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법은 내가 더 알아" 법원 판결은 달라···'불통' 대구시 행정에 경종 잇따라
검사 출신 홍준표 대구시장의 '법잘알'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이후 대구시 행정은 크고 작은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쓴소리를 쏟아내는 정치권과는 물론 지역의 기초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 언론, 주민 등 싸우는 상대도 전방위적입니다.
법조인 출신이어서인지 법은 자신이 잘 안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은 탓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법부 판단은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다시 소환된 퀴어 축제 공권력 충돌
가장 최근 주목할 판결은 5월 24일 나온 대구 퀴어 문화축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사건입니다만 간략히 언급하면, 2023년 6월 17일 열린 대구 퀴어 문화축제 때인데요.
15년 동안 해마다 열던 행사인데요.
대구시는 집회 신고를 했더라도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집회를 막는 행정대집행에 나섰습니다.
공무원이 무려 500명가량, 웬만한 대구시 직원은 다 동원됐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경찰은 공무원을 막아섰습니다.
'적법하게 신고된 집회인데, 방해해서는 안 된다'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뒤엉켜 몸싸움하다 부상자가 나오는, 어이 상실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퀴어 축제 방해는 부당" 홍준표 시장의 중과실 인정한 판결
이와 관련해 퀴어 축제 조직위는 홍 시장과 대구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5월 24일 7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조직위 손을 들어줬습니다.
법원은 "행정대집행 이유가 없는데도 집회 개최를 저지했기 때문에 대구시는 손해 배상을 해야 하고, 집회 저지를 지시한 홍 시장에게 중과실이 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 않아야 할 공권력 행사로 소동은 소동대로, 안 써도 될 세금은 세금대로 쓰게 된 겁니다.
자칭 '법잘알' 맞나?
경찰과 대구시가 충돌하고 홍 시장은 여러 차례 경찰의 잘못을 강도 높게 지적했습니다.
사태가 벌어지고 6월 19일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6월 19일)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신고만 하면 도로 점용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의제 조항이 없습니다. 신고가 되면 마음대로 자기가 어느 장소라도 교통 차단하고 할 수 있다면 고속도로에서는 왜 못 하나?"
'법못알' 기자 입장에서는 대체로, '맞나?' 하면서도 그대로 기사화했죠.
그러면서 대구시는 법제처에 경찰과 대구시 가운데 누구의 법 해석이 맞냐며 유권해석을 요청했습니다.
법제처는 법령해석 요청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반려했습니다.
그런데, 대구시 측은 마치 법제처가 대구시 손을 들어준 것처럼 해석했고, 그러자 법제처가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내고 반박했는데요.
'주요 도로에서 집회 신고된 모든 경우에 별도로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라며 대구시 주장과 배치되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내 잘못이오' 할 리가···
'♪♪그렇다고 물러서면 대장부가 아니지~~'는 가수 송창식 씨가 '우리 동네 담뱃가게 아가씨'에게만 하는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법제처 반박에도 홍 시장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2023년 국정감사 때 용혜인 의원이 이 부분을 지적했는데, 홍 시장은 이렇게 되받았습니다.
용혜인 의원 "법제처에서 (대구시에서 요청한) 유권해석을 반려하면서도 '모든 경우 별도로 도로 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그거는 법제처에서 해석을 하면서 오바한 거죠."
법제처의 오버라··· 그러면서 한 마디 더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법은 내가 더 알 겁니다."
경찰이나 법제처의 법 해석, 집행에 수긍했더라며 좀 더 일찍 갈등이 덜 커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소송 1심이 끝난 뒤 조직위 측은 이 부분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배진교 대구 퀴어 문화축제 조직위원장 "갈등을 봉합하고 차별 없는 행정을 해야 할 지자체장이 자신의 책무를 저버린 것은 규탄받아 마땅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대구시민을 위한 시장이 되시길 바랍니다."
언론을 향한 적대적 태도도 '오십보백보'
대구MBC와도 관련이 있는 부분입니다.
홍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열린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불편한 언론과 마찰을 빚어왔습니다.
불편한 질문을 하면 답하지 않겠다고 하거나 어디 소속이냐, 다른 것부터 신경 쓰라는 식의 면박을 준 적도 여러 차례입니다.
언론 보도로 문제, 갈등이 생기면 갈등을 중재하고 구제하는 역할을 하도록 만든 법적 기구인 언론중재위원회가 있습니다.
현직 판사와 관계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기구입니다.
그런데, 홍 시장은 언론중재위도 효과가 없다고 평가 절하하며 곧바로 취재 거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대구MBC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2023년 5월부터 무려 9개월 동안 취재 거부가 이어졌습니다.
법원에서 '대구MBC 출입 및 취재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때까지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취재 거부 이전이나 현재 다른 언론사와 달리 취재에 여러 어려움이 남아 있습니다.
역시 물러서지 않는 홍 시장···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해
언론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이 반복되는 가운데 최근 대구시 공무원의 취재기자 폭행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대구컨벤션뷰로 해산 총회 때 비공개 총회가 끝난 뒤 취재하던 오마이뉴스 기자와 실랑이하던 중 넘어져 다치고 카메라가 부서진 일이 있었고,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시민단체는 일방적인 불통과 권한을 넘어선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며 지난 22일 홍 시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연합 조광현 사무처장의 말입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취재 거부를 하라고 그렇게 지시했던, 연락했던 사람들도 전체적으로 처벌을 받는 어떤 그런 상황이 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 대한 경종, 그다음에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홍준표 시장에게 사법적, 형사적 책임을 묻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쓰다 보니 좀 길어졌는데, 홍 시장 취임 이후 시민 원탁회의가 폐지되고 정책토론 청구 문턱은 대폭 높아지는 등 시민 소통이나 정책 참여 기회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자칭 '법잘알'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의 부당 행정에 경종을 울리는 법원 판단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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