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금투세가 '부자감세'라고? 우물에 독 타지는 말아야
[미디어오늘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과정에서 논쟁이 치열했다. 케이블카 설치 진영은 관광산업 활성화가 명분이었다. 설치 반대편은 환경보전이 명분이다. 그런데 설치 진영이 갑자기 새로운 논리를 내세웠다. 장애인 인권을 위해 케이블카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일견 합리적인 논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장애인 단체가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면서 장애인 인권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졌다. 장애인 단체는 어차피 케이블카 타는 곳까지 대중교통 수단으로 갈 수조차 없다고 설명했다. 그냥 케이블카 설치해서 돈을 벌고 싶다고 솔직한 욕망을 주장하는 것이 좋을 뻔했다. 물론 케이블카가 경제성이 있는지는 별도 문제다.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쟁이 치열하다. 금투세는 주식 등 양도 차익에 과세하는 제도다. 놀랍게도 우리나라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제1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매우 독특한 나라다. 열심히 일해서 발생하는 소득에는 물론 과세가 된다. 그러나 돈을 투자해서 주식 등 매매차익이 생겨도 과세되지 않는다. 국가의 조세체계가 안정되고 자본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이례적이다.

지난 2020년에 당시 추경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투세 법안은 여야 합의로 통과했다. 한차례 유예를 거쳐 내년부터 도입이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을 폐지하겠다고 한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사실상 기획재정부가 추진하여 이미 통과하여 시행시기만 앞두고 있는 법안을 대통령이 반대하니 여당과 기재부의 입장이 꼬여 버렸다.
전 기재부 장관인 추경호 의원은 자신이 대표발의해서 낳은 금투세 법안을 부정한다. 유예할 수도 있다고 한다. 주식양도차익에 과세하지 않을 명분은 사실상 없다. 다만,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니 유예하거나 폐지하자는 의견과 소득있는 곳에 과세하자는 2020년 여야 합의 정신이 있을뿐이다. 그런데 금투세 반대 진영이 갑자기 새로운 논리를 내세운다. 금투세는 부자 감세기 때문에 도입하면 안 된다는 신박한 논리다.

최근 월간조선은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씨 인터뷰를 통해 금투세가 시행되면 사모펀드 투자자 세금이 49.5%에서 20%대로 준다고 주장했다. 몇몇 언론 등은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 그러나 당사자인 사모펀드 업계의 말을 들어보자.
한국경제 기사에 따르면 사모펀드 업계는 금투세가 도입되면 '세금폭탄' 날벼락이라고 한다. 박순혁 씨를 인용한 월간조선 보도가 맞다면 사모펀드 업계는 금투세 도입을 찬성해야 한다. 그러나 당사자인 사모펀드 업계는 금투세로 지나치게 세금이 늘어난다고 아우성이다. 누구말이 맞을까?
현행 국내 상장 주식 양도차익은 비과세다. 사모펀드를 통해 국내 상장 주식에 간접투자를 해도 그동안 비과세였다. 그러나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식양도차익에 최대 25% 세율이 적용된다. 그런데 사모펀드는 관례적으로 매년 이익금을 분배한다. 사모펀드가 비록 상장주식에 투자해서 수익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사모펀드 투자자는 사모펀드에서 분배금을 받게되고 이는 금투세에 따르면 배당소득으로 인식된다.
배당소득으로 인식되면 금투세 최고세율 25%가 아닌 종합소득으로 합산과세되어 최대 49.5%까지 과세될 수 있다. 즉, 매년 발생하는 사모펀드 분배금액은 현행은 일부 비과세 되다가 금투세가 시행되어도 금투세 최고세율 25%가 아닌 소득세 최고세율 49.5%로 과세된다. 사모펀드 투자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다만 사모펀드를 중간에 환매하면 배당소득이 아니라 금융투자소득으로 인식되어 25% 금투세율에 적용되는 경우도 일부 존재할 수는 있다. 그러나 환매와 같은 예외 보다는 이익배당이라는 행위가 사모펀드의 근본이다. 그냥 금투세 도입으로 금융 소득에 세금을 내고싶지 않다거나 주식시장이 불안할 수 있다는 솔직한 욕망을 주장하는 것이 좋을 뻔했다. 물론 금투세가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별도 문제다.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대만 사례를 언급한다.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는 주식시장 양도차익과세가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나 대만은 실패했다. 그러나 대만이 주식양도차익 과세에 실패한 이유는 시장에 충분한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도입했기 때문이며, 대만은 여전히 차명 주식거래가 많기 때문이다.
주식양도차익에 세금을 피하고 싶다기 보다는 실명 주식거래를 하고 싶지 않은 욕망도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대만의 실패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주어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법 통과 시점은 2020년이나 도입시점은 2025년이다.

미래 가치를 선(先)반영 하는 주식시장의 특징상 금투세 도입의 효과는 이미 시장에 반영 되었다. 그런데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려는 시도가 있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을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주장이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법을 시행하지 않을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 그리고 최근 22대 총선 이후 의석수를 고려해 보면 국민의힘은 금투세를 폐지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없다. 금투세는 2025년 정상적으로 시행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금투세가 시행되면 주식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주문을 건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가장 안좋은 것은 불확실성이다. 불확실성을 만드는 것은 금투세 폐지론이다. 내년에 유예가 된다고 해도 언젠가는 주식양도차익에 과세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즉, 내년에 유예가 되면 금투세가 언제 도입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끝없이 시달리게 된다.
다시 반복하지만 주식시장은 미래를 선반영하는 시장이다. 2020년 여야 합의를 통해 통과된 금투세의 효과는 이미 주식시장에 선(先)반영 되었다. 국회에서 통과된 금투세를 폐지할 권한조차 없는 사람은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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