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 위해 배타고 왔다”…세계 최강 농구팀 이름의 비밀 [추동훈의 흥부전]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4. 6. 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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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55][오-리저널03]보스턴 셀틱스

‘오-리저널(oh-regional)’ 시리즈는 몰랐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오는 감탄사 ‘oh’와 지역의, 지방의을 뜻하는 ‘regional’의 합성어로 전세계 여러 도시와 지역에서 유래한 재미있는 브랜드 이야기를 다루는 오리지널(original) 컨텐츠입니다. 아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역사와 혁신이 공존하는 도시로 미국 독립의 중심지이자 미국인들의 자부심의 도시, 교육과 문화의 허브라 불리는 이 곳. 한때 고요했던 매사추세츠 만의 작은 항구 도시였던 보스턴은 이제 농구의 성지로도 불립니다. 도시의 기원과 지역 브랜드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오-리저널’. 오늘의 주인공은 전미프로농구(NBA)를 대표하는 명문구단 ‘보스턴 셀틱스’입니다.

보스턴셀틱스 구장
미국 역사의 중심, 보스턴은 어디서 왔을까
1620년 국왕을 중심으로 한 잉글랜드 국교회에 반발했던 영국 청도교들은 종교적 박해를 피해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합니다. 잉글랜드 출신 이민자 102명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도착한 곳은 동부 연안의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사실 이 곳의 이름이 플리머스가 된 것은 메이플라워를 탑승했던 영국이 출발도시의 이름이 플리머스였기 때문입니다. 즉 자신들이 출발했던 도시의 이름을 도착한 지역의 이름으로 붙여버린 것이죠.

사실 이들의 목적지는 버지니아 식민지와 가까운 뉴욕이었습니다. 하지만 항로를 이탈하며 66일간의 항해끝에 추위가 시작되는 11월이 되어서야 뉴욕보다 훨씬 북쪽인 이 곳에 도착했습니다. 이들은 배 안에서 ‘메이플라워 서약’이라는 문서를 작성해 북아메리카 대륙의 식민지 건설의 중심이 되겠단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필그림의 도착( Cornè, Michele Felice - The White House Historical Association)
실제 해당 서약은 미국 초창기 13개 식민지가 형성될 때 법률과 정치체제를 구성하는 주요한 원칙이 돼 초창기 미국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필그림 파더스(Pilgrim Fathers)’라고 불리며 사실상 미국 역사의 아버지로 추앙받습니다.

추운 겨울에 도착한 탓에 상당수가 병들거나 죽는 등 어려운 시기를 넘겼지만 이들은 점차 정착에 성공하고 세력을 확장해나갑니다. 하지만 플리머스는 큰 강이 없고 해안가가 외부로 노출돼 위험성이 컸습니다. 이들은 개척을 이어간 끝에 찰스강이 지나가며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을 발견했고 해당 지역을 보스턴이라고 명명하고 발전시켜나갑니다.

18세기 보스턴 모습( 출처=챗GPT)
원주민이 짓고, 영국서 가져온 이름들
보스턴에 앞서, 미국 50개 주 중에서 발음하기 가장 어렵고 철자를 틀리기 쉬운 주로 유명한 매사추세츠 주(state)는 어떻게 그런 이름을 갖게 됐을까요. 매사추세츠란 이름은 사실 해당 지역 원주민들이 이 곳에 위치한 그레이트블루힐(Great Blue Hill)을 그들의 언어로 ‘머흐스와처위서트’라고 불렀던 점에서 차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사추세츠 주 남부 지역에 거주하던 해당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옮겨온 각종 전염병으로 인해 결국 대부분 사망하고 맙니다.
챗GPT가 만든 보스턴 이미지
또한 보스턴의 경우 플리머스와 마찬가지로 잉글랜드의 링컨셔 지역에 있는 ‘보스턴’이란 지명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사실 이들은 잉글랜드의 플리머스에서 출발하려 한 것이 아니라 잉글랜드의 작은 마을, 보스턴에서 출발하려고 준비했었다고 합니다. 잉글랜드의 지명에서 따온 두 도시 중 플리머스는 역사의 의미만 간직한 채 작은 어촌마을로 남았지만 보스턴은 미국 독립의 중심지이자 교육의 도시로 발전해나갑니다.

특히 보스턴은 미국 독립 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1773년 보스턴 차 사건과 1775년 렉싱턴과 콩코드 전투 등의 사건이 벌어지며 영국으로부터 미국이 독립하게 된 주요한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또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청도교들이 지역사회의 뿌리를 다진 만큼 하버드 대학교와 MIT, 보스턴칼리지 등 유수의 대학들이 바로 보스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보스턴차사건(나다니엘 커리어 작품)
감자흉작이 낳은 대이동, 보스턴을 바꿔놓다
이처럼 미국 동부 해안을 끼고 있는 항구도시 보스턴이 번성해가던 1840년대, 보스턴 역사를 뒤흔들 또 다른 사건이 유럽대륙에서 발생합니다. 바로 감자마름병이 아일랜드 농가를 휩쓸며 감자 농사가 완전히 흉작으로 끝난 것입니다. 당시 아일랜드 사람들의 주식이던 감자가 공급되지 못하며 약 백만명의 사람들이 굶주림과 질병으로 사망했고 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아일랜드를 떠나 미국으로 향합니다. 이들은 보스턴을 비롯해 뉴욕, 필라델피아 등 주요 도시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아일랜드인들의 미국 이주는 보스턴의 정체성을 수립하는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일랜드 대기근 이미지(챗GPT)
실제 미국 도시 중 아일랜드계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가 다름 아닌 보스턴입니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보스턴 내 아일랜드계 인구는 22.8%로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습니다. 5명 중 1명은 아일랜드계일 정도로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이들은 보스턴 지역 사회에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아일랜드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죠. 재미있는 것은 종교적 박해를 피해 이곳에 정착한 청교도들의 대표도시인 보스턴이지만 아일랜드계의 대규모 이주로 로마가톨릭 신자들도 이에 못지않게 많다는 점입니다.
미국 아일랜드계 분포 지도(출처 =2022 aerican community survey)
대표적으로 보스턴 시장을 역임한 존 F.피츠제럴드와 그의 외손자, 존 F.케네디가 있는데요.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아일랜드계 보스턴 출신으로 개신교가 아닌 로마가톨릭 신자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로마가톨릭 신자 중 대통령이 된 인물이 딱 한명 더 있는데 그가 바로 현직 대통령 조 바이든입니다.
아일랜드의 뿌리, 켈트족을 팀에 담다
아일랜드계의 힘은 스포츠 분야로도 뻗쳐나갑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보스턴 셀틱스가 드디어 등장합니다. 셀틱스(Celtics)의 어원인 Celtic은 ‘켈트족의’라는 뜻이 있습니다. 켈트족은 한때 유럽대륙 곳곳에 분포해 살며 막대한 영향력을 펼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추후 로마 제국 시대에서 본격적으로 쇠락했고 지금의 영국이 위치한 브리튼 제도로 건너간 켈트족들이 주축이 돼 세운 국가가 바로 아일랜드입니다. 즉 아일랜드의 정체성이 바로 켈트족의 정체성인 셈이죠. 켈트족은 이처럼 용맹하고 강인한 전사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며 이는 승리를 목표로하는 팀 스포츠에서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켈트족의 용맹함(챗 GPT)
켈틱스라고 불리는 ‘켈트족의’라는 말은 영어식으로 변형돼 ‘셀틱스’가 된 것이고 현재 보스턴을 대표하는 농구팀의 별칭이 그렇게 탄생한 것입니다. 실제 스코틀랜드의 대표적 축구팀 셀틱 FC 역시 보스턴과 마찬가지로 켈트족의 용맹함을 기리기 위해 붙여졌습니다.
NBA 최고명문구단, 용맹함이 다시 빛날까
실제로 보스턴 셀틱스는 1946년 월터 브라운에 의해 창단됐습니다. 초대 감독이자 구단주였던 그는 보스턴 가든 아레나의 소유자일 정도로 부자였습니다. 브라운은 팀 이름이 지역 사회로부터 환영받고 끈끈한 유대성을 가지길 원했고 아일랜드계 이민자가 다수인 보스턴의 지역민심을 자극할만한 이름으로 ‘셀틱스’를 붙였습니다. 또한 보스턴 셀틱스의 팀색깔인 녹색과 흰색 역시 아일랜드 국기를 연상케 합니다. 이는 팀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고 유대감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입니다.
보스턴셀틱스와 아일랜드(챗GPT)
보스턴 셀틱스는 NBA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팀 중 하나로, 다수의 챔피언십을 차지했습니다. 보스턴 셀틱스는 총 17번의 NBA 챔피언십을 차지하며 LA레이커스와 더불어 NBA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 기록을 보유한 팀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팀워크, 헌신, 전설적인 선수들로 이루어진 역사적인 프랜차이즈로, 지금도 많은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보스턴 셀틱스는 동부 콘퍼런스에서 거침없이 질주한 끝에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NBA 파이널에 진출한 상태입니다. 과연 보스턴 셀틱스는 팀 이름에 걸맞은 용맹함으로 올해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그 결과가 벌써 궁금해집니다.

‘흥’미로운 ‘부’-랜드 ‘전’(傳). 흥부전은 전 세계 유명 기업들과 브랜드의 흥망성쇠와 뒷야이기를 다뤄보는 코너입니다. 브랜드로 남은 창업자들, 오리저널 시리즈를 연재 중입니다. 아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알차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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