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속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대통령 사후 요동치는 이란 정국, 후계자는? [지식人 지식in]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의 서거 후 요동치는 이란 정국을 분석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기사입니다. 지난 19일 댐 준공에 참석한 라이시 대통령은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하던 중 삼림 지역에서 추락사고를 당했습니다. 짙은 안개와 폭우 등 악천후 속에서 비행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라이시 대통령과 동승자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란 권력 서열 1위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입니다. 하메네이는 페르시아어로 ‘지도자’라는 의미의 ‘라흐바르’로 불리죠. 이란의 이슬람 최고위 성직자, 최고 지도자이자 국가원수를 의미합니다. 1979년 혁명으로 부패한 세습 군주제를 타도한 이란 국민들은 성직자가 통치에 관여하는 현재의 독특한 정치 체제를 탄생시켰습니다. 라흐바르는 종신 임기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초대 라흐바르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가 1989년 사망한 뒤 뒤를 이어 라흐바르가 돼 35년째 이란을 통치하고 있습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올해 85세로 고령이라 그의 뒤를 이을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서거한 라이시 대통령은 최고 지도자의 총애를 받으며 차기 라흐바르로 부상하고 있던 인물이었죠.
이란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달 28일 보궐 선거를 치른다고 밝혔습니다. 이달 28일이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이죠. 이란의 대선은 보수, 개혁 양 진형이 번갈아 당선되는 양상이 이어졌습니다. 2017년 대선에선 개혁성향 하산 로하니가 강경 보수 에브라힘 라이시와의 대결에서 승리해 대통령 연임에 성공했으며, 2021년 대선에선 라이시가 62%를 득표하며 승리를 가져갔죠. 대선 후보로 누가 출마할지 여부가 안개 속인 가운데 조용히 부상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54) 입니다.
그는 1987~1988년 이란-이라크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고, 2009년 대선 이후 촉발된 부정선거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동원된 바시즈 민병대를 장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바시즈는 이란 지도부가 민병대를 제도화해 창설한 예비병으로 평시엔 관제시위, 세속주의 집단에 대한 보복을 자행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사실상 라흐바르를 위한 호위무사이자 사병집단인 셈이죠.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신학을 공부했습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성직자가 되기 위해 이란 쿰 주의 주도이자 시아파의 가장 중요한 성지 콤에서 공부를 계속했습니다. 시아파는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의 후계를 놓고 수니파와 대립하며 갈라져 나온 분파입니다. 소수인 시아파가 아라비아 반도 내에서 다수인 수니파의 박해를 피해 정착한 곳이 콤이죠.
시아파의 성지 콤은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140km 떨어진 지역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란 전체 신학교의 90%가 모여있습니다. 이슬람 혁명을 주도한 호메이니도 콤에서 공부했죠. 모즈타바 하메네이 역시 콤에서 공부했고, 콤에서 신학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는 2005, 2009년 대선에서 보수파 후보인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2009년 대선에서 패배한 개혁파 세력에선 당시 촉발된 부정선거 시위를 강경 진압한 배후에 모즈타바가 있을 것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모즈타바는 정치 책략에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라흐바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나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모즈타바가 아버지로부터 라흐바르를 물려받는 순간 ‘팔레비 왕조의 통치는 불법적인 군주제’라고 규정한 이슬람 혁명의 아버지 루홀라 호메이니의 철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 된다는 점입니다. 이란 왕정의 왕위 세습을 비판하며 혁명을 일으켰는데, 성직자가 국가 지도자 자리를 세습한다는 모습이 이란 국민들의 눈에 좋게 보일리 없기 때문이죠.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국가 지도자 운영회의 일원인 성직자 마흐무드 모하마디 아라기는 이란 국영통신에 “하메네이가 자신의 아들이 라흐바르로 고려되는 것에 대해 격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무리 독재권력을 휘두르는 최고 권력자라 한들 국민의 여론을 무시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이어 차기 라흐바르로 거론되는 또 다른 인물은 최고 지도자 선출에 관여하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소속의 알리레자 아라피(67)입니다.
명망 있는 종교 지도자인 아라피는 하메네이가 알 무스타파 국제대학교 총장으로 발탁한 인물로 콤에서 금요 대예배를 집전하며 시아파 신학자들을 육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차기 대선후보군으로 보수파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63) 이란 의장과 최도 지도자 고문 출신으로 이란 핵 협상 대표로도 활동했던 알리 라리자니(66)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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