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톱 사태 주도한 '대왕 개미' 키스 질 귀환에 밈 코인 들썩[비트코인 A to Z]

2024. 6. 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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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 코인, 젊은 세대의 계급 투쟁 현상 반영



3년 전 게임스톱 사태를 기억하는가. 게임스톱 사태란 사업 건전성이 빈약한 게임스톱 주식에 공매도를 한 월가의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개미 투자자들이 주가를 끌어올려 망하게 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금융 투자 전문가들은 게임스톱 사태를 보며 이해할 수 없는 투기 현상이라 입을 모았다. 게임스톱 주가가 과열되자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던 로빈후드는 급기야 게임스톱 주식 매수 버튼을 삭제했고, 로빈후드 경영진이 투자의 민주화라는 표면적인 비전과는 달리 월가의 편을 든다며 개미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게임스톱 스토리는 영화 ‘덤 머니’로 제작되기도 했다.


 대왕 개미’ 로어링 키티의 귀환

게임스톱 사태의 주동자로 꼽히는 대왕 개미 키스 질. ‘로어링 키티’라는 가명을 쓰는 그는 레딧과 유튜브 방송을 통해 게임스톱 투자를 독려하곤 했는데 마스코트인 빨간 두건과 실제 게임스톱으로 수백억을 번 자신의 계좌를 공개한 것으로 유명하다. 훗날 그는 게임스톱 주가조작 혐의로 청문회에 소환됐고 이후 온라인 활동이 뜸해지며 잠적했다. 게임스톱의 주가 역시 폭락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런데 로어링 키티가 약 3년 만에 X(구 트위터)에 복귀를 암시하는 포스팅을 올리자 시장은 다시 요동을 쳤다. 로어링 키티가 복귀한 날 게임스톱의 주가는 70% 이상 폭등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주식뿐 아니라 코인 시장도 투기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이다. 로어링 키티의 복귀 소식에 밈 코인들의 가격은 일제히 폭등했다. 강아지, 고양이, 개구리, 원숭이, 정치인 밈 코인 가격이 폭등했고 심지어 게임스톱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GME 티커의 밈 코인 역시 30배 역시 폭등했다. 

게임스톱 사태를 돌이켜보며 만약 당시 밈 주식 열풍이 전통 금융 인프라가 아니라 크립토 인프라에 기반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아마도 결과는 더욱 파괴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발행되어 거래되는 밈 코인의 종류가 밈 주식 대비 많았을 것이고 7일 내내 24시간 무규제로 운영되는 코인 시장의 특성상 더욱 높은 수준의 가격 변동성이 나타났을 것이다. 게다가 탈중앙화 거래소를 통해 밈 코인을 매매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로빈후드처럼 매수 버튼 삭제를 강제당하는 일도 없었으리라. 아주 일부는 밈 코인 투기를 통해 벼락부자가 되었을 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손해를 봤을 것이다.


 이익은 사유화, 손실은 공동화?’ 계급투쟁의 발현

필자는 게임스톱 사태나 밈 주식, 밈 코인 현상의 본질이 같다고 생각한다. 얼핏 보면 철없는 젊은이들의 카지노 같아 보이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는 사회문화적인 현상이다. 바로 계급투쟁이다.

사실 계급투쟁은 인류의 역사와 궤를 함께하지만 금융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발현된 것은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촉발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2021년 코로나 이후 발생한 게임스톱 사태의 공통적인 슬로건은 ‘엿 먹어라’가 아닐까 싶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공동화하는 사회 시스템 엿 먹어라, 선택에 책임을 지지 않는 정치인들과 월가 임원들 엿 먹어라, 개미 투자자를 우습게 아는 부유한 헤지펀드 매니저 엿 먹어라. 평범한 개미 투자자들은 불공평하고 착취적인 시스템에 분노하고 기득권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시위를 하더니 급기야 밈 주식을 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맥락은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만 저항의 양상이 밈 주식 가격 폭등, 폭락으로 이어진 점은 다소 과격하고 미숙한 면이 있다.

한편 밈 주식과 밈 코인에 열광하는 개미 투자자들이 주로 젊은 세대라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요즘의 젊은 세대는 산업화 이후 부모 세대 대비 (평균적으로) 궁핍한 최초의 세대이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을 하는 것이 어려운 세대. 취업을 하고 열심히 일해도 삶이 별반 달라지지 않는 세대. 자력으로 집을 사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세대. SNS에서 잘사는 사람들을 보며 생활 수준에 대한 눈은 높아졌지만 정작 현실은 초라한 세대. 중산층의 입지가 좁아지고 양극화를 몸소 체험하는 세대. 이런 상황 속에서 밈 주식, 밈 코인을 통해 단기간에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스토리는 어차피 미래가 불투명하고 지금 당장 잃을 것이 별로 없는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달콤하게 들릴 수 있다. 

게다가 주식 대비 가격 변동성이 높고 도파민이 끊임없이 분출되는 코인은 젊은 세대의 욕망에 기름을 붓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밈 코인을 매매하며 잭팟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라는 그들은 기성세대가 만든 시스템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엿 먹어라! 난 빨리 부자가 될 거야!


 밈 코인 현상에 대한 업계 내 갑론을박

흥미로운 것은 크립토 업계 내에서도 밈 코인 현상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밈 코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입장에서는 밈 코인이 크립토가 지향하는 가치(검열 저항성, 금융 혁신, 탈중앙성 등)와 무관하며 본질을 호도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크립토 VC 중 하나인 a16z CTO 에디 라자인은 밈 코인 투기 현상을 비판하며 이런 글을 남겼다.

“밈 코인은 대중, 규제 기관, 기업가들이 크립토를 보는 방식을 바꾼다. 최상의 경우 그것은 위험한 카지노처럼 보인다. 혹은 거짓된 약속들의 연속으로 보인다.” 

반면 밈 코인 옹호론자들은 밈 코인이야말로 자유시장 원칙을 따르는 코인이며 비트코인 또한 밈 코인이라 주장한다. 게다가 밈 코인을 통해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고 관심과 자본이 유입된다면 이는 중장기적으로 업계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옹호론자들의 생각이다.

심지어 어떤 밈 코인 옹호론자들은 VC로부터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토큰을 거래소에 상장한 뒤 서서히 개미 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기는 업계의 관행을 비판하며 밈 코인이 그나마 공정한 코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역설적이게도 크립토 업계 내에서도 계급투쟁이 벌어지는 듯하다. 이미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블루칩 코인으로 부를 축적한 기성 세대(?) 및 VC. 그리고 아직 충분한 부를 축적하지 못했거나 밈 코인 매매를 통해 벼락 부자가 되고자 하는 신흥 세력 간에 입장이 대립하는 것이다.

밈코인에 대한 필자의 입장은 중립이다. 밈 코인 투기가 바람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이것이 없어질 현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빠르게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개미 투자자들의 욕망에 기반한 시장의 광기가 언젠가 재현될 것이라 생각하기에, 몇 가지 밈 코인들을 적절히 포트폴리오에 편입시켜 비트코인과 같은 블루칩 코인들과 함께 바벨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편이다.(실제로 이 바벨형 전략은 지난 수개월간 최고의 퍼포먼스를 낸 전략 중 하나였다.)

게다가 풀뿌리 정신으로 시작된 크립토 업계가 점차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과정에서 이에 동조하지 않는 시장참여자들이 주도하는 밈 코인 생태계 또한 존속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래는 밈 코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다. 밈 코인을 ‘알트코인’으로 치환해도 명제는 대체로 유효해 보인다. 밈이란 무엇인가. 

((((표로 만들어주세요))))
-    밈 코인은 투기적인가? 그렇다
-    밈 코인은 유해한가? 관점에 따라 다르다
-    밈 코인은 사회문화적 현상인가? 그렇다
-    밈 코인 가격은 인사이더들에게 조작되는가? – 그럴 수 있다
-    밈 코인은 블록체인 네트워크 지표에 도움이 되는가?(거래 수, 볼륨, 유저, 투입 자본 등) – 그렇다
-    밈 코인 벼락 부자는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동기를 저하하는가? – 그럴 수 있다
-    밈 코인은 개발자와 기업가들이 진지한 서비스를 개발하려는 동기를 저해하는가? – 그럴 수 있다
-    밈 코인이 실생활에서 유틸리티를 가지는가? 대체로 아니다
-    밈 코인 발행자는 자본 차익을 위해 그들이 보유한 코인을 판매하는가? – 대체로 그렇다 


한중섭 ‘어바웃 머니’, ‘비트코인 제국주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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