어요. 아는 만큼 보이게 되는 거죠.”
한국모형협회
“나무로 된 1/60 스케일 거북선을 근사하게 만들었는데 그냥 집에 두고 혼자 보기가 아깝더라고요. 여러사람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하고 제 터전인 성남시청을 찾아 로비 전시를 건의했는데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더라구요. 시 입장에서는 관리 목록에 올리고 예산이 들어가기도 하고, 또 워낙 이런 요청이 많다 보니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작가들이나 겨우 심의에 올라갈 정도더군요. 생각해보니 당연히 그렇겠더라구요. 그때 막연히 모형협회가 만들어지면 일이 좀 수월해지지 않을까 생각만 했었죠.”
“그러던 중 아카데미과학에서 문방구 시리즈로 옛날 초창기 현대차들이 시리즈로 나왔거든요. 반가운 마음에 현대차 홍보실쪽에 ‘포니’만들기 어린이 모형대회를 열자는 건의 메일을 보냈는데 답이 없더라구요. 그것도 그럴 것이 한 개인의 뜬금없는 건의가 받아들여지는 것도 쉽지 않았을 거예요. 관공서에도 여러 번 모형전시를 위해 장소협찬을 요청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구요. 그냥 모형아카데미 대표라는 사람이 와서 요청을 하니 ‘뭔가 장사를 하려는게 아닌가’란 인식도 있었을 거예요.”
“주변 분들과 이런 얘기를 공유하다 보니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서 협회창단을 본격적으로 진행을 하게 되었어요. 우리나라에서 모형은 조립완구라는 용어로 불리고 완구라는 인식이 강하게 뿌리박혀 있었거든요. 일단 ‘이런 인식을 바꿔보자!’라는 생각으로 모델러들이 의기투합 해서 2019년 12월에 발기인 대회를 하고 협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협회는 협회장인 저 이외에 전 특전 사령관 전인범 장군(유엔사 군정위 수석대표, 제27 보병 사단장)이 고문으로 계시고 정환 부회장과 강제모, 김경환, 이원희, 이종환, 황선휘, 손재호, 전영수, 정흥교, 최민성, 최창규 10인의 이사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자 본업에 뛰고 계신 분들이 순수하게 본인의 시간을 쏟아 도와주고 계십니다. 회원을 따로 받지는 않지만 많은 동호회들,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계를 맺고 있어 한 20만 명 된다고 할 수 있어요.”
“중점사업으로는 전쟁기념관과 공동 주최하는 ‘세계밀리터리모형페어(WMMF)’ 개최 및 국제 대회 육성, 모형 교육용 교재 제작(유튜브 채널 포함), 각종 모형 서적 출판 사업 등이 있습니다. 또 모형 동호인과 업체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모형 인구 저변 확대에 기여, 모형 취미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어요.”
세계밀리터리모형페어(WMMF)
“협회 고문이신 전인범 장군이 모형 마니아세요. 전 장군님이 적극 도와주셔서 2021년 전쟁기념관에서 ‘세계밀리터리모형페어(WMMF)’를 개최하게 되었고 작년까지 3회 열렸습니다. 올해도 준비 중입니다. 일회성이 아닌 매년 하는 대회가 되니 오히려 해외에서 관심이 더 많아요. 모형문화가 고급취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동남아 쪽에서는 이미 WMMF 메달을 받기 위해 준비하는 모델러들도 많구요. 올해는 형식적으로는 국제대회가 될 것 같아요. 올해 국제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면 기업 후원을 받아 규모를 점점 키우는게 목표예요.”
“제가 해외대회 쪽 심사위원으로 다니다 보면 외국인 친구들이 왜 한국에는 모형 대회가 없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하비페어가 있지만 전시형식이지 대회가 아니거든요. 근데 외국에서 한국 모델러들이 인기가 많다 보니 모형 인구도 많은 줄 알고 있고 그래서 지금 대회를 왜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 친구들은 메달 수상을 해서 커리어를 쌓고 싶어해요. 그래서 WMMF를 밀리터리 분야에서 더 확장시켜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바꿔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미니어쳐아트작가전
“‘모형은 예술이 될 수 없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현대 미술은 더 이상 전통적인 회화나 조소에 국한되지 않고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 중요해지면서 재료의 경계도 없어지게 되었잖아요. 모형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시각적 해석을 통해 다양한 미술 기법을 녹여내 작품으로 탄생을 시킬 수가 있다고 봐요.”
“미니어처아트작가전은 모형을 취미를 넘어 미술계에 소개하는 전시회였습니다. 아직 예술로 인정받기까지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그 가능성 만큼은 무한하다고 믿기에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미술품을 거래하는 상업 갤러리에서 전시를 개최한 것도 ‘모형은 예술이 아니지만 모형도 예술이 될 수 있다’라는 인식을 주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갈길이 멀지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어요. 모델러들이 작가라는 칭호 자체를 좀 민망해 하는 것도 있는데 작품들은 예술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좋은 작업을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문제는 미술 시장에서 작품이 팔려야 된다는 거예요. 단순히 전시만으로 끝나면 안되고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은 만큼의 가격에 팔려야 됩니다. 다행스럽게도 1차, 2차 전시 때는 작가분들의 작품 몇 점이 판매가 되었어요. 올해는 좀 더 작품에 집중한 전시가 될 수 있게 기획 중입니다.”
큰 힘이 되는 지자체와 기업의 관심
“올 8월에 노원구청 로비에서 모형 전시가 잡혔어요. 노원구청 문화도시과의 도움으로 이렇게 기회가 또 생기게 되네요. ‘키트배싱’이라는 주제가 될 것 같은데 제목은 바뀌겠죠. 키트배싱은 모형에 주변 사물들을 접목시켜 만드는 방식을 말하는데 저와 오중석, 강제모, 박성윤, 박준우, 박창식, 이강호, 이원희 작가가 참여하기로 했고 진행 중입니다. 아마 일반 모형을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재밌게 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겁니다.”
“우리나라의 짧은 모형 역사에 비해 2000년 이후 모형의 세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많은 모형인들의 노력이 밑거름이 되었죠. 온오프라인 모형 동호회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고, 최근에는 작업실이라 불리는 공방도 늘어나고 있어요. 크고 작은 전시회도 몇몇 동호회의 노력으로 꾸준히 매년 열리고 있구요. 아쉬운 점은 이런 동호회 모임이나 전시행사가 동호회 중심의 모형인을 위한 행사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문제는 자금이죠. 몇몇이 모여 운영비를 모으고 대관하고 준비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지자체들이 전시물이 없어 거의 비워두다시피 한 박물관들이 꽤 있어요. 그런 곳을 컨택을 하는데 쉽지 않아요. 지자체에서도 어쨌든 빈공간이어도 시작하면 예산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번 노원구의 지원은 정말 단비 같습니다.”
모형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
“작년에 육군에서 시범 사업으로 병사들 문화 체험사업이 있었는데 그중 모형 제작이 있었어요. 한 번에 150명 정도 됐거든요. 도구도 인원에 맞게 준비하고 예산안에서 키트도 준비하고 모델러 4명 정도가 가서 3시간 동안 강의하고 같이 만들고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런데 깜짝 놀란 게 의외로 프라모델 조립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저희 때는 초등학교 때부터 프라모델이 놀이의 하나였잖아요. 요즘은 놀거리가 많아서 그런지 아예 접할 기회가 흔치 않은가 봐요. 약간 충격이었어요. 의외로 연령대가 있는 간부들이 더 좋아하더라구요.”
“그래도 행사가 진행되면서 군 장병들이 흥미를 갖기 시작해 뿌듯했는데 그 이상 진행은 안 돼서 좀 아쉬웠습니다. 계속 제안서를 보내드려요. 대대단위 부대에서라도 자체 예산이 있으면 그런 행사를 계속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죠. 그래도 몇몇 부대에는 모형동아리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모형협회의 나아갈 길
“제가 해마다 10월에 대만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가는데 코엑스 같은 컨벤션 전시장 하나를 꽉 채울만큼 규모가 커요. 이틀간 열리는데 작년에 입장객만 6만 명이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모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대만 친구들이 한국모형협회가 설립된 걸 부러워했었는데 작년 12월에 협회를 만들더라고요. 그런데 거기에 라이칭더 대만총통이 온 거예요. 그냥 전세를 역전해버렸죠.”
“한 2~3년 전부터 모형 대회 때 마다 군 장성들이 와서 시상식을 하기 시작하더니 작년에는 아예 전시장 앞에서 군 장비 전시랑 모병까지 했었어요. 대만도 지금 모병제로 바뀌면서 군대를 안 가려고 하니 홍보수단으로 밀리터리 모형이 눈에 띈거죠.”
“지난 4월에 가장 권위 있는 대회중 하나인 ‘헝가리 모손 모델쇼’에 대만팀이 20명 정도 팀을 꾸려서 참가했는데 수상을 많이 했거든요. 그중 최고상인 ‘베스트 오브 모손’을 대만모델러가 받게 됐는데 총통이 바로 축전을 보내더군요. 정말 놀라웠고 부럽기도 하고...이제 한국과는 완전히 급이 달라져 버렸죠. 정부에서 그렇게 밀어주니 일반인이 보는 인식이 확 달라져 버리더라고요.”
“외국 모델러들이 한국 한국군 장비에 대해 관심이 높아요. 왜냐면 전 세계에서 한국군 장비 모형을 만드는 회사가 아카데미과학 하나고 어딜 가도 한국군 장비가 외국에서는 볼 수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한국군 장비를 사진으로 보고 하나하나 만들기 시작 한 거예요. 산림청 헬기를 만든 친구는 상도 받고, 옛날 전차인 m47 패튼 전차를 6.25 당시 해병대 버전으로 만든 친구도 있구요. 제가 심사를 하다 보면 한국 장비들이 눈에 탁탁 띄잖아요.”
“문체부, 국방부에서 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바램이에요. 쉽진 않겠지만 한 걸음씩 다가가 봐야죠. 갈 길이 멉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 할 수 있는 거겠죠. 모형협회가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있어요. 쉽지 않지만 우직하게 끌고 가야죠.”
강신금 한국모형협회장은 2018년부터 해외 전시 및 대회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며 일본 시즈호카 UAMC, 시즈호카 모형쇼, 대만 Freedom Cup, 말레이시아 페낭 하비쇼, 영국 SMW2019 Telford, 헝가리 Moson Show 등에 매년 참가를 하고 2019년부터는 심사위원으로도 초청을 받고 있습니다
강신금 한국모형협회장 페이스북 - @Shinkeun 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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