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열흘만에…간호사 꿈꾸던 훈련병, ‘완전군장’ 뛰다 사망 [저격]
[저격-28] 입대한 지 열흘 된 육군 훈련병 A 씨(21)가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이틀 만에 숨졌습니다.
이는 자칫 가혹행위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지난 2020년 군 당국은 군기 훈련이라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부대 중대장 등 간부가 규정에 없는 군기 훈련을 시킨 정황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kg에 달하는 완전군장을 하고 운동장을 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규정을 어긴 훈련을 시킨 정황이 드러난 만큼 군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육군은 지난 26일 훈련병의 순직을 결정했고, 일병 계급을 추서했습니다.
A 씨는 23일 오후 강원 인제의 한 부대 신병교육대에서 완전 군장 상태로 보행(걷기)하다 구보하고 뒤이어 팔굽혀펴기를 한 뒤 다시 구보하는 절차로 진행되는 군기 훈련을 받았습니다.
A 씨와 동료 훈련병 5명 등 총 6명은 부대 내 연병장을 돌며 이 같은 훈련을 받았는데 A 씨는 팔굽혀펴기 후 다시 구보하던 중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완전 또는 단독 군장 상태에서는 보행을 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A 씨가 실시한 팔굽혀펴기는 규정에 따르면 활동복이나 전투복을 입고서만 가능합니다.
A 씨처럼 군장한 상태로 실시하는 건 규정 위반입니다.
A 씨가 쓰러진 당일 연병장 상황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에는 A 씨가 완전 군장한 상태로 구보나 팔굽혀펴기를 하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장에 있던 다른 훈련병 중 “훈련이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부대 중대장은 군기 훈련이 실시되던 중 현장에 와 훈련을 지켜봤다고 합니다.
육군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기자단을 만난 자리에서 “군기 훈련이 규정에 부합되지 않은 정황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규정 위반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국과수는 훈련병의 병원 기록과 혈액검사, 조직검사 등을 토대로 최종 사망 원인을 밝힐 방침입니다.
해당 훈련병 부검결과 외관상 특별한 지병은 판별되지 않아 경찰 수사는 불가피 할 전망입니다.
군형법상 군내 사망사고가 범죄에 대한 사건일 경우 민간경찰이 수사를 맡게됩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각종 관련 규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수사하고 은폐 의혹을 해명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한 훈련병의 안색이 좋지 않아 다른 훈련병들이 현장의 군 간부에게 이를 보고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고 결국 해당 훈련병은 쓰러져 의식을 잃어 후송됐으나 결국 숨졌습니다.
이에 센터는 “누가 무리한 얼차려를 부여하도록 명령하고 집행을 감독했는지 확인해 엄중히 수사해야 한다”며 “군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군 당국의 기초조사가 끝난 후 사건이 이첩될 것으로 보인다”며 “군으로부터 넘어오면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의당 강원도당은 지난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군의 사건 은폐, 축소 시도로 채상병 사망 사건의 내막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는 때 다시 군에서 사망 사건이 일어났다. 수사당국은 얼차려가 규정에 맞게 이뤄진 것인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하며, 군은 거짓 없이 수사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개정된 군형법에 따르면 군대 안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가 범죄와 관련된 경우 민간경찰에서 수사를 맡게 됩니다.
더 이상 입대를 미룰 수 없어 선택한 국방의 의무에서 그 꿈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A 씨 유가족은 “신경써야 할 큰 지병은 없었다. 아이가 겪은 갑작스런 상황에 비통할 따름”이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서영득 법무법인 정론 변호사는 “이와 같은 훈련 규정 위반의 경우,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제12조에 따라 징계 대상이 된다”며 “징계는 일반적으로 직접 통제를 한 사람이 1차 징계 대상자가 되고 2차, 3차 지휘관까지 대상자가 된다. 예를 들어, 소대장이 시켰다면 중대장, 대대장까지 징계 대상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상급자는 상급자로서의 지휘 감독을 소홀히 했을 때 지휘 책임을 지게 된다”며 “대대장이 징계를 면하려면 회의 때 훈련 규정에 충실히 입각해서 군기 훈련을 하라는 지시사항 등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서 변호사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려면 위법성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죽거나 다칠지도 모르는데 훈련을 시켰거나, 훈련규정에 위반해 사고가 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진행했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A 씨 지휘관에 대한 신상이 무분별 확산 중입니다.
특히 ‘여성’ 지휘관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성별 논란도 불거지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단 훈련병 사망, 여중대장의 가혹행위에 의한 살인”이라는 제목의 익명 글이 올라왔습니다.
글 작성자는 “찾아보니 여중대장 맞고 평소에 다른 기수 훈련병도 2시간씩 군장 돌리고 했었다더라”라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게시물 댓글 창엔 “○○년 임관 대위” 등 구체적인 정보를 주장하는 누리꾼까지 등장했습니다.
지휘관의 이름과 나이, 출신 대학·학과, 사진 등도 일파만파 퍼져나갔습니다.
일각에서는 성별을 문제 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병사보다 체력이 안 되는 여군이 무슨 근거로 사병을 지휘하냐” “여군이 완전군장은 해봤겠나.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린 거 아닌가”, “남자 장교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 등 댓글이 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육군 측은 조사 중에 있는 사건이라 언급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끼는 한편, “개인정보라 여군인지는 공식 확인해 줄 수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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