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 예측부터 마약 검사·테이저건 제압까지… 항공 안전 운항의 심장을 가다[동아리]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2024. 6. 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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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빙(BING) AI 생성 이미지. 입력어(프롬프트)는 ‘운항 중에 난기류를 만난 대한항공 항공기’.
“앞서 운항 중인 워싱턴 출발편으로부터 라이트 터뷸런스(난기류) 조우했다고 접수했습니다. 또 현재 실시간 업데이트되고 있는 버티컬 터뷸런스 정보에 따르면 현 운항 경로에는 터뷸런스가 없기 때문에 계속 그 고도 운항을 추천합니다. 다만 3시간 후에 일본 영공 진입할 때 라이트 터뷸런스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김성진 대한항공 운항관리사)

“코리안에어 082편 현재 3만8000(피트,ft) 고도로 경로 계속 유지하겠습니다.”(대한항공 KE082편 항공기 기장)

작년 말 최신 설계와 설비로 새 단장한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Operations & Customer Center)’에서 이뤄진 교신 내용이다. OCC 운항관리사가 미국 뉴욕 JFK공항을 출발해 운항 중인 KE082편 항공기 기장에게 기상 정보를 알려주는 상황이다.

최근 런던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여객기가 난기류를 만나 태국 방콕에 비상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1명이 숨지고 85명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리 예측하기 어려운 난기류가 항공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이번 대한항공 운항관리사와 항공기 기장의 위성교신 역시 난기류 정보 확인과 공유에 중점을 뒀다.

김성진 대한항공 운항관리사가 뉴욕에서 출발한 KE042편 항공기 기장과 위성교신을 하고 있다.
기상정보가 표시된 운항관리사 책상 위 디바이스
운항관리사와 기장의 교신은 일상대화처럼 편안한 존댓말로 이뤄졌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통신보안’이나 ‘입감’ 등의 통신 전문용어는 나오지 않았다. 위치 등의 좌표를 말할 때는 군대와 마찬가지로 알파, 브라보, 찰리, 인디아, 킬로 등의 포네틱코드를 사용했다.

항공여행 수요 증가로 여객기 운항이 늘어나는 가운데 대한항공이 전면 리뉴얼을 거친 종합통제센터(OCC)와 항공의료센터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항공안전전략실과 정비격납고, 객실훈련센터 등 다른 핵심시설도 함께 선보였다.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 ‘종합통제센터(OCC)’… “매일 400대 항공기 추적·관리”

위성교신이 이뤄진 OCC는 여러 핵심시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업무시설로 볼 수 있다. 직원 업무 하나하나가 현재 운항 중인 항공기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본사 A동 8층에 330평 규모로 이뤄진 OCC에는 11개 부서 전문가 총 240여명이 3교대로 근무하면서 24시간 운영된다. 잠들지 않는 ‘지상의 조종실’로 불리는 이유다.

근무자 임무가 막중하고 불리는 별명까지 거창하기 때문에 진지하고 엄숙한 업무 공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후 시간대 센터 내 분위기는 여유로워보였다. 작년 12월 리모델링했기 때문에 최신 설비가 갖춰졌고 공간도 넓어 전반적으로 쾌적한 분위기다. 센터 정면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김포공항 활주로가 보이는 기다란 대형 창문으로 이뤄졌다. 탁 트인 공항 활주로 전망이 이색적이다. 직원 개인 책상에는 기본적으로 모니터 3개가 놓여 있다. 경로정보와 기상정보, 지도 등을 표시하는 신기하지만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화면들이 켜져 있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직원 자리도 하나둘씩 비워졌다.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전면에 항공기 항적 등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이 있다.
OCC센터 내 정면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은 최신식 설비의 정점을 보여준다. 가운데 가장 큰 화면에는 전 세계 지도가 평면으로 표시됐고 그 위에 현재 운항 중인 대한항공 항공기의 항적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화면을 연상시킨다. 대한항공은 5월 기준 여객기 138대와 화물기 23대 등 총 161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총 39개국 110개 도시에 취항하고 하루 평균 400여 편이 운항한다. 매일 400여 편의 항공기 아이콘이 대형 스크린에 표시되는 것이다. 지도는 축소됐고 항공기 아이콘은 크게 표시되기 때문에 화면에서 항공기가 이동하는 모습을 보려면 한참을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 항공기 아이콘 위에는 편명 숫자가 있어 알아보기가 쉽다. 항공기를 선택해 주행거리나 연료량, 승객 수 등 세부 현황도 확인할 수 있다. 국적기인 만큼 대한민국 지도에 가까워질수록 항공기 아이콘이 많아진다. 화면에는 기류와 구름 등 기상상황도 표시된다. 미국 남쪽에 나타난 빨간색 기상표시는 구름(적운층)의 흐름을 보여준다고 한다. 빨간색으로 표시돼 운항에 위험한 허리케인이나 난기류인줄 알았는데 단순히 많은 양의 구름이 표시된 것이었다. 적운층은 낮은 고도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향하는 항공기는 고도가 높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한다.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황윤찬 대한항공 통제운영팀 네트워크OPS그룹장이 월스크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형 센터 스크린 왼편에는 방송뉴스 화면이 나온다. 테러나 재난, 자연재해 등 세계 주요 이슈를 인지하기 위해서다. 반대쪽 오른편에는 김포와 인천국제공항 지상 트래픽과 램프 운영 현황, 항공기 활주로 이동 현황 등을 표시하는 보조 스크린으로 구성됐다. 공항과 활주로 등 지상 운영 현황도 24시간 모니터링 대상이다. 운항 중인 항공기와는 직통으로 연결되는 전화기도 운영하고 있다. 비정상 및 비상 상황 시 기장 등 운항승무원에게 실시간으로 알리고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OCC는 항공기들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운항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응하도록 지원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월스크린
OCC는 안전 관련 운항관리센터(FCC; Flight Control Center·FCC)와 정비지원센터(MCC; Maintenance Coordination Center), 탑재관리센터(LCC; Load Control Center)와 고객서비스 관련 네트워크운영센터(NOC; Network Operation Center) 등 총 4개 센터로 구성됐다.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본사 3층에 따로 떨어져 있던 정비지원센터(MCC)를 합류시켜 업무와 의사결정의 효율을 높였다고 한다.

세부적으로 운항관리센터(FCC)는 항로와 연료, 탑재량, 비행시간 등을 산출하고 항공기가 계획대로 운항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이를 통해 운항승무원에게 안전 운항 정보를 지원한다. 최적 항로 구성으로 비행시간 단축과 연료를 절감하는 역할도 맡는다. 정비지원센터(MCC)는 말 그대로 운항 중 항공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정비 기술을 지원한다. 지상 업무와 관련해서는 정비 작업 일정을 조율하고 해외 지점 정비사를 지원하는 업무도 담당한다.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입구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회의실
탑재관리센터(LCC)는 승객 좌석과 화물 탑재 위치 등을 결정해 허용범위 내 항공기 무게 중심을 관리한다. 네트워크운영센터(NOC)는 항공기와 승무원 일정을 운영한다. 평소 강설이나 태풍 등 비정상 상황 발생을 예측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둔다. 상황 발생 시 전사 각 부문과 이뤄지는 소통 창구 역할도 한다.

OCC 내 4개 센터는 각기 역할과 이름이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안전 운항’을 위한 부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종합통제센터를 종합안전센터로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모든 시스템이 안전에 집중돼 있다. 대한항공 측은 리모델링을 통해 최신 설비를 갖추고 안전 관련 업무를 집약했기 때문에 설비 개선 만으로도 이전보다 효율적이고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OCC는 소통(Communication)과 협력(Coordination), 협업(Cooperation) 등 3가지를 핵심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안전 운항을 위해 여러 부서가 협업해야 하는 만큼 원활한 소통과 협력이 필수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최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OCC 중앙에 의사결정 존(Zone)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내 사무공간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 휴게실
안전 운항을 위한 정책은 항공안전전략실에서 나온다. 항공안전전략실은 항공기 운항과 비운항 전 부문의 안전 관련 요인을 총괄 관리한다. 안전기획팀과 안전품질평가팀, 지상안전팀, 안전조사팀, SMS(Safety Management System)팀 등 총 5개 팀으로 구성됐고 근무 인력은 50명 규모다. 모두 안전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베테랑 직원으로 이뤄졌고 안전사고 예방과 평가부터 사고조사와 수습까지 도맡는다. 때문에 보이지 않는 해결사로 여겨지기도 한다.

안전정책은 안전 운항을 위한 국내외 규정 및 환경 변화에 맞춰 최소 연 1회 개정한다. 항공안전전략실은 수립된 안전정책을 각 근무자와 작업자에게 알리는 역할도 담당한다. 안전 위해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위험도 관리도 실시한다. 안전 위해 요인 식별과 1차 위험 평가, 위험도 경감 조치, 2차 위험 평가 순으로 이뤄진다.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과 최신 항공기 기재 도입,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최근 항공업계에서 위험도 관리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고 그런 만큼 항공안전전략실의 역할도 커지는 추세다. 여기에 안전 담당 팀장급이 참석하는 안전보안월례회의와 부서장급 직원이 갖는 안전 운항 관리자 회의, 부사장급 이상이 모이는 중앙안전위원회 등 안전 관련 회의체도 주관한다. 이밖에 안전 성과지표를 기반으로 안전 목표 달성에 대한 보상과 사내 안전문화 정착 활성화 등의 업무도 항공안전전략실이 맡는다.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대형 의료시설 ‘항공의료센터’… “직원 마약 검사부터 정신 건강까지 챙긴다”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도 중앙통제센터(OCC)처럼 새 단장을 거쳐 최신 시설로 거듭났다. 일단 회사 본사 내에 꽤 큰 의료시설이 조성돼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리모델링을 통해 서울에 있는 전문 건강검진 센터에 버금가는 쾌적한 환경으로 업그레이드 됐고 최신 설비와 장비도 갖췄다고 한다. 1차 의료기관이기 때문에 장비 도입이나 진료 등의 제한이 있지만 국내 대형 병원과 협력을 통해 임직원 건강 증진을 위해 필요한 대부분 설비와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항공의료센터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정기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승무원들은 고도와 기압 등 지상과 다른 환경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무원 건강 역시 안전 운항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승무원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일반사람들이 보기에는 화려한 직업이지만 불규칙한 스케줄 근무일정과 신체 적응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대표적으로 맞춤형 수면 건강 증진 프로그램을 승무원을 대상으로 운영 중이고 필요한 경우 외부 전문 의료 기관과 연계해 수면다원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승무원이 아닌 직군 직원도 교대 근무로 인해 수면 문제를 겪는 경우 해당 프로그램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스트레스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매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마음 건강검진을 시행한다. 이를 위해 사내 심리상담실(휴클리닉)을 마련해 임상심리전문가 2인이 상주하고 있다. 직원들은 필요 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고 상담 내용은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진다고 대한항공 측은 전했다. 여기에 비행 중 겪는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 관리도 승무원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최윤영 대한항공 항공의료센터장은 “최근에는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관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안전 운항과 직결되는 운항승무원의 정신 건강을 더욱 각별히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심리 상태와 음주를 비롯한 생활 습관, 인지 기능 등 정신 건강의 다양한 영역에 대해 폭넓은 평가와 관련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에 대한 검사도 항공의료센터가 담당한다. 마약검사는 법적 기준에 맞춰 국내로 복귀한 승무원 중 5% 규모 인원을 무작위로 선정해 불시에 이뤄진다고 최 센터장은 전했다. 간이(시약) 마약검사를 진행하고 양성이 나오면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절차가 있는데 실제로 마약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정밀검사 후에도 양성이 나오면 국토교통부와 사법기관에 신고하는 것이 절차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기내 응급구호키트.
대한항공 본사 항공의료센터
항공의료센터는 기내 응급환자 발생을 대비한 지상 의료 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숙련된 의사들로 구성된 ‘24시간 응급의료콜시스템’을 대형 병원과 제휴를 통해 운영 중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기내에 환자가 발생하면 의사인 탑승객을 찾아 응급조치를 하는데 탑승객 중 의사가 없으면 응급의료콜시스템을 활용해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지난 2월 네팔로 가던 항공기 기내에서 네팔인 환자 승객이 발생했고 이때 해당 응급시스템을 통해 의사 조언에 따라 기내에서 응급처치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네팔인 승객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으로 의식을 회복했고 착륙 후 지상에서 대기하던 의료진에게 무사히 인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안전 운항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항공의료센터와 기내 의료기기, 응급처치 방식 보완 등 의료 대응 체계 강화도 지속적으로 병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훈련을 받는 승무원.

안전 운항 요람 ‘객실훈련센터’… “승무원은 테이저건 소지한 사법경찰관”

아직 리모델링을 진행하지 않았지만 객실훈련센터는 객실승무원을 안전요원으로 육성하는 요람으로 교육과 훈련을 위한 업그레이드가 빈번하게 이뤄진다고 한다.

본사 건물 옆에 위치한 객실훈련센터는 지난 2003년 문을 열었다. 지하 2층~지상 2층, 연면적 7695㎡ 규모를 갖췄다. 실제 상황처럼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잉747 등 항공기 동체 일부와 동일한 시설이 설치돼 객실(예비)승무원 훈련 용도로 사용된다. 항공기 기종별 도어도 훈련용으로 배치해 실습에 활용된다. 가로 25m, 세로 50m 크기 대형 수영장 시설도 있다.

연간 1회씩 모든 승무원은 정기적으로 안전 훈련을 받고 신규 기재 도입 등 상황에 따라 수시로 훈련과 교육이 이뤄진다고 한다. 센터는 항공기 도어 작동 실습실, 비상장비 실습실, 응급처치 실습실, 비상사태 대응 훈련 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훈련용 항공기 동체 설비
먼저 모든 승무원들은 항공기 기종별로 다른 도어 작동법을 정기적으로 훈련받는다. 환자 승객 발생 시 사용하는 의료장비와 화재 진압 장비, 비상 탈출 장비 점검법과 사용법도 익혀야 한다. 항공기가 바다나 강에 비상착륙할 경우를 대비한 비상 착수 훈련도 이뤄진다. 비상 착수 훈련은 센터 내 수영장에서 실제 상황처럼 진행된다. 실제로 동체와 연결된 아파트 2층 높이 비상 탈출용 슬라이드 시설이 설치돼 있다. 구명조끼 사용법과 구명보트 탑승 절차, 구조 요청 방법 등의 과정을 훈련을 통해 숙달하게 된다.

안전을 책임지는 직원을 육성하는 시설인 만큼 교육을 진행하는 직원(교관)의 목소리는 사뭇 진지했다. 예상치 못한 비상착륙 상황에서 승무원은 탈출 명령어를 사용하면서 탈출 지휘를 하게 되는데 실습 시연을 통해 확인한 탈출 명령어는 고압적이고 강렬했다. “머리 숙여”, “자세 낮춰” 등을 외치는 모습이 두 얼굴의 승무원처럼 느껴졌다. 승객 신체를 보호하고 안전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단호하고 명확한 명령이 필수라고 한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하는 긴급 상황에서 어쭙잖은 예의나 배려는 사치일 뿐이라는 취지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항공기 도어 작동법 시범.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기내 난동 제압 실습실에서 테이저건을 격발하고 있다.
또한 객실승무원이 하늘에서 경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객실훈련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항공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실제로 승객이 기내에서 난동 등 불법 행위를 벌이는 경우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고 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객실승무원은 불법 방해 행위가 발생하면 사법경찰관 지위를 법적으로 부여받아 경찰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구두 경고나 경고장 제시에 불응하고 난동을 지속할 경우 기내에 있는 보안장비를 사용해 신속하게 제압하는 역할도 승무원의 임무 중 하나다. 보안장비로는 올가미처럼 생긴 포박장비와 테이저건이 있다. 기내 난동 제압 실습실에서 기내 난동 승객을 제압하는 상황을 재연을 통해 보여줬다. 전자충격기인 테이저건 실제 격발과 사용 요령도 재연했다. 테이저건은 수 미터 거리 원거리에서 총처럼 쏘거나 직접 신체에 대고 전기충격을 가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승무원이 휴직 등으로 인해 정기 안전 훈련을 받지 못한 경우 업무 복귀 전 재임용 훈련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서는 한 치의 타협도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훈련용 수영장 시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직원이 구명조끼 착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

세계 최고 수준 정비 역량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

대한항공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항공기 정비 능력을 보유한 항공사 중 하나다. 정비 인력 규모만 3100여명 규모다. 인천과 김포, 부천, 부산 등 총 5곳의 정비 격납고와 엔진·부품 정비 공장을 운영 중이다. 최신 장비와 시설을 갖춰 간단한 정비부터 복잡한 종합 정비까지 가능하다.

김포 격납고는 대한항공 본사 중심부에 있다. 사무실 공간 복도에서 격납고를 볼 수 있다. 길이 180m, 폭 90m 크기 대형 시설로 축구장 2개를 합친 규모에 해당한다. 천장까지는 25m로 아파트 10층 높이다. 대형기 2대와 중·소형기 1대 등 항공기 총 3대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도 김포와 동일 규모 격납고가 있고 부산 테크센터에는 항공기 페인트 격납고가 있는데 국내에서 유일한 시설이라고 한다. 자체 도색작업이 가능하다. 부천과 인천에는 항공기 엔진 정비 공장이 있다. 엔진 부품을 분해하고 검사·수리를 거쳐 원상태 그대로 복원하는 최상위 정비 단계 오버홀(Overhaul)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인천 영종도 엔진테스트 셀 옆 부지에는 신규 엔진 정비 공장 증축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 본사 정비 격납고
대한항공은 매 이륙 전과 착륙 후 항공기 상태를 점검해 안전 운항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철저한 정비 덕분에 기체 결함에 따른 지연이나 결항이 드물고 계획된 시각에 출발하는 정시 운항률이 높다. 통상적인 정비 외에 비행시간, 이착륙 횟수 등에 따라 항공기 엔진·부품에 대한 자체 검사와 부품 교환을 진행하기 때문에 기계적인 안전성도 높게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항공기에서 수집한 각종 데이터를 활용해 결함 발생 전 선제적으로 정비할 수 있는 예지정비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OCC 내 정비지원센터 역시 격납고와 연계해 항공기 상태를 24시간 감시하고 정비 기술 지원을 수행한다.
대한항공 본사 정비 격납고
대한항공 강서구 본사.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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