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우석, 마침내 만난 인생캐 류선재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6. 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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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바로 엔터테인먼트

tvN 월화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는 조금은 독특한 작품이다. 시청률은 도드라지지 않지만 압도적인 화제성으로 이를 만회했기 때문이다. '선업튀'의 주연 변우석은 지금까지 반대의 길을 걸었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그렇게 아쉽지 않다. 다만, 작품 안에 출연한 변우석에게까지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항상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던 변우석은 결국 류선재라는 '인생캐'를 만날 수 있었다. 

'선업튀'는 삶의 의지를 놓아 버린 순간, 자신을 살게 했던 유명 아티스트 류선재(변우석), 그의 죽음으로 절망했던 열성팬 임솔(김혜윤)이 시간을 거슬러 2008년에 다시 만나 펼쳐지는 타임슬립 구원 로맨스다. 

'선업튀'의 최고 시청률은 최종화의 5.8%에 불과하지만 체감되는 인기는 이보다 더했다. '선업튀'의 모든 방송을 마친 지난달 29일 변우석은 강남구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 )와 만나 작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사진=바로 엔터테인먼트

최종화가 방송된 지난 28일, '선업튀' 측은 종영 기념 단체 관람 이벤트를 진행했다. 변우석 역시 이 자리에 참석했고, 무대인사 도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변우석의 뜨거운 눈물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었다.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미리 조명을 설치해주시고 미장센에 대해 고민하셨던 스태프분들 덕분이거든요. 그 관에 스태프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그리고 엔딩이 끝나고 스태프분들과 찍었던 사진이 올라오니까 복잡한 감정이 올라왔어요. 선재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다는 감정도 들었던 것 같아요."

변우석과 '선업튀'의 첫 만남은 앞서 tvN '유퀴즈 온더 블럭' 등을 통해 알려졌다. 19세부터 34세를 모두 연기할 남자 주인공을 찾지 못해 3년여간 제작이 지연됐지만 대본을 쓴 이시은 작가가 변우석이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20세기 소녀'를 보고 캐스팅을 제안했다.

"당시에는 몰랐고 나중에 알게 됐어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나한테 이런 대본을 주셨다고?'라는 생각밖에 안 했어요. 지문을 읽으면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데 정말  아름답고 좋았어요. 이걸 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타임슬립을 다루는 '선업튀'는 일부 구간의 전개나 결말이 너무나 판타지적으로 그려지며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그러나 변우석은 오히려 판타지라 마음에 들었다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대본을 읽었을 때 판타지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사람들이 꿈꾸는 걸 보여주는 게 판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누군가를 오랫동안 좋아하는 사람이 주변에도 있거든요. 그런 판타지를 채워주는 게 좋았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누군가를 만나면 희생하게 되고 감정을 공유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더 딥하게 들어갔지만, 누군가를 좋아하고 만나서 연애를 해봤다면 이런 생각들을 충분히 하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tvN

변우석이 연기한 류선재는 탑밴드 이클립스의 보컬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실제 이클립스의 공연 장면에서 변우석은 여느 아이돌 못지않은 제스처와 무대 매너를 자랑했다.

"힘들고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장면이에요. 감독님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콘서트 신을 찍기 전까지 준비를 많이 했어요. 제스처나 노래 몇 가지는 정해놓고 나머지는 음악에 맞춰서 하기로 했어요. 감독님도 그 한 장면을 위해 3~4개월 정도 고민하고 회의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극 중 이클립스가 부른 '소나기'는 '선업튀'의 OST로 정식 발매됐다. 드라마의 뜨거운 화제성에 힘입어 '소나기'는 음원차트 TOP10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콘서트 장면에서의 '소나기'는 솔이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이라는 생각을 담아서 노래했어요. 그 이후에는 다른 솔이와의 만남이라 그렇지 않지만, 콘서트 장면에서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려고 했어요."

/사진=바로 엔터테인먼트

극 중 류선재가 시작부터 톱 아이돌이었다면, 변우석 역시 '선업튀'를 통해 여느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게 됐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되는 카페 근처에도 변우석의 팬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소속사 바로 엔터테인먼트가 '비공개 스케줄의 경우 몇몇 팬분들의 허락되지 않은 방문으로 인해 아티스트를 포함한 주최 측의 피해가 심해지고 있다'며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아직도 어리둥절하고 이런 순간들마다 실감이 안 나요. 첫 시작은 전주 국제 영화제였던 것 같아요. 그 전날부터 기다려주시고, 레드카펫 때도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선재야'라고 불러주셨거든요. 선재라는 캐릭터를 정말 많이 좋아해주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우석에 대한 관심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관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변우석은 '들어오는 대본이 전보다 10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며 달라진 관심을 체감한다고 전했다.

"들어오는 대본이 10배 정도 늘어난 것 같아요. 그렇게 들어오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달라졌다는 실감이 나요. 장르도 다양해요. 사극도 있고, 현대극도 있고, 로코도 있어요. 다음 작품은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대본을 읽었을 때 동요가 되는 작품을 고를 것 같아요."

2010년 모델로 데뷔한 변우석은 2016년 tvN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풋풋한 첫사랑부터 악독한 빌런까지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인상적인 연기를 남겼지만, '선업튀'만큼의 임팩트를 남긴 작품은 없었다. 관점에 따라 억울할 수도, 혹은 들뜰 수도 있지만, 변우석은 예상 외로 덤덤했다.

"저희 쪽 일이 제가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고, 결과에 대해서는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가 처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그런 것들이 선재까지 올 수 있게 해주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선재에게도 최선을 다했고요. 제게 주시는 사랑이 크기 때문에, 다음 작품, 다음 연기를 할 때 더 잘해보고 싶어요."

'선업튀'의 류선재는 변우석에게 큰 인기를 안겨준 작품이지만, 동시에 다음 작품을 감상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조금은 늦게 찾아온 인기를 덤덤하게 받아들였던 변우석은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부담감도 느끼지 않았다.

"선재를 보고 나서 부족했던 부족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감정적인 전달을 했을 때 더 담기거나, 덜 담겼을 때가 있고, 발성이나 발음이 부족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또 첫 드라마 주인공이라 컨디션 조절도 못 했어요. 어떻게든 발전하고 싶어서 그런 부분을 더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부담일 수도 하지만 한 단계 깊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진=바로 엔터테인먼트

이렇듯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다가가며 다음을 준비하고 있는 변우석이지만, '선업튀'의 류선재가 변우석의 인생작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변우석 역시 이를 인정하며 앞으로도 선재를 꾸준히 추억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선재라는 캐릭터는 지금까지의 인생작이고, 인생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보고 싶을 때마다 돌려볼 생각이에요. 저는 제가 촬영했던 작품들을 가끔씩 돌려보는데 특히나 선재에 대한 사랑이 진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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