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쉬고 있습니까? 못 쉬는 현대인을 위한 잡지 두 편
진정한 쉼이란 무엇일까. 쉬는 날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현대인을 위해 두 편의 잡지가 출간됐다. 연간 세 차례 발행되는 인문잡지 ‘한편’ 5월호의 주제는 ‘쉼’, 격월간 문예지 ‘악스트(Axt)’ 5~6월호의 주제는 ‘셀프 돌봄’. 징후적이다.
잡지 ‘한편’은 과로로 인한 불안과 강박 탓에 정신과를 찾았다는 편집자의 서문으로 시작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가 인용된다. “2022년 한 해 우리나라 노동자의 평균 근로 시간은 1901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149시간 길다. 여느 나라 사람보다 매달 열두 시간 이상 더 일하는 셈이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동아시아), ‘아무튼, 잠수’(위고) 등을 쓴 하미나 작가는 기고 글에서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순간부터 30대 초반인 최근까지 소위 ‘저녁이 있는 삶’을 살지 못했다”고 실토한다. “온종일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투두 리스트(to-do list)를 추가하거나 삭제하며 지냈다”는 말에서 기시감을 느낄 이들이 많으리라.
하 작가는 ‘온 콜(on call)’ 상태, 즉 곧바로 응답해야 하거나 응답할 수 있는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억지로라도 ‘온 콜’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영장이나 목욕탕을 찾아 스마트폰을 멀리하는 방법을 쓴다. 또는 ‘온갖 광고와 소음, 자극이 끊이지 않는 서울’을 벗어난다. 아니면 오랫동안 차를 마신다. 요가를 한다. 공원에서 햇빛을 받으며 누워 있는다…. 어렵다. 작가가 제시하는 쉼의 방법들을 읽어내려 가다 보면 시무룩해진다.
‘Axt’ 최신호에는 현대문학 연구자이자 팟캐스터인 이진송 작가의 글 ‘날 좀 (돌)보소 날 좀 (돌)보소’가 실렸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나 자신의 화두는 자기 돌봄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를 돌보는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어색하다”고 쓴다. 자기 돌봄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이 작가는 강조한다. “자기 돌봄은 내가 무한한 자원의 광산이 아님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더 나은 성과와 생산량을 위한 자기 관리가 아니라, 나의 불완전함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돌보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온갖 루틴을 수행하는 ‘미라클 모닝’은 어쩌면 ‘자기 계발’이 아닌, 쉴 줄 모르는 현대인의 ‘자기 착취’가 아닌가.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고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같은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떠올려 봄 직하다. 제대로 쉬기 위해선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격렬히 긍정할 수 있는 자세가 진정한 자기 돌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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