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선재 업고 튀어》를 글로벌 드라마로 만들었나
(시사저널=정덕현 문화 평론가)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인기가 신드롬급이다. 시청률만 보면 이 정도 신드롬이 어디서 나왔을까 싶다. 화제성이 역대급이다. tvN 《선재 업고 튀어》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은 마지막 방송 단체관람 행사까지 이어졌다. 멀티플렉스 4개관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티케팅을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인원이 몰려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졌고, 순식간에 매진됐다.
작품에서 '선재' 역할을 한 변우석이 7월6~7일 개최하는 첫 팬미팅 행사 역시 순식간에 매진됐다. 대기 인원만 70만 명이 몰리는 일이 발생했다. 변우석의 팬미팅은 대만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태국 방콕, 서울, 홍콩 등 아시아 여러 도시에서 진행된다.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하는 글로벌 스타로 등극한 변우석의 위상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선재 업고 튀어》는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인기 또한 뜨거웠다.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에 따르면, 이 작품은 방영 6주 차에도 전 세계 130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최대 OTT 플랫폼 '유넥스트', 대만 '아이치이', 아시아 최대 OTT 뷰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선재 업고 튀어》의 무엇이 이런 성과를 만들어낸 걸까.
극 중 밴드 '이클립스'의 보컬로 등장한 변우석이 부른 《소나기》는 음원사이트 멜론 톱100 차트 5위까지 올랐다. 음원차트에 오른 건 《소나기》만이 아니다. 《선재 업고 튀어》의 OST로 들어간 엔플라잉 유회승의 《그랬나봐》, 십센치의 《봄눈》, 이클립스의 《Run Run》, (여자)아이들 민니의 《꿈결같아서》가 모두 100위권에 들어갔다.
변우석의 인기는 그가 출연했던 영화 《소울메이트》 재개봉으로도 이어졌다. 5월31일부터 6월4일까지 CGV에서 '첫사랑 조작 상영회'라는 이름으로 상영되는 《소울메이트》 역시 여러 시간대에서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변우석을 업고 튄 김혜윤의 진가
K콘텐츠 온라인 경쟁력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이 발표한 5월 4주 차 TV-OTT 출연자 화제성 조사에 따르면, 변우석은 드라마와 비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석권했다. 이처럼 단 한 사람이 전 부문을 석권한 것은 굿데이터가 10년간 화제성 조사를 해온 이래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선재 업고 튀어》 열풍으로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했던 게 이런 결과로 이어졌다.
변우석의 신드롬급 인기는 이 드라마의 제목을 그대로 따라갔다. 그 시작은 팬심이었다. 류선재라는 톱스타의 라디오 연결 전화로 위로를 받고 다시 살고 싶어진 임솔(김혜윤)이 그 톱스타를 덕질하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죽음을 맞이한 류선재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시간까지 되돌려 2008년 고교 시절로 돌아가 그를 구하려는 임솔의 절절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찌 보면 익숙한 '타임 리프' 설정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팬심과 결합하면서 강력한 시너지가 생겼다. 실제 팬심을 경험한 이들에게 임솔의 서사는 특별하게 다가왔고, 그래서 그의 판타지에 더 몰입하게 됐다. 선재에 대한 임솔의 팬심은 그래서 임솔에 몰입해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마음속으로 전이됐다.
여기서 김혜윤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때론 깨발랄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금세 눈물이 터지는 다채로운 감정 변화들을 김혜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선재를 보기만 해도 흐뭇해하고 또 금세 눈물을 흘리는 임솔의 모습은 김혜윤의 연기로 인해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했다. 김혜윤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는 고스란히 변우석에게도 전해졌다.
실제로 변우석은 TEO 오리지널 콘텐츠 《살롱드립2》에 출연해 김혜윤의 연기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저희가 거의 10개월, 11개월 촬영을 했는데, 혜윤이가 10개월을 거의 내내 울었어요. 그러한 것들이 작품에서 감정을 줄 때마다 너무 잘 느껴졌어요. 행복할 때도 울고, 슬플 때도 울고 이런 게 많았단 말이에요. 그럴 때마다 업고 튀고 싶었어요. 거기 너무 빠져있어서요. 그래서 진짜 저는 너무 감사해요."
김혜윤이 연기하는 임솔의 팬심을 따라가면서 시청자들은 선재를 연기하는 변우석에게 입덕하게 됐다. 게다가 임솔이 선재를 좋아하는 팬심의 서사는 2008년으로 돌아가면서 본래 선재가 임솔을 좋아했다는 첫사랑 서사를 더하게 됐다. 팬심과 첫사랑 서사와 더불어 2008년 언저리에 청춘을 보냈던 이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까지. 《선재 업고 튀어》는 다소 마니아적인 초반 전개에서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로 확장됐다. 최근 K팝에서 종종 언급되는 '헤비 팬덤'을 중심으로 시작해 '라이트 팬덤'으로 확장되는 방식이랄까.
시청률, 타임 리프 그리고 K로맨스의 힘
《선재 업고 튀어》는 여러 면에서 독특한 드라마로 남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건 낮은 시청률에도 큰 인기를 누렸다는 점이다. 《살롱드립2》에서 MC인 장도연이 "인기는 '모래시계'급"이라고 했던 말처럼 시청률은 3%에서 시작해 5%대까지 상승하긴 했지만, 화제성은 거의 '국민 드라마' 급이었다.
이런 결과는 심지어 지금처럼 OTT 등을 통해 드라마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있는 시대에 여전히 본방의 결과를 말해 주는 시청률이 과연 지표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무용론'까지 등장시켰다. 실제로 현재 시청률은 지나간 지표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 과거처럼 모두가 하나의 드라마를 바라보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저마다의 취향대로 선택해 보는 시대이고, 따라서 그 취향이 강력하게 결집되는 드라마와 그렇지 못한 드라마로 나뉜다. 화제성이 중요해지는 건 그래서다. 높은 화제성은 취향의 차원을 넘어 대중을 궁금하게 만들고 결국 보다 보편적인 인기로 이어질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선재 업고 튀어》는 최근 들어 시간여행 판타지로 자주 쓰인 '회귀물' 대신 '타임리프' 방식을 썼다. 회귀물과 타임리프의 차이는 그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회귀물이 인생 재설계에 맞춰져 있다면, 타임리프는 시간을 넘나들면서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꾸려는 욕망에 더 맞춰져 있다.
그래서 《선재 업고 튀어》는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닮은 타임 리프 서사를 꺼내놨다. 범죄자의 위협이 등장해 긴장감을 유발하고, 그 속에 시간을 뛰어넘어 서로를 지키려는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하지만 '팬심'이라는 키워드를 더함으로써 《선재 업고 튀어》는 《상견니》가 가진 타임 리프의 색깔을 가져오면서도 다른 이야기 전개를 펼쳐나갈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언급해야 할 건 《선재 업고 튀어》가 보여주는 K로맨스의 강력한 힘이다. OTT들이 오리지널로 내놓은 좀비물이나 크리처물, SF 같은 장르물들이 글로벌한 인기를 끌며 마치 그것이 K드라마의 경쟁력인 것처럼 여겨진 면이 있었지만, 실상 우리네 드라마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다름 아닌 멜로에 있었다는 걸 이 작품이 결과로 보여주고 있어서다.
오랜 전통을 가진 K로맨스는 이제 타임 리프 같은 다양한 판타지 설정을 더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로 나갈 수 있음을 《선재 업고 튀어》는 말해 준다. 좀 더 다채로운 K로맨스의 등장을 이 작품이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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