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못 보고 NC로 떠났다, 속상한 후배의 문자에 "미안하다" 히어로즈 유격수 진심

고척=김동윤 기자 2024. 6. 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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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고척=김동윤 기자]
키움 시절 김휘집(위)과 이재상.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키움 이재상이 5월 31일 고척 SSG전을 앞두고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키움 히어로즈 신인 유격수 이재상(19)이 선배 김휘집(22·NC 다이노스)의 진심 어린 응원을 받고 각오를 새로이 다졌다.

5월 31일 고척 SSG전을 앞두고 만난 이재상은 "아직 100% 몸 상태는 아니다. 손가락뼈는 잘 붙었는데 손톱이 문제다. 지금 손톱은 곧 빠질 것 같다. 새로운 손톱이 자라고 있다. 신경 쓰이긴 하지만, 운동 선수들은 다 하나쯤 안 좋은 곳이 있어서 괜찮다"고 활짝 웃었다.

이재상은 갈산초-성남중-성남고를 졸업 후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6번으로 키움의 지명을 받은 신인 유격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타격 능력이 좋은 선수라 평가받았고 대만 스프링캠프 때부터 코치진의 호평을 받아 개막 엔트리에도 승선했다. 지난달 KBO 리그 대표 에이스 김광현(36·SSG)을 상대로 데뷔 첫 홈런을 치는 등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하지만 얼마 안 가 수비 훈련 중 포구 과정에서 오른쪽 4번째 손가락을 맞는 부상을 당했다. 두 차례 병원 검진 결과 수술 소견이 나왔고 이날이 약 6주의 재활을 마치고 선발 유격수로 복귀한 첫날이었다. 인터뷰 도중 살펴본 이재상의 손톱은 온통 검은색으로 변색돼 있었다. 이 손톱이 빠지고 새 손톱이 나기까진 상당한 기간이 필요해 보이지만, 공을 잡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보단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것에 행복을 느낀 신인이었다.

이재상은 "재활하는 시간이 정말 너무 답답했다. 원래 잘 우는 성격이 아닌데 수술이 확정되고 선수단에 인사드리러 왔을 때 (송)성문 선배님이 괜찮다고 토닥토닥해주는데 그때부터 눈물이 났다. 진짜 펑펑 울었다. 부모님이 제일 걱정을 많이 하셨다"고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이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끝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 캠프 때부터 달려왔는데 한 달 동안 쉬는 시간을 준 거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웨이트를 열심히 하고 '복귀하면 더 잘해야겠다'는 절치부심한 마음으로 있었다. 쉬는 동안 친구들도 만나서 카페에 가서 힐링도 했다"고 덧붙였다.

키움 이재상(오른쪽)이 러닝 스로우를 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이재상은 앞으로 유격수로서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키움은 주전 유격수 김휘집(22)을 2025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와 3라운드 지명권을 받고 NC로 트레이드한 결과다. NC는 오랜 기간 김휘집을 원했고 지난해에는 직접 오퍼를 넣기도 했다. 지난해만 해도 키움은 김휘집에 거래 불가 자원이었으나, 올해 이재상과 고영우(23)의 성장세에 입장을 바꿨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5월 31일 고척 SSG전을 앞두고 "김휘집이 나갔기 때문에 당분간 이재상, 김주형, 고영우가 돌아가면서 유격수를 본다. 이재상은 지난해 마무리 캠프 때부터 유격수를 중점적으로 했었다. 고영우는 유격수로 안정감은 있지만, 그래도 제일 잘 맞는 옷은 3루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한 이재상의 성장 방향은 유격수가 1순위였기 때문에 앞으로 (유격수로서) 이재상의 출전 횟수나 빈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 수비도 모든 선수 다 합쳐서 그래도 선발에 나갈 정도의 기량은 갖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휘집과 이별은 이재상에게도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김휘집이 트레이드를 통보받을 오전 10시 무렵, 대부분의 선수는 자는 시간이었고 그 탓에 모든 선수와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다. 이재상도 그중 하나였다.

이재상은 "나도 어제(5월 30일) 아침에 갑자기 들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다. 안 그래도 일어나서 숙소 로비의 편의점에 내려가는데 웬 NC 옷을 입은 관계자분이 계셔서 '왜 여기 계시지' 했는데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다"며 "더 오래 있었던 형들보단 아니겠지만, 나도 1년 안 되는 사이에 (김)휘집이 형과 정이 많이 들었는지 많이 속상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곧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잘해줘서 감사했다'고 했는데 휘집이 형이 '오히려 짧은 시간이었는데 별로 못 챙겨준 것 같아 미안하다. 너는 꼭 잘할 거야. 항상 응원한다. 나중에 경기장에서 인사하자'고 해주셨다"고 뭉클했던 뒷이야기를 전했다.

키움 시절 김휘집.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김휘집을 대신해 유격수로 자주 출전하게 되는 만큼 각오도 남다르다. 다행히 그의 주변에는 경기장 안팎에서 챙겨주는 든든한 형과 골든글러브 2루수 김혜성(25)이 있다. 이재상은 "(김)휘집이 형이 떠났다고 내가 확실한 주전 유격수라 생각하지 않는다. 난 아직 신인일 뿐이다. 하지만 계속 나가서 더 열심히 해서 그 자리를 완전히 굳힐 욕심은 있다"며 "(송)성문이 형은 항상 말도 많이 걸어주시고 야구할 때뿐만 아니라 야구 외적으로도 내게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는 선배다. (김)혜성이 형은 공 빼는 속도가 워낙 빠르다. 내가 조금 천천히 해도 다 커버해주셔서 더블 플레이가 잘 나온다. 훨씬 편하다"고 활짝 웃었다.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2021년 미국으로 떠난 후 키움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다. 공격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수비에서 안정감을 찾지 못해 경기를 내주는 일도 종종 있었다. 이재상도 이를 알고 있다.

이재상은 "부담감은 없다 난 항상 나가면 강아지처럼 경기를 즐긴다. 시합에 나가면 목줄 풀어준 강아지처럼 신나 했던 것 같다"며 "난 어깨와 정확한 송구에 강한 자신감이 있다. 포구만 제대로 하면 웬만한 주자는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김)휘집이 형도 다른 구단 가서 유격수를 많이 볼 거 같은데 형의 몫만큼 나도 더 열심히 하려 한다. 항상 최선을 다하고 흘리는 공 없이 팬들이 즐겁게 야구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재상(왼쪽)과 김혜성.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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