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 암흑기 끝 보인다…15승 외인→신인왕→107억 잠수함 복귀 임박! 올스타급 선발진 탄생하나
[OSEN=이후광 기자]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사실상 선발투수 1명으로 한 달을 넘게 버텨온 프로야구 KT 위즈가 올스타급 선발진 구축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 후 선발야구를 앞세워 강팀 반열에 올라선 KT는 올 시즌 또한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 고영표, 엄상백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을 구축했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신인왕 출신’ 소형준까지 여름 복귀를 앞두고 있어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와 함께 우승을 다툴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 감독은 고졸 신인 원상현을 5선발로 기용해 전반기를 버틴 뒤 소형준의 컴백으로 완전체를 꾸리는 플랜을 세웠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부상 악령이 KT의 마법을 방해했다. 가장 뼈아픈 건 5년 107억 원 비FA 다년계약 첫해를 맞이한 토종 에이스 고영표의 이탈이었다. 4월 2일 수원 KIA전을 마치고 우측 팔꿈치 굴곡근이 미세 손상되며 3주 재활 소견을 받았는데 두 달이 흐른 현재도 재활 프로세스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15승을 거둔 ‘좌완 에이스’ 벤자민은 4월 12일 잠실 두산 베어스 2회말 도중 왼쪽 팔꿈치가 불편해 자진 강판했다. 병원 검진 결과 뼈, 인대, 근육 모두 큰 이상이 없었지만 13일 1군 엔트리에 제외 후 감독을 직접 찾아 최대 3주 휴식을 요청하면서 또 한 명의 이탈자가 발생했다. 여기에 ‘예비 FA’ 시즌을 맞이한 엄상백마저 지난달 15일 열흘 휴식을 통해 잠시 공백기를 가졌다. 소형준을 시작으로 고영표, 벤자민, 엄상백이 차례로 이탈, 당초 구상한 로테이션에서 에이스 쿠에바스 1명만이 생존한 셈이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하는 법. 이 감독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원상현-육청명 신인 듀오와 이선우, 성재헌, 주권, 한차현 등에게 선발 기회를 부여하며 공백을 최소화했다. 물론 잦은 기복과 시행착오로 계산이 불가한 경기가 종종 전개됐지만 막강 타선의 힘을 더해 한때 –11까지 벌어졌던 승패마진을 –5까지 좁히는 데 성공했다. KT의 시즌 성적은 25승 1무 30패 7위로, 포스트시즌 마지노선인 공동 5위 그룹과의 승차가 2경기에 불과하다. 사실상 플랜B도 아닌 플랜C로 해낸 성과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6월이 밝았고, KT는 부상자들이 속속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다. 먼저 외국인투수 벤자민이 당초 약속대로 3주의 회복기를 거쳐 오는 4일 수원 한화 이글스전 복귀가 확정됐다. 이를 위해 지난달 30일 퓨처스리그 강화 SSG 랜더스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감각을 조율했다. 이 감독에 따르면 벤자민은 한화전에서 60~70구로 감각을 조율한 뒤 9일 수원 LG전에서 100% 컨디션을 뽐낼 계획이다.
작년 5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소형준은 전날 퓨처스리그 고양 히어로즈전에 등판해 감격의 첫 실전 경기를 소화했다. 결과는 3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39구. 투심, 체인지업, 직구, 커브, 슬라이더, 커터 등 다양한 구종을 테스트했고, 투심 최고 구속이 146km까지 나왔다. 작년 5월 10일 수원 NC 다이노스전 이후 387일 만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위력투를 뽐냈다.
소형준은 예상보다 빠른 오는 17일경 1군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 감독은 “복귀까지 1주일에 한 번씩 세 번 던질 것이다. 70~80구까지는 만들어야 1군에 올라와서 50~60구 정도 던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 라이브피칭에 돌입한 고영표 역시 17일 선수단에 합류하는 일정이 잡혔다.
부상을 당한 선발투수들의 연이은 복귀 소식이 들려오며 KT는 이달 중하순부터 쿠에바스, 벤자민, 고영표, 엄상백, 소형준의 완전체로 선발진을 꾸릴 수 있을 전망이다. 시즌 초반 돈 주고도 못 사는 귀중한 경험을 쌓은 원상현, 육청명, 한차현, 성재헌 등은 뒷문으로 이동해 불펜 뎁스를 한층 두텁게 만들 전망. 소형준의 경우 복귀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기에 이들이 종종 선발진에서도 힘을 보태줘야 한다. 어쨌든 KT는 올해도 잇몸야구가 뎁스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감독은 “6월 셋째주까지는 없는 전력으로 계속 버텨야 한다. 다행히 타선이 작년보다 강해졌고, 어린 투수들도 기대 이상의 투구를 해주고 있다. 벤자민에 고영표, 소형준까지 모두 돌아오면 그 때부터 정상 전력을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6월 대반격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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