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승’에 도취한 민희진의 ‘자기모순’, “너는 잘못, 나는 옳아” [SS초점]

함상범 2024. 6. 1. 10: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희진. 사진 | 윤수경 기자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또 자기 모순의 덫에 걸렸다. 초췌한 모습으로 나왔던 한달 전 기자회견과 달리 깔끔하고 차분한 톤이었다. 경영인의 이미지를 확실히 보여주자는 의도가 전반에 깔렸다.

뛰어난 화술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만 잘났다’는 구멍도 드러났다. 상대의 잘못은 부각하되, 자신의 잘못은 관대하게 넘어갔다. 도의적인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지긋지긋한 싸움을 멈추고 본업에 충실하자며 화해를 제안했지만, 이기심이 뒤따랐다. 따라서 진정성 있는 화해의 제스처였는가 의문이 든다.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민 대표의 얼굴엔 승자의 여유가 가득했다. 지나치게 당당했다. 하루 전, 법원이 해임을 기각한 판결로 승소했다는 판단이 든 모양새다. 재판부는 배임을 모색한 정황은 있지만,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바 없기 때문에 배임을 실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단했다. 그 덕에 민 대표는 어도어 대표이사직은 유지할 수 있었다. 다만 민 대표 측 사내이사 두 명은 해임이 가결됐다.

가요계에서는 민 대표의 판정승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재판부는 배임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배신적 행위가 있었다고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의혹 드라이브를 너무 빨리 건 것 때문에 배임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지, 배임 의도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라고 풀이하고 있다. 배임을 못 한 거지, 의혹이 없었다는 건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배신적 행위라는 표현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도 민 대표는 ‘배신’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했다. 서로 신의가 깨진 것 때문이라며, 양 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었다는 게 요지다. 재판부의 의견을 존중하길 바란다면, 민 대표 측도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30일 하이브 임시주주총회 후 어도어 이사회는 민 대표 한 명에 세 명의 하이브 측 사내이사로 이사회가 구성, 이른바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따라서 민 대표가 세운 계획대로 업무가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여론의 거센 비판이 예상되지만, 하이브가 상황에 따라 이사회를 통해 민 대표를 해임할 수 있는 칼을 쥐었기 때문이다.

이사회를 쥔 하이브와 여론을 등에 업은 민 대표가 각자 무기를 들고 법정 공방을 이어가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밝힌 민 대표는 화해를 제시했다. 하지만 사과는 하지 않았다. 손은 내밀었지만, 하이브를 깔보는 태도가 어김없이 드러났다. 너무 노골적이라 하이브를 지지하는 팬들 사이에선 분개가 일고 있다.

민 대표는 그간 다툼 과정에서 BTS와 아일릿, 르세라핌 등 다수 관계자나 팬들이 받은 상처에 대해 “서로 똑같이 상처받았다. 시원하게 이제껏 싸운 것은 잊고 0에서 시작하자”고 했다. 화해를 제시하는 입장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다. 상대는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화해가 될리 만무하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사람의 감수성을 이해할 줄 알아야한다”면서 자신으로부터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은 외면했다.

아무리 회사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해도 신의가 산산조각이 난 상황에서는 업무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신의를 깬 것이 쌍방 간의 과실”이라고 하면, 민 대표가 먼저 하이브 임원진을 양한 욕설과 모욕 등 과격했던 표현과 다른 아티스트들을 공격한 부분에 있어서는 낮은 자세를 취할 법도 했다.

타 아티스트에 대한 공격이 아무리 방어적인 차원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도 누군가 아픔을 느낄 수 있다면 그가 말한 ‘어른의 태도’로 성숙하게 대응하는 게 더 일관된 태도다. 하지만 하이브에 대해서는 고개를 뻣뻣이 들었다. ‘어른의 태도’를 강조하기만 했을 뿐 스스로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배임죄에서 벗어났다는 승리에 도취한 이미지 메이킹만 엿보였다.

‘배임을 모색한 정황이 분명하다’는 판결이 나온 만큼 하이브의 불만은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오해를 한 것도 잘못이겠지만, 오해할만한 행동을 한 것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소통이 안 됐다면, 서로 한 발짝 물러나서 대화하면 된다. 그 가운데 자신을 조금도 굽히지 않은 민 대표의 모습은 진정 화해가 목적이었느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민 대표 말대로 긴박하게 처리해야 할 수많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하이브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토록 목 놓아 외치던 뉴진스의 비전을 위해서라면 더 낮은 자세가 필요했다. 돈은 포기한다고 말했지만, 자기애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경영인으로 이미지를 갖췄을지언정, 자기모순을 피해 가진 못했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