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얼음골사과 착과율 ‘20~60% 불과’…농가 울고 싶어라

김광동 기자 2024. 6. 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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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달린 열매를 찾는 게 보물찾기 하는 것 같아요."

이상열 밀양얼음골사과발전협의회장은 "이상기후가 이어지자 농가들은 과수원에 수정용 벌통과 꽃가루를 구비해놓고, 저온피해 방지를 위한 영양제도 자주 살포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며 "그런데도 착과율이 저조한 것은 이상기후 영향으로 개화한 꽃 상당수가 결실을 보기 어려운 '헛꽃'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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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월에 일교차 크고 잦은 비
수정 더딘데다 마름현상 발생
6월 자연 낙과 겹칠까 걱정만
브랜드 타격·영농비 상승 우려
“자연재해 인정·정부 보상 필요”
이성수 경남 밀양농협 조합장(왼쪽 두번째)이 조영훈 산내면장(오른쪽 두번째), 이상훈 NH농협 밀양시지부장(맨 오른쪽), 얼음골사과 재배농가와 함께 낮은 착과율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나무에 달린 열매를 찾는 게 보물찾기 하는 것 같아요.”

경남 밀양의 특산물 얼음골사과를 생산하는 농민들이 요즘 쏟아내는 탄식이다. 올봄 이상기후가 지속돼 수정 불량에 이어 착과율이 뚝 떨어진 것이다. 농가들은 벌써부터 수확철을 걱정하고 있다.

농가들에 따르면 이곳에선 사과꽃 수정 시기인 4월 중순부터 5월 상순 사이 비가 자주 내렸고, 아침엔 선선하다가 한낮엔 기온이 28℃까지 오르는 등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농가들은 날씨 때문에 수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에도 과수에 마름 현상이 생겨 착과에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도 이곳 농가들은 저온피해와 태풍, 탄저병의 영향으로 평년에 비해 사과 수확량이 40%가량 줄어 큰 손실을 봤다.

사과농가 박희윤씨(50)는 “15년 수령의 사과나무엔 한그루당 열매가 150개는 달려야 정상인데, 5∼10개만 달린 나무가 대부분”이라며 “수확량 감소도 큰 문제지만, 어린이와 학생들을 위해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도 당장 접을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확한 착과율은 관계 기관의 정밀 조사가 이뤄져야 알 수 있지만 밀양농협은 저지대는 20% 정도, 고지대는 60%가량의 착과율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상열 밀양얼음골사과발전협의회장은 “이상기후가 이어지자 농가들은 과수원에 수정용 벌통과 꽃가루를 구비해놓고, 저온피해 방지를 위한 영양제도 자주 살포하는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며 “그런데도 착과율이 저조한 것은 이상기후 영향으로 개화한 꽃 상당수가 결실을 보기 어려운 ‘헛꽃’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6월 중순경 발생하는 ‘6월 낙과(준드롭·june drop)’ 현상이다. 6월 낙과는 태풍이나 병해충 등 외부적 요인 없이 일어나는 자연 낙과 현상을 말한다. 가뜩이나 착과가 저조한 상태에서 6월 낙과까지 겹치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산량이 크게 줄면 도매시장과 대형마트에 출하하는 물량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직거래 판매까지 어려워져 그동안 다져놓은 브랜드 신뢰도에 적잖은 타격이 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게다가 사과나무가 한번 저온피해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그 영향이 한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음해까지 이어질 수 있어 문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영양제와 방제용 약제 살포도 늘게 돼 영농비 상승에 따른 부담도 호소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NH농협 밀양시지부와 밀양농협은 이번 피해에 대해 농작물재해보험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도 자연재해로 인정, 보상을 건의하기로 했다.

이성수 밀양농협 조합장은 “얼음골사과 재배농가들은 2년 연속 자연재해로 큰 손실을 보게 됐다”며 “농작물재해보험 보상 외에 정부도 자연재해로 인정해 적절한 지원을 하도록 농정활동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얼음골 일대엔 1300농가가 1000㏊ 규모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얼음골사과는 당도가 높고 단단한 과육 덕에 명품 사과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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