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해변을 걷고 29년 앓은 전신 근육강직 인간 증후군이 호전됐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올해 일흔한 살인 박상옥 씨는 “요즘 세상이 이렇게 행복한지 정말 오랜만에 느낀다”며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맨발로 걸은 뒤 1995년부터 29년 앓아온 ‘전신 근육강직 인간 증후군(Stiff-Person Syndrome·SPS)’이 호전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걸으면서 병이 걸린 뒤 처음으로 혼자서도 걸을 수 있게 됐다.
“1995년 처음 증세가 나타났어요. 골반 이하부터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1998년부터는 아예 걸을 수가 없었어요. 처음엔 무슨 병인지도 몰랐어요. 병원에 갔더니 목뼈부터 척추 전체에 다 염증이 있다고 했죠. 강직성 척추염이라고. 염증은 치료해서 다 나았는데 몸이 작동이 안 되는 겁니다. 발가락이 오므라져 걸을 수가 없었고, 발을 땅에 디디면 자석에 붙은 것처럼 떨어지질 알았어요. 그때부터 전혀 걷지를 못했습니다.”
“서울대병원에 갔는데 의사들이 ‘거짓말하지 마라’고 하는 겁니다. 그때 젊은 의사 두 명이 저를 보도시 들어 올렸어요. 그때도 검사에서는 이렇다 할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척수에서 항체가 발견됐다고 하면서 SPS라고 한 겁니다. 의사가 ‘공부할 때 이런 병이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실제로 본 적은 처음이다’라고 하는 겁니다. 병원에서 근육 이완제를 처방해줬어요. 심할 땐 병원에 가서 정맥주사로 맞았고, 평상시 집에선 약으로 먹었죠. 그래도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걷다가 넘어져 다치기도 부지지수였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져 하루에 세 번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기도 했다. 움직이지 못하니 1형 당뇨에 걸려 고생하기도 했다. 박 씨는 지인들을 통해 지난해 맨발 걷기에 대해서 알게 됐다. 그는 “맨발로 걷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누가 데려다 줘야 하는데 데려다줄 사람이 없었다. 딸의 도움으로 지난해부터 간간이 집 근처 산에 올랐는데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
박 씨는 최근 일이 있어 하나개해수욕장을 4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집에만 있었더니 증세가 악화됐다. 오늘(5월 30일) 다시 찾았더니 바로 상태가 좋아졌다”며 웃었다.
국내에 맨발 걷기 열풍을 몰고 온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72)에 따르면 맨발 걷기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발바닥 자극은 오장육부 등 모든 신체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부터 이어졌다.
맨발 걷기는 맨땅에서 해야 효과가 있고, 땅은 황톳길이 가장 좋다. 그리고 황톳길보다 더 효과가 좋은 곳이 해변 바닷물이 촉촉한 모래사장이다. 박동창 회장의 말이다.
박 회장이 이 실험을 한 뒤 하나개해수욕장은 맨발 걷기의 메카로 떠올랐다. 하나개해수욕장엔 전국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찾고 있다. 주로 병을 이기려는 사람들이다.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선 전세 버스를 타고 단체로 맨발 걷기 투어를 오기도 한다. 하나개해수욕장은 썰물 땐 갯벌이 3km까지 이어져 맨발로 걷기 좋게 변한다.
박상옥 씨를 만난 5월 30일 하나개해수욕장엔 암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5년 전에 폐암 4기로 진단받은 65세 한 남성은 “제가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만 50번을 받았다. 그런데 맨발 걷기를 2년 하면서 더 이상 암이 퍼지지 않았고,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면서 마치 새살이 돋듯 암이 갈라졌다”고 했다. 그는 고혈압, 고지혈, 전립선, 녹내장 등 ‘종합병원’이었는데 지금은 약을 하나도 안 먹고 있다고 했다.
하나개해수욕장엔 ‘맨발 아미사 힐링하우스’도 생겼다. 아미사는 ‘암을 이긴 사람들’이란 뜻으로 맨발 걷기로 병을 이기러 오는 사람들의 안식처가 됐다.
박상옥 씨는 “검사를 했는데 맨발 걷기를 한 뒤 제 몸에서 좋은 세포를 공격하는 세포의 수가 현저히 줄었다. 당초 7만5000이었는데 3만 정도로 줄었고, 최근엔 60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SPS의 원인에 대해 인체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는 항체를 생성하는 자가면역 반응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항체는 근육 운동을 제어하는 척수의 신경 세포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SPS 환자에게는 글루탐산 탈카르복실효소라 불리는 효소를 공격하는 항체가 존재한다. 박 씨의 경우도 이 항체가 준 것으로 보인다.
박 씨는 “해변 맨발 걷기 하나로 이렇게 좋아질 수 있다니, 정말 기적이다. 평생 맨발로 걸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무의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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