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새로 내놓은 매입임대 가격 산정 방식에 성토… “땅 파서 건물 짓나”

방재혁 기자 2024. 6. 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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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비용 등 개별성 반영 필요”
LH “지적 사항 감안해 상황 지켜보겠다”

“건축을 하다 보면 금융 비용이 발생하는데 산정돼 있지 않은 것 같다.”(A건설사 관계자)

“우리는 땅파서 건물 짓는 것이 아니다. 금융비용을 포함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B건설사 관계자)

지난달 31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LH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연 ‘수도권 100호 이상 신축 매입임대 공사비 연동형 건물 매입기준 설명회’에서는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LH는 민간사업자의 리스크를 줄여 적극적인 사업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매입가격 산정 방식을 개선했다고 설명했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이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LH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열린 ‘수도권 100호 이상 신축 매입임대 공사비 연동형 건물 매입기준 설명회’에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있다. /방재혁 기자

이날 설명회에는 약 300명의 시행사, 설계사 등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바뀐 LH의 매입기준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참석했다. 앞서 지난 1월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한 데 뒤따른 조치였다. LH는 민간의 사업참여 확대 및 매입임대주택 품질향상을 위해 ‘공사비 연동형 매입가격 산정방식’을 마련했다.

기존 공사비 연동형 산정방식은 감정평가를 통해 매입가격을 산정했다. 새 방식은 토지는 기존과 같이 감정가로 매입하지만 건물은 골조부터 마감재까지 실제 건물의 설계 품질에 따라 적정 건물 공사비를 책정해 매입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LH가 외부 원가 계산 기관에 의뢰해 정적 공사비를 산정한다. 설계 품질에 따라 건물 공사비를 반영해서 설계 변경 및 물가 연동에 따른 공사비 증감이 반영돼 민간 사업자의 리스크를 줄이고 품질 향상에 힘쓸 수 있다는 게 LH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설명이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시공사, 시행사 등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건물 공사비 책정 시 금융 비용 등 건물의 개별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가 “건축을 하다 보면 금융 비용이 발생하는데 산정돼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LH 측은 “매입임대사업 특성상 LH가 민간사업자의 리스크를 다 가져와 매입을 100% 담보해 직접 판매한다. 그 외 제도적인 지원 부분도 있어 금융 비용 등이 반영되지 않은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자 해당 관계자는 “토지 감정가격과 건설 공사비 원가로만 측정해서 시행하면 적자가 나는 구조다. 경기가 좋지 않고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은 상황인데 금융 비용을 반영하지 않고 건축을 하라고 하면 누가 이 공사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우리는 땅 파서 건물 짓는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지적했다. 자리에 있던 다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맞는 말이다”, “시행사들은 손해가 크다”는 등 동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LH 측은 “그 부분을 참고해 진행 경과 등을 보고 판단을 다시 하겠다”며 “감정가격이 만만치 않고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면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부분을 저희도 감안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승리 LH 매입임대사업처 차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LH경기남부지역본부에서 열린 ‘수도권 100호 이상 신축 매입임대 공사비 연동형 건물 매입기준 설명회’에서 개선 사항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방재혁 기자

한 시행사 관계자는 “금융비용 뿐 아니라 100가구 이상이면 높은 확률로 시행사를 껴야 하는 상황인데 시행사 관련 비용도 빠졌다. 건설업체에서 본인들이 직접 토지를 구매해 공사를 하는 경우만 가능한 사업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LH 측은 “시행사가 따로, 시공사 따로 있는 경우도 있고 같이 하는 경우도 있는 부분을 현재는 하나하나 다 반영하기 어렵다. 책정하는 금액에 전체적으로 금액에 녹아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며 “공사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하나하나 반영하기 보다 앞서 설명한 구조 안에서 적정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 밖에 새로운 책정방식에 대한 불만이 이어지면서 30분 가까이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LH 측은 “개별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건물의 개별성을 반영하지 못한 산정 방식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운 좋게 비용을 많이 가져가는 사업자가 있을 수도 있고, 개별적인 특성을 반영 받지 못해서 사업자의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많은 품을 들여서라도 예정 가격 작성 기준에 의해서 모든 공공공사가 원가를 산정한다. 원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성이 더 투명해지고 그에 따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LH에서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사업자의 개별적인 원가 상승 요인을 다 반영해 주고자 하는 취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왕인창 LH 매입임대사업처장은 인사말을 통해 “향후 수도권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인한 서민 주거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주택정책에 따라 공급물량을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에 따라 역량 있는 민간사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사업참여와 품질향상을 위한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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