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에 빠진 MZ들, 직접 막걸리 빚고 소믈리에 자격증도 딴다

김병권 기자 2024. 6. 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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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소믈리에 응시자 수, 5년만에 약 50배
지난 2일 오후 8시쯤 서울 강동구의 '갯모루양조'에서 이인영(왼쪽)씨와 최유리(오른쪽)씨가 막걸리에서 쌀지게미를 걸러내고 있다. /김병권 기자

지난 2일 오후 8시쯤 찾은 서울 강동구의 양조장 ‘갯모루양조’. 퇴근 후 전통주 제조를 체험하러 온 이인영(34)·최유리(26)씨는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쌀을 계량하고 있었다. 이씨는 “쌀과 물의 기본 비율은 일대일인데, 물을 더 많이 넣으면 신맛이 살아나고, 쌀을 더 넣으면 술이 달아진다”고 했다. 이들은 원료가 되는 술에 고두밥을 섞고, 탁주를 빚고 남은 찌꺼기를 걸러 막걸리 한 병을 만들어냈다.

어른들의 술로 여겨졌던 전통주를 즐기는 젊은 세대들이 최근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직접 전통주 제조 수업을 듣고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기도 한다.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KISA)에 따르면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 2030 세대는 2019년 5명에 불과했지만 2020년 124명, 2021년 147명, 2022년 232명, 2023년 247명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전통주 소모임’을 만들어 취미 생활을 하거나 집에서 직접 술을 빚기도 한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박진영(29)씨는 최근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한다. 박씨는 “2019년부터 전통주를 즐기기 시작해 4개월 정도 술 빚는 방법을 배우기도 했다”며 “이후 막걸리를 빚는 것을 넘어 제대로 즐기고, 전통주점을 차리고 싶은 욕심도 생겨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고 했다. 그는 “이제 1년에 1~2번 정도는 집에서 막걸리를 직접 만들어 마실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바앤스피릿쇼(주류 박람회)'를 찾은 관람객이 전통주를 시음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북구에 사는 김영준(39)씨는 지난 2월부터 한달간 서울 성동구에 있는 전통주 판매점 ‘우리술당당’에서 전통주 만들기 정규·심화 과정을 연달아 들었다고 했다. 김씨는 “평소 전통주에 관심이 있었는데,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퇴근 후 수업을 들으러 갔었다”며 “직접 전통주를 제조해보니 더 깊게 공부해서 좋은 술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심화 과정도 등록했다”고 했다. 이곳 대표 김치승(24)씨는 “전통주 제조 수업에 참여하는 대다수가 2030세대”라고 했다.

전통주 소모임 '두루몽술'의 멤버들이 지난 3월 3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주점에서 열린 '두루몽술 2주년 파티'에서 전통주를 마시고 기념 포즈를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전통주를 즐기는 2030 세대가 모인 ‘전통주 소모임’도 다수 있었다.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전통주로 ‘혼술’을 하며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이 모여 결성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은 한강 공원이나 영화관 등에 모여 전통주를 즐기거나 양조장 투어에 나서기도 한다. ‘두루 모여 같은 꿈(夢)을 꾸고 우리 술을 마신다’는 뜻을 가진 전통주 모임 ‘두루몽술’ 모임장 최민혁(29)씨는 “모임을 꾸렸을 당시 10명 정도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인원이 2배로 늘어서 약 20명이 활동 중이다. 구성원 모두가 2030세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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