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예선行 걸린 승부처 앞둔 김판곤 감독, 그의 발목 잡는 비협조와 연쇄 부상
(베스트 일레븐)
김판곤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악조건 속에서 6월 A매치 2연전을 준비한다. 객관적 시각에서도 납득하지 못할 일들이 자꾸 벌어지고 있다.
김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는 오는 6일 비슈크케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예정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D그룹 5라운드 키르키스스탄 원정 경기를 치르며, 11일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 국립경기장에서 예정된 6라운드 대만전을 펼치게 된다.
말레이시아는 4라운드가 종료된 D그룹에서 2승 2패를 기록, 그룹 3위에 랭크되어 있다. 3월 2연전 이전만 해도 2연승을 달리며 그룹 1위였으나, 한 수 위로 평가되던 오만을 상대했던 두 차례 경기에서 객관적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2연패 당해 순위가 내려갔다. 하지만 6월 2연전을 통해 구도를 다시 바꿀 여지가 충분히 있다.
대진상으로 볼 때 불리할 게 없는 말레이시아다. 오만과 키르키스스탄이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는 점, 말레이시아가 최약체 대만과 홈 경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관건은 6일 예정된 그룹 선두 키르키스스탄 원정 경기 승패다.
키르키스스탄이 현재 3승 1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지난해 11월 김 감독은 격전 끝에 키르키스스탄을 4-3으로 꺾은 바 있다. 적지에서도 같은 결과를 낸다면 승리가 확실시되는 대만과 대결 이후 말레이시아가 2위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 더군다나 키르키스스탄은 최종 라운드에서 오만과 대결한다. 만약 말레이시아가 오만을 무너뜨린다면, 키르키스스탄과 오만은 생존하기 위해 벼랑 끝에서 물고 물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요컨대 총력전을 벌여야 할 말레이시아다. 그런데 김 감독을 둘러싼 상황이 좋지 못하다. 김 감독은 이번 2연전을 준비하기 위해 국가대표팀을 조기 소집해 훈련에 돌입했다. 말레이시아 리그는 추춘제로 전환된 터라 현재 경기 일정이 없어 소집에 문제가 없을 듯 보였다. 말레이시아리그 사무국(MFL)도 이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리그 내 강호이자 국가대표를 다수 보유한 조호르 다룰 탁짐과 셀랑고르 FC가 차출을 거부해 반쪽 훈련이 되고 말았다.
익명의 현지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두 팀은 베트남과 브루나이에서 자신들끼리 이른바 '슈퍼 클럽 컵'을 연다는 뜻을 공표한 뒤 흐지부지되는 일을 빚었다. 경기가 없어졌으면 선수들을 보내줄 법하지만 이 두 팀은 FIFA 국가대표 차출 규정에 따라 선수를 보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법대로' 하겠다는 두 팀의 자세를 꺾을 수는 없기에 그저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한국에 굴욕을 안긴 공격진 트리오가 모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최근 산(酸) 테러를 당해 중환자 수술까지 당한 파이살 할림을 비롯해 아리프 아이만과 로멜 모랄레스 모두 부상 때문에 이번 대표팀에서 빠졌다.
뿐만 아니다. 선수를 겨냥한 테러가 계속 이어졌다. 5월 초 파이살 할림과 약하르 라시드가 테러를 당한 바 있는데, 이후에도 국가대표 자원 두 명이 집에 또 다시 강도 피해를 당해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다. 다른 나라에서는 축구 선수가 강력범죄 피해를 당하면 그 자체로 커다란 이슈가 된다. 이런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레이시아에서는 거듭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5월에만 네 명이 당했다. 상식적인 선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모든 힘을 쥐어짜서 승부해도 모자랄 판에 비협조와 선수 부상 때문에 최적의 전력을 구축하기 힘든 상태에 놓인 셈이다. 그래도 김 감독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 감독은 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모든 공격수들에게 문제가 있다"라고 말한 뒤, "그래도 경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적합한 선수를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우리는 절대로 고개 숙이거나 포기하지 않겠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긍정적 자세를 유지하며, 말레이시아의 이름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괴롭히는 범죄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폭력에서 보호하고 싶다. 비단 축구 선수뿐만이 아니다. 당신도 피해를 당할 수 있고, 나도 마찬가지. 이 상황을 멈춰야 한다. 스포츠는 즐겨야 하고, 짜릿해야 하며, 서로 의지하고 사랑해야 한다. 이런 증오를 멈춰야 하며, 국가대표 선수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이들은 나라의 보물"이라며 "모두가 선수들을 보호하고 지지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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