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복귀로 드러난 KBL 임의해지 규정 허점, 보완한다
지난달 10일 ‘WKBL은 가능한 FA의 임의해지, KBL은 안 된다’는 기사를 작성했었다.
KBL에서 진행한 FA(자유계약선수) 설명회에서 몇 가지 질문을 했는데 확실한 답변이 아니었기에 KBL 홍보팀을 통해 한 번 더 확인 절차를 거쳤다. 당시 일부 답변의 구체적인 규정까지 요구했다.
여러 가지 질문 중 하나가 FA 협상 기간 중 임의해지 가능 여부였다. KBL은 FA 협상 기간에는 임의해지를 할 수 없고, FA 공시 전날까지 임의해지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FA 설명회에서 했던 질문을 재차 확인했기에 KBL이 정확한 규정을 살펴본 뒤 답을 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여러 자료를 찾아가며 기사 작성 과정에서 KBL 규정이 눈에 들어왔다.
제59조 임의해지 선수
① 임의해지 선수는 선수가 계약기간 중 특별한 사유로 선수 활동을 계속할 수 없어 소속 구단에 계약 해지를 서면으로 신청하고 구단이 임의해지 선수로 승낙하여 총재가 이를 공시한 선수를 말한다.
기사 작성 시간이 밤이었고, 한 번 더 확인을 했기에 KBL 규정과 다른 FA 공시 이후에는 임의해지가 불가하다는 명문화된 근거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기사 작성 후 다시 확인에 들어갔다.
KBL 규정에 나오는 선수의 계약기간은 5월 31일까지다. 현재 FA 협상 기간이 5월이므로 FA 공시가 된 선수도 원 소속 구단과 계약기간 중이기 때문에 임의해지가 가능해야 한다.
FA 공시 후에도 임의해지가 가능하면 분명 장점이 있다.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이대성이 단적인 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이대성과 FA 계약을 하기 위해 만난 자리에서 해외진출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FA 공시된 이후다. 이대성의 입장은 5년 선수 자격 정지까지 감수하겠다는 완강한 태도였다고 한다. 이대성은 대신 임의해지를 제안했다고 했다.
가스공사는 임의해지가 아닌 계약 미체결을 선택한 건 이대성이 해외진출 후 언제 돌아올지 몰라 복귀할 때 어느 정도 기량인지 알 수 없고, FA 계약에서 계약한 첫 보수를 복귀 후 그대로 지급하는 게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KBL 규정상 임의해지 후 한 시즌이 지나면 보수 계약을 다시 할 수 있다.
이대성 입장에서는 가스공사와 계약을 하지 않으면 타 구단 영입의향서 제출 기한까지 무사히 넘겨야만 자유롭게 해외진출이 가능했다. 가스공사에게 임의해지를 제안했던 이유로 판단된다.
만약 가스공사와 이대성이 FA 계약을 맺지 않고 곧바로 임의해지가 가능했다면 가스공사는 앞서 언급했던 부담을 덜고, 이대성은 5년 자격 정지를 당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없앤다.
더구나 예상치 못하게 이대성이 1년 만에 돌아왔는데 지난해 FA 협상 기간 중 임의해지를 했다면 이대성은 가스공사 소속으로 FA 대상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난 5월과 같은 논란은 없었다.
KBL 관계자는 “FA 공시는 계약기간 종료로 간주하기 때문에 임의해지가 안 된다”며 “원래 FA 선수들은 정확하게 따지면 계약기간이 끝나는 5월 31일 이후다. 그렇지만, 10개 구단 단장들의 KBL 이사회에서 챔피언결정전 종료 이후 FA 협상을 하기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FA 공시를) 계약 종료로 간주하고, 10개 구단 모두 공평하게 (FA 선수들과)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거다. 그 상황에서 원 소속 구단이 계약을 하지 않고 임의해지를 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FA 공시 후 임의해지 불가 이유를 설명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다. 하지만, KBL 규정에 나온 계약기간 내에 임의해지가 가능하다는 걸 뒤집을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FA 공시는 계약기간 종료’라고 말로만 설명할 뿐이다.
WKBL이 FA 공시된 박지현의 임의해지를 승인한 이유는 여러가지 규정 중에서 FA 공시 후 임의해지를 금하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KBL은 명문화된 규정이 아닌 자의적 해석을 하면 시간이 지난 뒤 KBL 규정을 우선하는 담당자로 바뀌었을 때 현재 입장과 달리 FA 공시 후에도 임의해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분명 허점이 있는 것이다.
KBL은 최종적으로 임의해지 규정의 허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이 부분을 보완하기로 했다.
올해 FA 시장은 종료되었다. 보완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 KBL에서는 안 되고, 제한을 두는 내용이 많다. 이 문제 역시 FA 공시 후 임의해지 불가 입장을 고수하지 않고 임의해지가 가능할 때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본 뒤 최종 보완할 필요가 있다.
#사진_ 점프볼 DB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