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퀴어축제, 올해도 서울광장 아닌 을지로서…도심 곳곳 맞불 집회도

박정훈 기자 2024. 6. 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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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종각역 일대에서 열린 '2024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뉴스1

국내의 대표적 퀴어 축제 중 하나인 서울 퀴어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시의 서울광장 사용 불허로 1일 을지로에서 개최됐다. 도심 곳곳에서는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맞불 집회들도 열려 1일 서울 시내는 혼잡을 빚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는 1일 오전 11시부터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부터 종각역 일대에서 15만명 규모(주최 측 추산)의 ‘제25회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사를 개최했다.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찾은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사장에는 대학생 동아리·인권단체·대사관·후원기업 등 부스 61개, 성중립화장실 등이 설치된 가운데 무지개 깃발이나 부채, ‘Live Love Liberate’ 등 문구가 적힌 주황색 풍선을 들고 개성적인 화장과 복장을 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 한국인뿐 아니라 다수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행사를 찾았고, 행사의 주제색인 주황색 드레스를 입은 드래그 퀸(옷차림이나 행동을 통해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 남자)들도 눈에 띄었다.

퀴어 커플에 대한 축복식을 진행하는 기독교 부스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는 교인들과 행사 참여자들이 무지개 천을 두른 채 눈을 감고 축복하는 문구를 읽어준 뒤 마치 성찬식을 하는 것처럼 미니 떡과 포도주를 먹기도 했다. 올해 퀴어퍼레이드를 처음 찾아 이 부스를 방문한 엄모(23)씨와 박모(27)씨 커플은 “동성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손잡고 다니는 이런 분위기가 인상 깊다”며 “축복식을 하고 나니 더 애틋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부산에서 연인과 함께 온 박모(25)씨도 “함께 읽은 서약서에 나온 ‘하나님은 실수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위안을 받았다”며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우리도 다른 이들에게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 다양한 삶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광장에서 퀴어 축제를 열지 못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15년부터 매년 서울광장에서 열렸으나 지난해와 올해는 서울시 불허로 을지로 일대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서울시에서 중복 신고된 기독교 단체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 개최를 허용했고, 올해는 서울도서관 주관으로 ‘책 읽는 서울광장’이 열렸다. 내년에 애인과 결혼을 예정하고 있다는 김모(22)씨는 “퀴어 축제에 3번째 참가 중”이라며 “2년 전에 ‘마지막 시청 퀴어 축제’에 참여한 적 있는데 시청에서 할 때보다 부스 보기가 어려워 아쉽다”고 했다.

퀴어 축제가 젊은층만의 축제였던 것도 아니었다. 올해 퀴어 축제에 처음 참여했다는 신모(62)씨는 “60대 이상은 독재 시대도 지내고 지금 젊은 세대보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지 못해서 축제를 잘 찾지 않는 것 같은데 생각을 열었으면 좋겠다”며 “사회가 발전하며 다양한 자유가 보장되고 확대되는 만큼, 이들이 어디서든 즐겁게 지낼 자유도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조직위는 오후 4시부터 종각역에서 출발해 명동 일대·서울광장을 지난 뒤 다시 종각역으로 돌아오는 약 3km 거리의 행진도 진행한다.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인근에서 동성애 퀴어행사 반대를 위한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퀴어 축제에 대한 맞불 집회도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오후 12시쯤 퀴어 축제 현장으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을지로입구역 1~4번 출구 인근에서는 기독교 단체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동성애 동성혼 반대’ ‘차별금지법 반대’ 등 현수막을 단 트럭 6대를 동원한 채 집회를 진행했다. 군복이나 한복 차림을 한 이들이 동성 결혼 반대에 관한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등에 붙인 채 부채춤을 추거나 트럭에 실어온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 등도 목격됐다. 이들은 “동성애자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 “동성애는 돌이킬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사회적 편견이 아니라 영혼의 죄로 인해 고통받고 있습니다” 등 구호를 방송을 통해 송출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시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도 ‘거룩한 방파제’라는 이름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는 1만5000여명이 참여해 ‘동성애 퀴어축제 반대’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부터 숭례문까지 행진을 진행한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서울퀴어축제 조직위와 반대단체 등 집회·행진 및 여러 단체의 도심권 대규모 집회로 교통불편이 예상된다”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회 행진 구간 주변에 가변차로를 운영하고 교통경찰 190여명을 배치했다”고 했다. 또 경찰은 “세종대로, 남대문로 일대에 교통정체가 예상되므로 가급적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부득이하게 차량을 이용해야 할 경우 교통정보 등을 미리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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