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은 끝내 이 부서져 가는 가족을 지켜낼 수 있을까('우리, 집')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6. 1. 16: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희선이 마주 할 이 집안의 실체 도대체 뭘까(‘우리, 집’)

[엔터미디어=정덕현] "아직도 모르겠어? 우린 함정에 빠진거야." MBC 금토드라마 <우리, 집'>에서 홍사강(이혜영)은 며느리 노영원(김희선)에게 알 듯 모를 듯한 말들을 꺼내놓는다. "함정이요? 그럼 그게 누군데요. 우리 함정을 판 사람이." 하지만 홍사강은 그건 자신도 모른다며 그럼에도 확실한 건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이고, 그래서 이걸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

드라마 제목이 <우리, 집>인지라 '우리'라는 말이 남다른 의미로 들린다. 그 우리란 노영원에게는 가족을 말하는 것일 게다. 한 집에 함께 살아 '우리'라고 묶이는 가족. 하지만 '우리 집'이 아니고 '우리, 집'이라고 굳이 쉼표를 붙여 넣은 것이 여러 다른 의미를 상상하게 한다. 그건 우리와 집 사이에 어떤 균열을 말하는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짐승을 가두어 두는 곳'의 의미가 아닌가 상상하게 만든다. 집이라고 생각했던 곳이 사실은 '우리'가 아니었나 하는 의심이 그것이다.

세상의 존경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정신과 의사 노영원. 남편 최재진(김남희)은 잘 나가는 성형외과 의사고 시아버지 최고면(권해효)은 모두가 존경하던 전 검찰총장이며 시어머니 노영원은 한 때 아가사 크리스티라 불렸던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다. 그러니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여겼던 가족이지만 시아버지 최고면(권해효)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후 균열을 보이기 시작한다.

반려견 재복이와 늘 함께 다니던 등산로에서 미끌어졌고 마침 굴러온 바위에 깔려 사망한 것.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아내 홍사강은 남편의 죽음에 슬퍼하기는커녕 즐거워 춤을 춘다. 게다가 노영원은 시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비밀금고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나온 USB에 담긴 충격적인 녹음파일을 듣게 된다. 그건 성추행으로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아버지의 죽음이 최고면에 의한 것이었다는 내용이다.

늘 자신을 챙겨줬던 시아버지의 숨겨진 실체가 드러나고, 시어머니 홍사강 역시 어딘가 의심스러운 모습들을 보인다. 세간에는 최고면의 죽음이 홍사강이 예전에 쓴 추리 소설 속 내용과 그대로라는 이야기가 나돈다. 홍사강이 최고면을 죽였을 수 있다고 의심하게 만드는 것. 여기에 남편 최재진 역시 이상한 모습들을 보이기 시작한다. 1년 전부터 간다던 학회는 사실 거짓말이었고 대신 양평의 별장을 갔던 사실이 드러나고, 누군가 보낸 별장 미니어처에 적힌 주소를 찾아갔다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남편의 동료 의사 오지은(신소율)을 발견한다.

그런데 마침 그곳에 시어머니 홍사강 또한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노영원은 깜짝 놀라는데, 홍사강은 자신이 어떻게 그곳에 오게 됐는가를 설명하지 않고 이 사건을 조용히 은폐하려 한다. 세상에 알려지는 게 좋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그래서 오지은을 인근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하는데, 홍사강은 갑자기 사라져버린 아들이 이상한 행동을 해왔다는 사실을 아는 눈치다. 다만 아들에 대한 집착이 커 노영원에게도 이런 일들을 숨겨왔던 듯하다.

홍사강은 노영원에게 우리 가족이 함정에 빠졌다고 말하며 이 문제를 둘이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둘의 목적은 어딘가 달라보인다. 노영원은 이 가족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지만, 홍사강은 아들을 챙기고픈 욕망이 더 크다. 그래서 이 두 여자는 서로 공조하면서도 동시에 목적이 달라 서로를 의심하고 숨기려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 집>은 그저 단란했다 여겼던 가족이 그 끔찍한 실체를 드러내는 과정을 노영원이라는 인물이 하나하나 알아가는 걸 담은 드라마다. 그 과정에서 노영원은 '우리 집'이라 부르며 가족이라 여겼던 것들이 하나하나 깨져가고 그래서 '우리, 집'이 되어가는 걸 보게 된다. 올해의 의사상을 남편과 함께 받으며 노영원은 자신에게 가족의 의미가 어떤 것인가를 말한 바 있다.

"저에게 가족은 생명의 동아줄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노영원이 존재하는 곳이자 저를 다시 일으키는 힘, 가족이 없었다면 전 이 자리에 없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가족은 저에게 끝까지 지켜내야 할 유일한 것이죠. 끊어지지 않게 가족을 지키는 게 저의 삶, 존재의 이유일 겁니다." 그 말처럼 노영원은 끝내 이 부서져 가는 가족을 지켜낼 수 있을까.

극 전체를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이끌어가는 이혜영의 때론 섬뜩하기까지 한 연기와, 드러난 진실 앞에 불안하게 흔들리는 심리들과 그럼에도 담대하게 진실을 향해 걸어나가는 모습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는 김희선의 연기가 돋보이는 심리스릴러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