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굿즈만 있나? 지역과 문화를 품은 '굿즈의 세계'
굿즈 마케팅은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를 늘리는데 더 없이 좋은 마케팅이다. 최근 늘어난 기획전과 무분별한 굿즈 출시로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늘어났다는 시선도 있지만 경기문화재단의 ‘지뮤지엄샵’과 인천 강화군 ‘진달래섬’은 각자 예술과 지역 공동체를 상품에 녹여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특이점을 찾아라
몇 년 전 BTS 멤버 RM이 국립중앙박물관 전시를 관람한 후 올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진 한 장에 해당 전시는 물론 굿즈까지 유행이 된 사건이 있다.
RM이 방문한 전시는 반가사유상 두 점이 상설 전시 중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이었다. 그는 전시 관람 사진과 더불어 작업실 사진을 게재했는데, 그의 책상 위에 놓인 반가사유상 굿즈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순식간에 완판되며 ‘뮷즈(뮤지엄+굿즈)’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사실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상품은 2010년대 후반부터 품절대란을 일으키며 ‘국립 굿즈’라는 평을 들었다. 한글을 테마로 한 문구·사무용품을 비롯해 패션소품 등 소장가치 높은 상품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판매하며 ‘굿즈 맛집’으로 통했다.
굿즈 마케팅은 브랜드를 가장 쉽게 각인시키는 방법이다. 해당 브랜드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팬심과 소비심리를 공략하는 것으로 대부분 해외에선 특정 브랜드나 연예인의 기획 및 홍보상품을 머천다이즈(merchandise·MD)로 부르나 우리나라는 일본의 영향을 받아 굿즈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굿즈 시장은 굿즈를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는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굿즈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굿즈의 시작점은 1990년대 소위 ‘기념품’으로 불리던 연예인 포스터나 사진이었다. 별다른 가공 없이 가수의 음반을 사면 끼워주던 포스터는 이제는 음반마다 다른 포토카드가 들어있어 팬들로 하여금 같은 음반을 여러 장 사게 만드는 마케팅으로 진화했다. 아이돌 시장이 커지면서 공식 굿즈 외에도 팬들이 직접 아이돌의 사진을 가공해 스티커, 파우치, 휴대폰 케이스 등을 만드는 문화도 형성돼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홍보와 기획을 더해 본격적인 굿즈 마케팅을 펼쳐온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매년 연말 음료 17잔을 마셔야 얻을 수 있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선보였다. 이 마케팅은 ‘스벅 덕후’를 양산하며 컵, 텀블러, 원두 등 기존의 MD상품의 판매를 동시에 끌어올렸으며 연말에만 해오던 굿즈 마케팅은 이젠 썸머 레디백, 썸머 체어 등 시즌별 행사로 확산됐다.
굿즈 마케팅은 출판시장에서도 활발하다. 2014년 도서정가제 시행 후 책값에 대한 가격 경쟁이 사라지면서 알라딘을 필두로 교보문고, 예스24 등 모든 인터넷 서점에서 굿즈 증정 및 판매를 시작했다. 알라딘은 2015년 홈페이지에 ‘굿즈 샵’을 오픈해 상품 가치가 있는 판매 제품이라는 인식을 정착시켰다.
‘굿즈’를 넘어 ‘뮷즈’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실학박물관, 전곡선사박물관, 경기도어린이박물관,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등 일곱 곳의 각 뮤지업숍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해 오던 상품 개발을 2012년부터 ‘지뮤지엄숍’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통합 운영, 관리하고 있다.
뮤지엄마다 관람객을 대상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해 오던 방식은 코로나19 이후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관람객이 방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스토어 운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고 2021년 지뮤지엄숍 온라인스토어가 탄생한 것.
경기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김진아 대리는 온라인스토어 운영에 대해 “뮤지엄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상품 구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세대의 취향과 요구에 맞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문화재단 산하 일곱 곳의 뮤지엄에서 내놓는 굿즈의 차별점은 각 뮤지엄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과 작품을 활용해 상품을 개발한다는 점이다.
경기도박물관은 서화, 도자기를 활용한 상품 개발이 많고 경기도미술관은 미술관 로고를 디자인화해 ‘문양’을 개발한 후 문양을 입힌 에코백, 문구류, 텀블러 등을 개발하는 식이다.
백남준 선생의 TV 브라운관을 본떠 만든 백남준아트센터의 ‘색동가방’ 제품은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람객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 대리는 “소장품이 많은 박물관일수록 상품화할 콘텐츠가 많아 유리하다”며 “기관의 특성과 작품에 담긴 뜻을 고루 살려 상품 가치로 표현 바로 소비로 이어지게끔 살피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뮤지엄 굿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것과 관련해 김 대리는 “소비를 이끄는 힘은 ‘필요성’보다는 ‘소장 욕구’가 더 크다는 것을 느꼈다”며 “유물이나 작품의 본질을 굿즈에 담아내는 정성보다는 소비를 끌어낼 수 있는 특이점과 당위성을 찾는 것이 과제”라고 덧붙였다.
인천 강화군의 ‘진달래섬’은 2013년부터 약 10년간 지역 문화기획, 로컬 콘텐츠 제작, 로컬 공간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온 협동조합 청풍이 강화도의 좋은 물건을 선보이고자 문을 연 로컬 소품숍이다.
2020년부터 운영 중인 진달래섬에서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관광기념품보다는 강화도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로컬 상점, 창작자, 장인이 만든 물건을 소개하고 협업하며 강화도를 소개하고 있다.
진달래섬 관계자는 가장 인기가 많은 굿즈로 강화도의 천연 작물인 ‘소창’을 꼽았다. “소창은 목화솜에서 뽑은 실로 건강하게 짜는 천연 작물로 만든 손수건, 행주, 패브릭 포스터 등 무형광 소창 제품들을 제작·판매하고 있다”며 “강화도 특산물 ‘순무’로 만든 순무차 등 다양한 먹거리 제품도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진달래섬에서 생산·판매되는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강화도를 담아내고 있는 상품’이라는 점이다.
진달래섬 관계자는 “강화도 주변을 감싼 서해는 동해의 넘실거림과는 거리가 먼 잿빛의 갯벌과 낙조에 가까운 만큼 강화도만의 풍경과 특색, 아름다움을 담긴 물건을 소개하겠다”고 전했다.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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