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 태명은 강속구·강타자” 하루 200㎞ 달리며 4경기···‘야구좀비’ 강익이 사는 법[인제군 1박2일 야구]
선수도 아닌데 기숙사에서 살았다. 대학 입학 때 받은 장학금을 토해낼 정도로 ‘다른 데’ 미쳤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될 기회도 이것 때문에 포기했다. 하루 200㎞를 달리며 네 탕까지 뛰어봤다. 아내로부터 “결혼 기념일은 내 인생을 망친 날”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둘째 딸 출생도 못 봤다. 부상으로 죽을 뻔했지만, 몸이 낫자마자 다시 찾은 곳도 그곳이었다. 직업은 14년 차 소방 공무원. 함양 소방서에서 소방장으로 일하는 강익(41)은 “남들이 보는 직업은 소방공무원이지만 내 마음 속 내 직업은 야구 선수”라며 웃었다.
강익은 1일 강원도 인제에서 열린 경향신문과 함께 하는 인제군 1박2일 사회인 야구대회에 출전했다. 강익 소속팀은 119소방야구단이다. 강익은 “지금 아내는 경기 안양에 있는 처가에 있고 두 딸은 순천 집에 있다”며 “모두 내가 지금 야구대회에 참가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강익은 사회인 야구인들 사이 소문난 야구광이다. 야구광으로는 부족해 요즘은 야구 좀비라고 불린다. 2001년부터 사회인 야구를 시작했고 군대 생활을 제외하고는 야구를 거른 시즌이 없다. 강익은 “서울외곽순환도로를 하루 한바퀴 돌면서 새벽부터 야간경기까지 하루 4경기를 뛴 적도 있다”며 “아마 20년 동안 2000경기 정도는 뛰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동안 매년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1경기 이상을 뛰었다는 뜻이다.
강익은 야구부가 있는 순천 효천고등학교 출신이다. 야구부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학업에 집중해야 했다. 강익은 “야구부 기숙사에서 야구부원 못지않게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중앙대학교 체육교육과를 나왔고 석사 학위까지 있다. 강익은 사립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 근무하다가 소방 공무원으로 직업을 바꿨다.
강익은 2010년 결혼했다. 강익은 “결혼 초기에는 아내가 야구를 간다고 하면 도시락도 싸주고 잘 따라다녔다”며 “하루 4경기를 뛰는 걸 함께 한 후로는 내가 야구를 하면 영 못마땅해한다”고 말했다.
강익은 딸만 둘이다. 두 아이를 가졌을 때 지은 태명은 강속구, 강타자였다. 강익은 “야구하느라 둘째 딸이 태어날 걸 못봤다”며 “이왕 태어난 걸 못봤으니 야구 다 하고 가겠다고 해서 무척 혼났다”고 말했다.
지금도 야구를 열심히 하니 두 딸은 아빠가 야구 선수, 야구 감독인 줄 안다. 얼마 전 교사가 딸에게 아빠 뭐하시니라고 물었는데 딸은 야구 선수인가, 야구 감독인가 그렇다고 답했단다. 강익은 “지금도 딸들은 나에게 ‘아빠가 야구 선수로 뛰는 장면, TV에 언제 나오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강익은 야구하다가 죽을 뻔했다. 플라이볼을 받기 위해 냅다 달려가다가 동료와 충돌해 내장이 파열됐다. 병원 신세를 지는 동안 검은 소변을 쏟아냈고 패혈증까지 앓았다. 체중이 16㎏이나 빠졌고 병원에서는 마지막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가족에게 알릴 정도로 심각했다. 그런데 부상 4개월 만에 회복해 야구장에 다시 섰다. 그때부터 생긴 별명이 ‘야구판 좀비’다.
강익은 소방공무원인 데다 자칭 ‘야구 선수’라 운동에 열심이다. 팔굽혀펴기, 스쿼트, 윗몸일으키기 등을 하루 100개씩 하고 요즘도 자주 10㎞씩 뛴다. 기동력, 도루 능력이 뛰어나 요즘은 중견수를 본다. 타율도 5할대 안팎이다.
야구에 미친 이유를 물었다.
“허공에 뜬 공, 허공으로 때린 공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냅다 뛰고 냅다 달리는 게 너무 좋다.”
크게 충돌해 죽을 뻔한 이유도,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긴 뒤에도 야구를 계속하고 싶은 이유도 알겠다.
허공으로 날아가는 야구공, 그걸 따라가고 싶은 마음. 그게 그에게 인생이며 희망이다.
인제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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