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원' 구성부터 다른 모습 보여라 [양재찬의 프리즘]
22대 국회 5월 30일 개원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 평가
절대 과반 민주당 입법 독주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저지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어져
22대 국회, 다른 모습 보여야
22대 국회가 5월 30일 개원했다. 의안 번호 '2200001', 제1호 법안으로 보좌진과 함께 3박4일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을 지킨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한 법률안'을 제출했다.
이어 북한 이탈주민이자 공학도 출신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이공계지원 특별법 개정안 및 기업부설연구소법 제정안'을, 박은정ㆍ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당론 1호 법안인 '한동훈 특검법'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법안'을 당론 1호 법안으로 채택한 뒤 제출했다.
1호 법안 타이틀을 위한 밤샘 대기는 18대 국회에서 시작돼 4년 주기로 반복됐다. 1호 타이틀이 법안 처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상징성 때문에 경쟁한다. 4년 전에도 밤샘 등 경쟁을 벌였지만,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 평가를 남겼다.
절대 과반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여권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저지하는 대치는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어졌다. 극한 정쟁 속에 여야가 의견을 접근한 법안도 국회 임기가 종료되며 줄줄이 폐기됐다. 원전폐기물 저장시설을 짓지 못하면 2030년 원전이 셧다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옴에도 부지 확보를 위한 고준위방폐장특별법이 폐기되는 운명에 처했다.
미래 먹거리 관련 법안들도 발목이 잡혔다. 올해 말로 끝나는 반도체 지원 세액공제를 2030년까지 연장하는 'K칩스법'과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한 AI 기본법 등이 그런 경우다.
국민 공감을 얻고 시대 변화를 반영한 법안들도 폐기됐다.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3년까지 연장하는 모성보호 3법과 대형마트 휴무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변경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이 폐기됐다. 부양 의무를 팽개친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구하라법'은 여야가 합의하고도 법사위 회의가 열리지 않아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정 운영의 축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한 연금개혁에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소득대체율 44% 절충안' 수용 의사를 밝혀 모수개혁(중요한 숫자를 조정하는 것) 처리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구조개혁과 병행하자고 주장해 무산됐다.
1998년 이래 26년째 9%로 묶여있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기로 합의한 것만이라도 입법화했다면 의미가 작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연금개혁을 22대 국회에서 논의하겠다는데 그리 쉽지 않을 게다.
21대 국회에서 총 2만5849건의 법률안을 발의했고, 그중 9455건을 처리했다. 법안처리율이 36.6%로 '동물국회'로 불린 20대 국회(37.8%)보다 낮은 사상 최저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국익보다 당리당략을 앞세운 참담한 성적표다.
새로 시작한 22대 국회도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은 채상병특검법 등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들을 개원 직후 처리할 태세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의중을 살피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22대 국회의원들은 21대 의원들보다 고액 자산가와 고령층을 '과다 대표'하고 있다. 의원 300명 중 60세 이상이 106명, 35.3%다. 21대 국회는 60세 이상이 72명(24.0%)이었다. 4년 새 60세 이상이 34명(11.3%포인트) 늘었다. 반면 40세 미만 의원은 14명으로 21대 국회보다 1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3명이었던 30세 미만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사라졌다.
22대 국회의원은 법조인 출신이 20%를 넘어서는 등 다른 직종 출신보다 압도적이다. 또한 의원 300명이 신고한 보유재산은 평균 33억3000만원으로 국민 평균 재산 4억4000만원의 7.5배에 이른다. 21대 국회의원들의 평균 신고재산은 21억8000만원으로 국민 평균(3억5000만원)의 6.2배였다.
국회의원과 보통사람들 간 자산격차는 국민의 대리인이 국민과 다른 경제현실을 체험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는 국회에서의 법안과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수 보통사람들의 공익을 대변하는 정책이 소외되는 등 이해 충돌 가능성과 정책 판단에 대한 공정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여야는 총선 직후 민생을 강조하며 협치를 약속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무한 대치 속 입법 독주와 대통령 거부권이 맞서는 정치 행태는 21대 국회보다 더 격화할 소지도 있다. 여야정이 대화ㆍ타협을 통한 협치의 길은커녕 대립하며 제 갈 길만 간다면 국가적 불행이다.
국민은 22대 국회가 원院 구성 단계부터 21대 국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고대한다. 구호로만 민생과 경제를 위하지 말고 제도와 정책으로 실천하라. 내 편만 위하고, 고집을 꺾지 않고, 팬덤을 좇는 막장정치는 결국 국민 회초리를 맞는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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