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헛하다"..감독X작가도 못 떠나보낸 '선업튀'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6. 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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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는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선친자'('선업튀'에 미친자)를 만들어냈다.

방송이 끝난 지금도 '선친자'들은 '선업튀'를 보내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선업튀'의 작가, 감독 역시 '선친자' 였다.

'선업튀'를 연출한 윤종호, 김태엽 감독과 대본을 집필한 이시은 작가는 3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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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이시은 작가(좌), 윤종호 감독(중), 김태엽 감독(우)/사진=tvN

최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는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선친자'('선업튀'에 미친자)를 만들어냈다. 방송이 끝난 지금도 '선친자'들은 '선업튀'를 보내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선업튀'의 작가, 감독 역시 '선친자' 였다.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아직 '선업튀'를 보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짙게 느껴졌다. 

'선업튀'는 삶의 의지를 놓아버린 순간, 자신을 살게 해줬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김혜윤)이 최애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2008 년으로 돌아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선업튀'는 배우들의 열연, 감각적인 연출, 흥미로운 소재 등이 조화를 이루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단순한 시청률로는 잡아낼 수 없는 압도적인 화제성이 큰 특징이었다. '선업튀'를 연출한 윤종호, 김태엽 감독과 대본을 집필한 이시은 작가는 3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아주 큰 사랑을 받아서 하루하루 어떤 기분으로 사는지 모르겠어요. 아침마다 일어날 때 행복해서 이 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예요. 모든 작품이 고생한 만큼 잘 나오기를 바라지만, '선업튀'는 고생한 만큼 보람을 크게 느끼는 작품이라 감사해요."(윤종호 감독, 이하 윤)

"하루하루가 꿈 같아요. 더 열심히 해서 이런 시간을 또 보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어요."(김태엽 감독, 이하 김)

"아직은 얼떨떨해요. 마지막 방송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가 끝나고 나니 실감 났어요. 방송할 때는 조마조마하다가 여운을 즐기려 하니 방송이 끝났네요. 선재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헛헛하고 보내기 싫어요. 시청자분들도 그런 분들이 많으시던데 그런 반응조차 감사드려요."(이시은 작가, 이하 이)

/사진=tvN

방송 전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선업튀'는 2049 여성에게서 압도적인 지지를 이끌어내며 압도적인 화제성을 자랑했다. 다만, 시청률은 이에 따라오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시청률과 화제성의 괴리에 대해 제작진 역시 조금은 아쉬워하면서도 스스로 생각한 몇몇 이유를 전했다.

"속상해서 카톡을 많이 했어요. 방송을 실시간 채팅과 함께 보는데 저희가 의도한 반응을 하시는 걸 보면 한없이 좋아해 주시고 진짜 인기가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면 자면서 나름대로 '1%만 올라라' 이런 꿈을 꾸지만, 일어나면 허탈한 웃음을 짓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주변에서 '4인 가구가 기준이라 1~2인 가구는 빠진다더라' '애들을 재워야 해서 OTT로 보나보다'라고 하면서 저를 위로해 주더라고요."(윤)

"대본을 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저도 대본을 쓸 때 지루한 걸 못 참아서 속도감을 주고 반전을 줬던 것 같아요. 그게 2049 시청자들에게는 자극이 되고 흥미 요소가 됐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 시어머니는 이야기가 따라가기 힘들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2049에게는 재미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를 재우고 봐야 하는데 8시 50분에는 아이가 안 잔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이렇게 사랑받았다는 게 더 의의가 있는 것 같아요.(이)

/사진=tvN

'선업튀'는 웹툰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하지만 최애를 구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는 큰 설정 외에는 많은 부분이 다르다. 이시은 작가는 결국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많은 부분을 각색한 이유를 밝혔다.

"처음에는 최애를 살리러 과거로 간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걸 바탕으로 새롭게 쓰고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원작의 판권을 사서 시작하게 됐어요. 원작에서는 일방 구원이었지만 저는 쌍방 구원을 쓰고 싶었고 판타지를 빼고 보더라도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거든요. 과거를 추억했을 때 놓쳤던 순간이나 이제는 머릿속에서 지나간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원작의 요소를 빼 오기보다는 큰 설정을 두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원작은 원작만의 재미를 주고 드라마는 드라마만의 재미를 만들고 싶었어요."(이)

이시은 작가가 '기억'을 주제로 잡고 이야기를 써 내렸다면 이를 눈에 보이는 영상으로 만들어낸 건 두 감독의 공이 크다. 이시은 작가 역시 두 감독의 연출에 크게 감사함을 전했다. 이에 두 감독은 겸손한 모습을 보이며 이시은 작가에게 다시 공을 돌렸다.

"대본이 서사부터 코미디, 미스테리까지 잘 그려져 있었어요. 김태엽 감독과 '글이 좋으면 연출이 안 보인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저희가 50%만 표현해도 시청자분들이 좋아하실 것이라는 말을 작가님께 드리기도 했어요. 큰 줄기를 만들어가는 연출자로서 매치업이 잘 됐던 것 같아요."(윤)

"작가님 글이 로맨틱 코미디로서도 훌륭하지만, 그건 기술적인 부분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 안에 깔린 따뜻함이 정말 좋았어요. 솔과 선재를 포함한 캐릭터 하나하나에 애정이 들어가 있었고 잘 드러나 있었어요."(김)

/사진=tvN

매력적인 글을 쓴 작가, 이를 영상으로 연출한 감독만큼이나 중요한 건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다. 임솔을 연기한 김혜윤과 류선재를 연기한 변우석은 캐릭터와 착 달라붙는 연기를 통해 드라마의 흥행에 크게 기여했다. 그중 김혜윤은 이시은 작가가 처음 대본을 쓸 때부터 머릿속에 떠올렸던 배우로 '왜 김혜윤이어야 했는가'를 몸소 증명했다.

"10대와 30대의 이야기를 쓰면서 서사가 깊어졌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밝게 세팅하고 슬픈 감정을 끌어내는 방법을 주로 쓰는데 이게 쉬운 연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솔이가 19살에 다리를 다치고 34살이 됐을 때 성장이 멈춘 부분도 있을 거라고 봤어요. 그런 캐릭터를 어떤 배우가 연기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김혜윤의 밝은 모습을 보다가 '불도저에 탄 소녀'를 봤는데 굉장히 깊은 내면 연기를 하더라고요. 이런 감정도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는 것에 감동을 받아서 머릿속에 혜윤이를 놓고 썼어요. 해주리라는 생각은 못 했고요. 그러다 대본을 보냈는데 혜윤이가 해준다고 해서 소리를 지를 정도로 기뻐했어요.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이 이토록 사랑받을 수 있던 것의 시작인 것 같기도 해요."(이)

작품의 시작부터 있었던 김혜윤과 반대로 변우석은 대본이 써지고 작품에 캐스팅 된 케이스다. 앞서 변우석은 3년간 캐스팅 난항을 겪던 '선업튀'에 뒤늦게 합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시은 작가는 오히려 선재가 와준 게 고맙다며 감사를 전했다.

"전 작품이 끝나고 나서 이 작품을 기획했던 총기간이 3년이었어요. 그중에는 선재에 대한 이미지를 찾는 기간도 있었어요. 선재 캐릭터를 어떤 배우가 연기할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배우가 없더라고요. 19살부터 34살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거든요. 그러다 '20세기 소녀'를 봤는데 왜 내가 먼저 보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들더라고요. 그러다 대본이 닿았고 함께 하게 됐어요. 우석이가 겸손한 마음에 그렇게 말한 것 같은데 오히려 저희 쪽에서 선재가 와준 게 고마워요."(이)

/사진=tvN

김혜윤과 변우석 모두 '선업튀'를 통해 그 전과는 다른 인기를 얻게 됐지만, 변우석은 특히나 많은 인기를 얻게 됐다. 이시은 작가와 두 감독 모두 '변우석은 잠재력이 충분했다'며 이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변우석이라는 배우가 가진 장점이 많았어요. 그 친구가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한 것 같아 끄집어내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두 연출자가 변우석과 친해져야 할 것 같았어요. 배우의 인생사를 알고 제 인생사도 털어놓으면서 마음을 열어야, 마음껏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은 항상 바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연기가 한정되기 마련이거든요. 밥시간을 쪼개서라도 만나고 작가님과 대본도 많이 맞춰봤어요. '이 작품이 대박 날 지는 모르겠지만, 선재 너만큼은 뜬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고민이 많고 한 장면을 3~4가지로 고민하는 친구라 그 노선을 정해주는 게 연출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믿고 따라와 줘서 고맙기도 해요. 다 같이 공들여서 만든 캐릭터가 아닌가 싶어요."(윤)

"작가님이 써주신 대본에서 코미디가 잘 드러났는데 전작에서는 그런 모습이 없어서 (변우석이) 잘하는지 몰랐어요. 작가님도 중간중간 보시고 참고해서 맞춤형 대본을 다시 만들어주시기도 했어요. 맞춤형으로 쓰다 보니 더 잘된 것 같기도 해요."(김)

"초반 대본 리딩하는 걸 보는데 그런 부분에 장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추가한 것도 있어요. 그리고 선재라는 캐릭터를 진짜 사랑하더라고요. 그래서 훨씬 더 몰입한 것 같아요. 제가 쓴 캐릭터를 배우가 이렇게 사랑해 줘서 고맙고, 그래서 더 시너지가 난 것 같다고 생각해요."(이)

/사진=tvN

이렇게 '작감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선업튀'를 향해 방송이 끝난 지금까지도 많은 시청자들의 성원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떠나보내야 하는 걸 알지만,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은 제작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들 모두 차기작보다는 당분간은 '선업튀'의 여운 속에 남아있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저는 아직 선재를 떠나보낼 마음이 없어요. 선재와 솔이가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었는데 그 세상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게 아직은 슬퍼요. 마음속에서 차근차근 떠나보내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여운이 남아서 아직 차기작이나 다른 작품은 생각이 잘 안 나네요."(이)

"저는 떠나보내려고 SNS에 글도 올렸는데 안 떠나지더라고요. 대본을 읽어도 봤는데 잘 안 읽히더라고요. 한번 가서 훌훌 털어야 할 것 같아요. 장르물을 많이 연출했던 저로서는 '선업튀'가 제 안에 꿈틀거리던 로맨스를 펼쳐낸 작품이에요. 앞으로는 조금 더 찐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감정을 풀어가는 재미가 있어서 로맨스나 치정도 해보고 싶어요."(윤)

"한 시청자께서 '처음에 쌍방 구원인 줄 알았는데 모두가 구원받는 이야기였다'는 글을 써주셨는데 정말 좋았어요. 특히 '월요병을 잊게 해준다', '일요일 없어도 된다'는 반응 들은 콘텐츠 제작자로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고 생각해요. 그런 정도의 감정을 주는 게 단순한 로맨스로는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이런 작품을 또 해보고 싶어요."(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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