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직이 우리 직원을 신고해?”…사용회사에서 괴롭힘 조사·조처해야

한겨레 2024. 6. 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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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파견회사 소속인데 근무 중인 회사(사용회사)의 정규직이 직장 내 괴롭힘을 한다면 신고 가능한가요? 노동청에 물어봤더니 소속이 달라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용회사가 "감히 파견직이 우리 직원을 신고해?"라며 사람 교체를 요구하거나, 파견회사와 파견계약을 끝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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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쩜형의 까칠한 갑질상담소
파견 근무처에서 괴롭힘
게티이미지뱅크

Q. 저는 파견회사 소속인데 근무 중인 회사(사용회사)의 정규직이 직장 내 괴롭힘을 한다면 신고 가능한가요? 노동청에 물어봤더니 소속이 달라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고했다가 긁어 부스럼 될 것 같다며 취하하라고 해서 조사까지 받았다가 취하했습니다.(2024년 5월, 닉네임 ‘초롱초롱 네오’)

A. ‘소속이 달라서’ 안 된다니, 대체 어느 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이 그딴 얘기를 했어요? 사실이 아닙니다. 파견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했고, 사용사업장에서 일하다 정직원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면 당연히 신고할 수 있습니다. 신고하면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 조사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사용사업주의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손해를 입은 파견근로자는 사용사업주와 직접고용 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묵시적 약정에 근거하여 사용사업주에 대하여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2011다60247)

고용노동부도 매뉴얼에 “사용사업주도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상 조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용회사가 조사하거나 사용회사와 파견회사가 공동으로 조사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초롱초롱 네오’님이 파견된 곳에 가서 일하다 그 회사 정규직에게 갑질을 당했으면, 당연히 그 회사가 책임져야죠. 법이 정한 △지체 없이 조사 △피해자 보호(유급휴가, 근무장소 변경) △가해자 징계 △비밀누설 금지 조처를 해야 합니다.

만약 합법적인 파견이 아니라면 사용회사가 파견법에 따라 파견노동자를 직접 고용해야 합니다. 파견 허용 32개 업종이 아닌 ‘불법 파견’,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파견’이면 2년이 지나지 않았어도 바로 정규직이 됩니다. 근로조건은 유사 업무를 하는 정규직과 같아야 하고요. 근로감독관이라면 응당 합법 파견인지부터 확인하고, 파견받은 회사에 공문을 보내 법대로 조처하라고 해야 하는데, 신고 취하를 강요했다니 정말 용서가 되지 않네요. 국민신문고(소극행정)나 고용노동청에 감독관을 신고할 수 있지만, ‘초록동색’이라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네요. 직장갑질119로 보내주시면 언론에 제대로 알리겠습니다.

그런데 사용회사가 “감히 파견직이 우리 직원을 신고해?”라며 사람 교체를 요구하거나, 파견회사와 파견계약을 끝낼 수 있습니다. 파견회사가 총대 메고 신고자를 해고할 수도 있고요. 근로기준법 76조의3 ⑥항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 금지’ 위반으로 신고할 수 있지만, 사용사업주는 우리가 해고한 게 아니라고 도망갈 겁니다. 해고를 사주한 원청 사장을 처벌하는 일은 조폭 두목보다 어렵습니다. 그런데 대통령도 뭘 사주해서 특검법을 거부하고 있나요?

최근 대법원에서 특수고용직인 캐디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건국대학교에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고용노동청은 ‘소속이 달라서’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했는데, 대법원이 “노무제공을 받는 사업주가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한 것입니다. 대한민국 직장인 ‘을 중의 을’. 5인 미만, 파견, 용역, 하청, 특수고용, 플랫폼 등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게 22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가 아닐까요?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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