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때도 없는 말 지어내더니”...악성 이간질에 시달리는 김상식 감독 [신짜오 베트남]
한마디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이 베트남 땅을 밟자마자 베트남을 깎아내리기에 나섰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정작 김 감독은 이러한 발언을 한 적이 없습니다. 결국 보다 못한 베트남 축구협회(VFF)가 나섰습니다. VFF 측은 공지를 통해 “김상식 감독은 감독 선임 이후 어떤 언론 매체와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베트남 선수들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 역시 하지 않았다”는 공식 공지문을 올린 것입니다. VFF 측은 “이 같은 정보는 모두 조작되고 날조된 것이다. 클릭수를 늘리기 위한 목적일 것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사태가 발생하기 열흘 전인 지난 5월 17일, VFF 측은 김 감독이 어떤 소셜미디어 계정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야 했습니다. 김 감독의 사진을 도용한 ‘가짜 계정’이 난무하면서 말도 안 되는 조작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 김 감독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김 감독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이미지를 모방하는 사람에게 법적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내놓을 정도였습니다.
박항서 전 감독 지휘 아래 전성기를 누렸던 베트남 축구는 이후 필립 트루시에 감독 체제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내며 위기에 몰려 있습니다. 박 감독이 일군 성과는 일일이 나열하면 입이 아플 정도입니다. 취임 직후 팀을 피파랭킹 100위 안으로 올려놓은 뒤,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100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습니다. 베트남 축구 사상 최초로 팀을 월드컵 지역 최종예선까지 올렸습니다. 최종예선에서 중국을 잡고 승리하는 기쁨도 누렸습니다. 스즈키컵을 비롯해 다수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동남아시아 안에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최강의 전력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박 감독의 뒤를 이은 트루시에 전 감독이 ‘박 감독 지우기’에 나서며 모든 게 꼬이고 말았습니다. 박 감독은 단단한 수비벽을 기반으로 잔뜩 움츠렸다가 공격할 때 득달같이 나아가 골을 넣고 돌아오는 ‘역습 위주의 축구’로 재미를 봤습니다. 점유율만 보자면 베트남이 밀리는 때가 많았지만 스코어를 보면 결과가 반대인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실리 축구의 끝판왕 전략으로 팀을 특화시켜 나가는 대회마다 성과를 낸 것입니다.
하지만 트루시에는 수비 위주의 축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기를 원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실패했습니다. 트루시에 감독이 경질되기 전 10경기에서 팀은 1승 9패의 최악의 성적을 내는 약체로 전락했습니다. 동남아 최강자 자리는 태국에 넘어갔고, 피파랭킹 100위권 밖에서도 밀려났습니다. 박 감독의 성과를 등에 업고 ‘축구 자부심’으로 뭉쳤던 베트남 팬들이 분노한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습니다. 결국 트루시에 감독은 비난 여론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베트남이 선택한 감독이 바로 ‘한국인’ 김상식입니다. 박 감독의 성과를 다시 재연하려면 한국인 감독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김 감독은 결국 빼어난 성적으로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쉬운 점은 전임 트루시에 감독 시절 얻은 패배 때문에 앞으로의 일정이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김 감독은 6월 6일 필리핀과 11일 이라크를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를 치릅니다. 베트남은 최약체 필리핀을 꺾었지만 이미 인도네시아에 2패, 이라크에 1패를 당해 현재 1승 3패에 머물러 있습니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최종 예선 진출권을 따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 대회에서 박 감독이 이룬 성과를 재현하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결국 김 감독은 최종예선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남은 경기에서 베트남 축구 자존심만은 지켜야 하는 막다른 길에 몰렸습니다. 초반 진통을 딛고 김 감독의 지도자 여정이 순항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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